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생각한 계획경제

세계 경제 공황에 대한 견해(Thoughts on the world economic crisis)

[편집자주] 이 글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1934년에 발표한 것으로서, 1930년대 일어난 대공황에 대해 (온건한) 계획 경제가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왜 사회주의인가?'라는 글을 통해 사회주의를 공공연하게 옹호했다는 거야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이미 1930년대에도 계획 경제를 주장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80년 가까이 지난 글이지만 현재에도 새겨볼 내용이 있어 이글을 싣는다.


경제학에 대해서는 한낱 비전문가에 지나지 않는 제가 현재 펼쳐지고 있는 심각한 경제 문제의 본질에 관한 의견을 밝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제출하는 주장들이 쓸모없이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의견이 아니며 계급이나 국가적인 편견 없이 인류에 대한 선의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가장 조화롭고 가능한 계획을 열망하는 독립적이고 거짓 없는 한 인간의 의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래에 쓴 내용에서, 제가 어떤 사안을 명확히 잘 알고 있거나 말하고 있는 바를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면, 그것은 단지 표현상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하려고 취한 방식일 뿐입니다. 대단히 복잡하게 전개되는 현실의 문제들에 대한 저의 다소 단순한 구상을 오류가 없다고 확신하거나 부당한 자신감에 젖어서 쓴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볼 때, 이번 공황은 생산 방식의 급격한 진보라는 완전히 새로운 조건 위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과거에 일어났던 공황과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전 세계에 있는 인간 노동의 일부만으로도 삶에 필요한 소비 상품의 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자유방임 경제체제(completely free economic system) 하에서는 실업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서 별도로 검토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만으로 노동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은 상태에서 두 개의 공장이 똑같은 종류의 상품을 만든다면 더 적은 노동자를 고용한 공장이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개별 노동자들에게 인간의 체력이 허락되는 한 최대한 긴 시간 동안 가혹하게 일을 시키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로 인해 오늘날의 [발달한] 생산 방식과 더불어, 불가피하게 노동 가능한 노동자 중에서 일부만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부의 노동자에게 부당한 요구가 가해지는 반면, 나머지 노동자들은 자동적으로 생산과정에서 추방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판매와 이익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기업들이 파산하면 실업률은 더 높아지고, 산업 관계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며 이와 더불어 이를 조정할 은행에 대한 대중의 협조도 감소시키게 됩니다. 결국 은행은 갑작스러운 예금 인출로 지급 불능상태가 되고 산업이라는 수레바퀴는 완전히 정지하고 맙니다.

이제 살펴보겠지만, 공황이 일어나는 데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과잉 생산

우리는 실질적인 과잉 생산과 외견상의 과잉 생산을 구분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과잉 생산이란 수요를 넘어선 과도한 생산을 의미합니다. 좀 미심쩍기는 하지만 이는 현재 미국에서의 자동차와 밀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과잉 생산’이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의미하는 바는, 소비자가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부족함에도 하나 이상의 특정한 상품이 기존의 상황에서 판매될 수 있는 양 보다 많이 생산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저는 그런 상태를 외견상의 과잉 생산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경우는 수요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그런 외견상의 과잉 생산이 바로 공황입니다. 그러므로 ‘과잉 생산’은 뒤에 이어질 설명들과 마찬가지로 공황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 합니다. 따라서 공황이 과잉생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단지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패전국의 전쟁] 배상금

빚을 지고 있는 국가와 그 국가의 산업은 과도하게 가해진 배상 지불 의무 때문에 투매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는 채권국에도 크나큰 손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높은 관세 장벽으로 보호 받고 있는 미국에서 공황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배상금이 세계 공황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상 때문에 채무국의 금이 부족해졌다는 것은 기껏해야 이자 지불을 중단하기 위한 주장을 뒷받침할 뿐입니다. 국제 공황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새로운 관세 장벽의 등장, 비생산적인 군사력 부담의 증가, 잠재적인 전쟁 위험으로 인한 정치 불안정

이 모든 것은 유럽이 안고 있는 문제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미국에는 실질적인 영향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공황은 이러한 사실들이 공황의 주요한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의 이탈

이는 국제 무역에 충격을 주었지만, 미국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므로, 공황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없습니다.

전쟁 이후 낮은 계급의 경제적 상승

이 일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과잉 공급이 아니라 상품의 부족 현상이 일어났을 것이다.

제가 보기에 핵심적이지 않은 주장들을 더 나열해서 독자들을 짜증스럽게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제 생각에 한 가지만은 분명합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의 주요한 원인인 바로 그 기술적 진보가, 지금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노동의 상당 부분을 경감시켜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의 진보가 공황을 낳았다는 사실 때문에 진지하게 기술적인 개선을 막아보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명백히 터무니없는 짓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우리가 처한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서 보다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대중의 상품 구매력이 특정한 최소값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런 산업 순환의 중단은 다시 발생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대담한 방식은 공동체가 소비 상품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완전한 계획 경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현재 러시아가 시도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이 거대한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느냐에 많은 것들이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서 감히 위험을 무릅쓰고 그 결과를 예상해보는 것은 외람된 짓이 될 것입니다.

개별 기업에게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진 체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런 체계 하에서도 경제적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을까? 이 체계가 지금껏 유지해온, 우리와 같은 ‘서구인들’은 아무도 참여하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 공포정치 없이도 자체적으로 잘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 그렇게 엄격하고 중앙집권적인 체계가 유익한 진보를 보호하지 않거나 적대적인 경향을 띄지는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의심이 객관적인 판단의 형성을 가로막는 편견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목표와 양립할 수 있는 한에서는 현재 존재하는 전통이나 습관들을 존중하는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의 측면에서도 산업의 통제권을 대중의 손으로 갑작스럽게 넘겨주는 게 유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기업도 산업 그 자체가 기업 연합의 형태로 사라지지 않는 한 활동적인 영역으로 남아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인 자유도 두 가지 점에서는 제한되어야 합니다. 실업을 체계적으로 없앨 수 있도록 산업 각 분야의 주당 노동시간이 법적으로 축소되어야만 합니다. 동시에 최저 임금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확정되어서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생산력 증가와 같은 속도로 맞춰져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체계에서 생산자들이 만든 조직에 의해 산업이 독점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면 새로운 자본이 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생산과 소비가 인위적으로 억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에서 반드시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유로운 기업에 대한 너무 심한 제한 없이도 생산과 소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동시에 폭넓은 의미에서의 임금 소득자들에게 생산 수단(땅, 기계)의 소유자들이 가하는 과도한 폭정을 중단시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출처] Einstein on the Economic Crisis
[번역] neoscrum (http://blog.jinbo.net/neosc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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