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의료 민영화 물타기

동아일보 <기자의 눈>은 보건복지부의 눈

동아일보는 15일자 지면에 “오해의 골 깊어가는 의료 민영화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기자의 눈>으로 기자의 입을 빌어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에 대해 한마디 한 것이다.


기자는 최근 다음 아고라나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의료 민영화 논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했다. 또 정부가 6일 입법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의료 민영화와는 관계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기자의 주장은 어디서 많이 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복지부 홈페이지에 ‘의료보험 민영화 추진계획 전혀 없다’는 해명 글을 올렸다. 이 기사는 복지부의 내용과 똑 같다.

크게 두가지 쟁점에 대해서 다루는데 먼저 의료기관 병원경영지원사업 확대에 대해 복지부는 “개정안에서의 의료기관 경영지원사업은 직영형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의료법인의 재산 등을 출연하고 외부인의 투자를 받는 별도의 회사 설립은 불가능한 것입니다”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의 주장도 이와 같다. “...별도 회사가 설립되면 외부 자본 유입의 길이 열리고 이는 영리법인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기관 경영지원 사업은 현재 장례식장 운영처럼 직영만 가능할 뿐 출자나 위탁은 불가능해 외부 자본이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의료법인간 합병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이며, 의료법인간 합병을 위해서는 해당 법인 이사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일방적인 주식 매수 등을 통해 법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상법상 법인간의 적대적 M&A와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기자도 역시 “현재 의료법인은 모두 중소병원이라 합병이 허용돼도 독점은 어렵다. 또한 합병을 위해서는 해당 법인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업 간 적대적 인수합병과는 다르다”고 했다.

모두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기자의 의견이 같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기자도 인정했듯이 아고라에서만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이 5만명이 넘어설 정도로 국민들이 걱정이 많다. 보건의료노조, 건강연대 등 의료단체 뿐 아니라 각종 시민단체들도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현업 의료인들조차 이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해명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의 걱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외면하고 정부 논리를 그대로 들이밀면서 ‘소모적인 논쟁’이라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불수진(拂鬚塵, 윗사람 수염의 먼지를 털어주는 행위)’하는 것이다.

“오해에서 비롯한 사회적 갈등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걱정하기에 앞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정부를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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