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컨센서스’ 와 재정지출

은행 퍼주기에서 복지축소로의 전환

소비 확대냐, 재정 긴축이냐?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각국 정부 정상들이 모여 경제의 기본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제4차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에 앞서 G8 회의도 개최될 예정이다. 쟁점은 간단하다. 은행과 금융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각국 재정지출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은행세나 토빈세 및 국제금융질서를 재구성 하는 문제 등 금융규제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더 논의가 될 성 싶다. 이 문제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5차 G20 정상화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고, 이번 토론토 회의는 무엇보다 재정지출 문제가 화두로 떠 오르고 있다.

  G20 런던 정상회의 모습 [출처: 외교통상부]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G20 차원의 정상회의가 열리고 난 후, 긴축정책이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쓰지 말자는 약속을 굳게 해 왔다. 그러나 그리스를 필두로 유로존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소버린 리스크에 빠지자 남부 유럽은 물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까지 긴축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은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어떻게든 소비를 축소시키지 않고 유지하고 싶어 한다. 아직까지 미국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것이 ‘소비’인데 이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일정한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각국은 그리스와 같은 국가 부채 위기를 피하기 위해 긴축 재정에 초점을 둘 것을 약속하고 있다.

유럽, 긴축으로 가자

현재 유럽 각국은 긴축의 파도를 이루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규모를 가진 독일은 2011년부터 14년까지 800억 유로(약 116조5천억원) 규모의 사상유례가 없는 세금 인상 및 재정지출 감축안을 이달 7일 발표했다.

영국은 22일 세출 삭감과 세금 인상을 발표했는데, 향후 5년간 GDP의 8%에 해당하는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이상이며 부채가 1조달러가 넘고 있는 상태다.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2014~15년도의 국내 총생산 (GDP) 대비 영국 부채를 1%로 끌어 내릴 것이라고 표명했다. 오스본 장관은 77%는 재정지출 감소로, 나머지는 세금으로 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

프랑스는 재정적자를 2013년에 3%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은 3%라는 목표가 변하지 않고, 8월 중순 2분기 GDP 데이터를 기초로 해서 세출 삭감액을 늘릴 것인가에 대해서 다시 검토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이미 450억 유로의 지출 감소와 50억 달러의 감세를 발표했다.

한편, 스페인은 모두 650억 유로의 긴축재정안을 발표했으며, 이탈리아는 240억 유로 예산삭감안을 발표했다.

중국, 인플레 우려로 위안화 절상 시도

중국에서는 경기 부양책 때문에 지속 불가능한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을 당국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도 성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불어난 시중 자금을 흡수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이른바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왔는데, 드디어 며칠 전 위안화 환율문제를 개혁하겠다고 들고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19일 위안화의 통화 탄력성을 갖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수입품의 원가 절감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인플레이션 억제책으로 점진적인 환율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은 달러화에 고정시킨 위안화 환율을 해제한다고 발표하여 G20의 주요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위안화 절상 문제를 묻고 떠나 버렸다. 따라서 재정 정책을 둘러싼 긴장은 오히려 일본, 독일 양국의 약한 내수와 거액의 무역흑자가 더 중요한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 더블 딥 우려...소비 진작 유지해야

미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긴축 계획으로의 전환을 신중하게 하도록 참가국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저널은 미 고위 관리들이 “후버 모멘트”의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후버, 프랭클린 루즈벨트 두 대통령이 30년대에 ‘재정 긴축’으로 대공황을 연장 시켰는 비판이 있다. 이 때문에 너무 빠른 재정 긴축을 비유해 “후버 모멘트”라고 부른다)

오바마의 경제전문가들은 정부 지출의 비중이 너무 급하게 떨어지면 수요가 감소하고 성장이 끊어져 경기가 더블 딥(이중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1930년대 후버 정권 때와 같이 취약한 세계경제가 다시 경기하강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에게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정 수준의 재정 지출을 유지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G20 회의에서 각국 정부에 정부 지출을 완만하게 감소하는 한편, 시장과 유권자에게 향후 3~5년간 채무를 삭감한다고 설득하자는 것이다.

G20, 컨센서스는 무엇?

심각한 경기 침체에서 정부의 재정 지출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주말 G20 정상회의에서 “성장에 가장 심각한 위협은 무엇인가? - 수요 침체인가 아니면 누적 부채인가”가 가장 큰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망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G20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재정 부양책을 얼마나 빨리 멈출 수 있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부응해서, 제4차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캐나다는 부채 감소를 중요시하며, 회원국에 대해 2013년까지 채무를 반으로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 장관은 'G20회의에서 채무와 적자의 감소에 관한 목표를 설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 지출이냐 축소냐는 일정하게 허구적인 논의다. 재정 지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은행 빚을 갚아 주거나, 자동자, 화학, 건설 등 주요산업에 대한 채무탕감에 대부분의 예산을 지출해 왔을 뿐이다. 어차피 돈은 풀려 있고 위기 대처 과정에서 더 많은 돈을 푼 상황에서 재정을 환수하는 정책을 지속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지출 삭감과 세금인상의 ‘질’에 대해서는 G20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프랑스의 재정삭감의 주요 방안으로 퇴직연령을 2011년 7월 1일부터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현 60세에서 62세로 상향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퇴직연금을 축소시켜 나갈 방침이다. 독일은 전체 긴축대상의 3분의 1이 사회복지 부문이며, 향후 4년 동안 300억 유로가 기초생활지원, 실업보조 그리고 가정지원비 등 사회부문에서 삭감될 예정이다.

스페인 또한 퇴직연금 동결,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이 5% 삭감된다. 이탈리아 또한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동결과 여성노동자 퇴직연령의 상향조정, 교육과 의료부문에서 대폭적인 삭감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현재 G20 정상회의가 재정지출 확장이냐 축소를 놓고 논란을 벌이더라도 ‘긴축의 시기와 속도’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지, 누구의 호주머니를 털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만은 이처럼 매우 확실한 것이다.

이는 은행세 도입 논란만 봐도 자명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3국은 22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금융기관들이 세계 경제위기 당시 정부 지원의 보상 차원에서 유럽 주요 국가들에게 은행세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정부는 G20 금융 부문 개혁 방안을 완전하게 실행하는 것을 결의하고 이러한 제안에 대한 더 많은 협의를 기다리고 있다”며 G20에서도 은행세 도입 등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 영국 오스본 재무장관은 부채의 0.04%에 해당되는 은행세로 내년에 12억 파운드의 세수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2년엔 부채 대비 세율을 0.07%로 올려 20억 파운드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2012년 1월부터 은행세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G20회의에서는 그나마 합의될지도 미지수다. 이달 초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이 반발하며 은행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은행들의 반응인데,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은행연합회(BBA)는 은행세 도입 발표 이후 세금이 예상보다 가혹하지 않은 수준이었다는 판단 하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은행의 입장에서 은행세는 값싼 보험료에 보장성 좋은 보험에 다름 아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각국 정부는 재정을 털어 은행 빚을 갚고 금융회전과 속도를 높이는데 돈을 쓰자는 것이 초기 대응 기조였다. 그것이 바로 재정지출 확대로 표현되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지출이 너무 늘어나니 각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G20은 누구의 허리띠를 묶어야 한다는 것인가? 답은 자명해 보인다.

결국 ‘노동자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금은 더 내게 하고 사회복지부문의 지출은 줄인다, 재정을 쓰더라도 은행 빚을 갚고 금융회전을 높이는데 쓴다’는 것이 바로 G20 정상회의의 ‘컨센서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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