미 연준, 기준금리인상 없이 출구전략 시행

출구전략의 영향 분석

미국 출구전략 시행

미국 현지시각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재할인율을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행으로 인식되고 있어,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신중한 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은 예고되었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지난 10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발표하기로 한 출구전략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 재할인율 인상을 조만간 시행할 조치로서 언급하였다.

버냉키 의장이 10일 밝힌 출구전략은 다음과 같다. 금융기관의 유동성 공급확대를 위해 동원했던 비상적인 수단의 시행을 종료하고, 장기국채 및 모기지 증권에 대한 자산매입을 당분간 중단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직접적 금리인상은 회피

특히 금리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단기금리의 국제기준으로 여겨지는 연방금리(Fed Funds Rate)의 운용을 당분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방금리가 기준금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연준 예치금이 막대한 규모에 달해 연방기금 시장의 거래규모가 대폭 축소되었고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가 단기 자금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준비금에 대한 이자율이 같이 오르지 않으면 은행들이 지급준비금을 인출해서 공급과잉으로 다시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신 은행들이 연준에 예치하고 있는 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고 이 이자를 사실상 목표금리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직접적인 수단 보다는 더 간접적인 수단으로 금리인상의 효과를 보겠다는 뜻이다.


출구전략 국제공조?

한편,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과 함께 지난 12일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출구전략의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는지가 큰 관심사다. 주요국들이 일제히 금리인하를 통해 통화량을 증대했던 입구전략과는 달리 출구전략의 양상은 다르다. 대부분 중국과 미국의 눈치를 보며 출구전략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호주, 인도 등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지급준비율을 올리면서 출구전략에 이미 나선 상태다. 그러나 남부유럽의 재정악화 등으로 유로존의 출구전략은 늦어질 수밖에 없고 일본 역시 장기간 경기침체로 섣부른 금리인상 시도를 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국의 출구전략의 계획과 시행시점이 다른 상황에서 중국에 이어 미국의 출구전략의 본격화로 인해 출구전략의 속도에 파란불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각국의 경제상황이 나라마다 차이가 커서 어떤 방식의 국제적 공조체제를 가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미국이 자신의 출구전략을 공개하고, 금리인상이라는 파괴적인 방식보다는 재할인율 인상, 지준부리율의 조정 등으로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도 국제적 공조의 불투명함을 반영한 대응일 수 있다.


출구전략에 따른 영향

각국이 출구전략에 돌입하면서 무엇보다 환율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이 발표되자 미국 달러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19일 환율시장에서 유로화가 추락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계속 상승 중이다.

이와 같은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금리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통화공급을 축소하는 정책이나 다른 출구전략 계획없이 환율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달러강세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심화시킨다. 때문에 미국이 다른 무엇보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2268억달러로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연준이 재할인율 인상을 발표한 것과 동시에 미 의회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구전략의 국제공조가 힘든 이유도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무역량과 무역규모도 축소되면서 각국의 이해가 매우 첨예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내 정책당국은 출구전략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이성태 한은총재나 금통위에서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의 시그널을 준 것과 달리 윤증현 재정부 장관 등은 출구전략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해왔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서 금리인상 자제를 촉구한 바도 있는데, 한국은 전반적으로 출구전략의 시행을 늦출 것을 주문했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원화의 가치가 낮게 유지되는 것이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출구전략의 시동과 더불어 국내 정책당국도 통화량 축소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출구전략의 본격화는 가계대출의 축소로 나타나게 된다. 가계부채가 700조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인데, 은행이 대출을 줄이고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회수하게 되면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하반기 인플레이션 우려를 나타내며 강력하게 금리인상을 주문했던 이성태 한은총재의 우려와 같이, 가계대출의 축소라는 파도와 물가상승이라는 폭풍이 겹쳐서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출구전략의 가시화는 국제적으로는 환율전쟁을 가속시키고, 국내적으로 내핍을 강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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