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한나라당 독주에 맞서는 후보단일화에서 제1야당의 기득권을 주장하려면 ‘민주대연합’의 이름에 걸맞은 ‘민주’스러운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수긍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울 때 민주당의 진정성과 기득권을 인정할 수 있다. 백번 천번 민주당의 ‘민주대연합’에 대한 진정성을 믿고 싶어 안달을 하건만 이번 우근민 씨 영입 사태에서 보이듯 과연 민주당의 진심은 어디에 있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민주대연합을 원하는 걸까? 정말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막고 싶은 걸까? 몇몇 곳을 다른 야당에 양보하더라도 이명박 정권에 맞설 단일후보를 세우려고 절취부심 하는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민주당이 진행하는 후보단일화 협상은 한나라당 독주를 막으려는 마음은 손톱 끝만치도 없다. (혹 있더라도 권력의 단맛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한 것이다) 한나라당 폭주에 치를 떠는 시민들의 마음이 민주당 이외의 다른 정당으로 쏠리는 것을 막으려는 술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민 여러분, 단일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도권에서 몇 군데 양보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명분 쌓기에 다름 아니다.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더라도 선거 막판에 ‘될 곳에 밀어주자’는 여론몰이용 제스처에 불과하다. “진보신당이 아니었다면, 민주노동당이 아니었다면.” 혹 2위로 물러앉더라도 소수정당에게 그 책임을 돌리려는 면피용 작전이다. 이미 판이 정해진 지역은 그 지역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수도권에서는 최소 2인자의 자리를 확보해 제1야당의 존재감을 굳히겠다는 전략이 민주당의 속내다.
민주당의 ‘엉큼한 민주대연합’ 전술에서 가장 놀림거리는 민주노동당이다. 언제까지 ‘민주당 기득권 포기’ 타령만을 하며 구걸할 건지, 참 안타깝다. 이대로 간다면 지방선거 결과를 떠나 민주노동당은 그 존재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민주대연합’도 이뤄내지 못하고, 민주당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다 진보세력에게도 손가락질만 받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민주당의 혀끝에서 오락가락하는 후보단일화 논의에서 제 몫을 하려면 자신의 의지를 천명하고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후보가 되고 되지 않고를 떠나 언제까지 맘씨 좋은 이웃 쌀집 아저씨 노릇만 할 것인가.
강기갑 대표가 되었든 권영길 의원이 되었든 이정희 의원이 되었든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서야 한다. 이 정도 되어야 민주노동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정 민주대연합을 원하는 구나, 시민들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협상에서도 들러리가 아니라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 독주에 맞서는 일이 국회의원 배지 두 개냐 다섯 개냐에 따라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 누구나 알지 않는가? 공중부양하고 명패 내던진다고, (그 진정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의 힘이 되지 않는 것 아닌가. 전국구 의원은 승계하면 되고, 지역구 의원은 다시 뽑히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진짜 힘을 보이면, 이참에 내놓은 배지보다 더 많은 의석으로 시민들이 답할 것 아닌가.
이제껏 민주노동당에 지지를 보냈던 시민들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라도 제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금배지에 연연하지 않고, 금배지로 변명하지 않는 자세를 시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의 오만과 기만의 지방선거정책에 들러리를 벗어나자. 이 길이 한나라당 독주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진보정치 10년을 고스란히 민주당의 선거노름에 바칠 것인가, 아니면 진보정치 10년의 성과를 진일보시킬 것인가,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데도 법칙이 있다. 구걸을 할 것인가, 쟁취를 할 것인가. 아무리 잔 부스러기도 스스로 얻어낼 때는 진보다. 하지만 아무리 큰 부스러기도 애걸복걸해서 얻은 것은 수치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1번에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내세웠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민주노동당의 들러리로 내세우는 일에 불과하다. 후보도 필승의지도 없이 내세운 비례대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가슴에 손을 얹고, 민주노동당 이름으로 금배지를 단 이들은 반성해야 한다.
진정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아내려면, 민주당의 기만에 들러리 노릇에 벗어나려면, 민주노동당은 배수의 진으로 맞서라. 훗날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려고 발뺌하지 말고 민주노동당의 최선의 모습을 기대한다. 기왕 시작했으면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판을 깨라! 선거 대신 달궈진 민심의 아스파트에 민주주의의 깃발을 들어라. 은근슬쩍 자신의 (지방선거에 대한 힘도 전략도 없는) 무력함을 민주당에 떠넘기는 비겁함을 버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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