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선 지식인의 윤리적 책임감

[새책] 『오리엔탈리즘과 에드워드 사이드』(발레리 케네디, 갈무리, 2011.02)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력 이양을 요구하는 이집트 군중이 3주째 광장을 점거하고 있고, 독재자의 향후 거취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작금의 중동 사태를 보며 7년 전 타계한 에드워드 사이드를 떠올리는 것은, 그가 이미 90년대 초반 무바라크 대통령의 “위선, 허구, 노예근성”을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탈식민 이론의 선구자인 사이드는 팔레스타인 소수자로 태어나서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고, 이후 주류 학문세계에 진입하여 일생을 조국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바쳤다. 그는 아랍인이자 미국인이었고, 서구 제국주의 담론을 비판하는 동시에 아랍 진영을 총체적으로 문제삼기도 했다. 이러한 사이드의 분열적인 정체성을 규정해줄 수 있는 것이 이중의식과 경계의식인데, 그가 여전히 기억되고 논의되는 것은 망명적 삶의 여정 속에서 치열하게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고, 또한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발레리 케네디의『오리엔탈리즘과 에드워드 사이드』는 탈식민주의 연구의 기반을 마련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학문적 작업을 총괄한 비평서이다. 사이드와는 반대로 제국의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이주했던 저자는, 사이드의 지적 유산의 의의와 한계를 면밀히 검증함으로써 독자들이 사이드를 편견없이 마주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사이드 연구의 근간을 이루는『오리엔탈리즘』에서 출발해 팔레스타인과 중동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을 확인하고, 문학텍스트와 식민역사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한『문화와 제국주의』를 거쳐 사이드가 탈식민 연구에 끼친 영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따라서 사이드와 사이드 이후를 검토한 케네디의 비평서를 통해 탈식민 연구의 계보를 파악할 수 있다.

사이드는 텍스트 밖의 현실에 주목하여 문학과 역사, 정치 사이의 불가분적 관계를 성찰했는데, 문학텍스트를 역사적, 정치적으로 새롭게 읽어낸『오리엔탈리즘』은 탈식민 연구라는 새로운 학제를 탄생시켰다. 재현, 지식, 권력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던 사이드는, 지속적으로 서양인들의 동양에 대한 재현의 폭력을 지적해 왔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첫 번째는 탈식민적 관점에서 서양과 동양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중동에서의 팔레스타인 상황에 관심을 갖고 아랍-이슬람권에 대한 서양의 재현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사이드는 현실 세계에서 비평의 기능과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으며, 학문의 세계를 넘어 현실 정치에 개입하고자 했다.

저자인 케네디는 사이드의 저술 활동을 순차적으로 소개하는 동시에, 그가 선택한 입장과 논리의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사이드를 바라보는 시각의 균형을 확보한다. 사이드는 스스로를 “오리엔탈리즘에 저항하는 동양인”이라 규정하고, 오리엔탈리즘적 텍스트가 서양의 시각에서 동양의 현실을 왜곡하고 있음을 지적했지만, 실상『오리엔탈리즘』에서 보여 준 문제의식은 젠더 개념을 배제한, 서양 남성들을 향한 것이었다. 즉 서양인들이 아랍인을 비인간화했던 것처럼, 사이드 자신도 동서양의 여성들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 여성을 비인간화했다. 이후『문화와 제국주의』에 이르면 젠더와 계급의 요소가 어느 정도 고려되지만, 여전히 사이드는 서양 고전에 집착하며 여성 작가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사이드는 식민자와 오리엔탈리스트를 절대 권력자로, 피식민자들을 약자로 규정하면서 권력 자체를 이분법적으로 재생산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과 함께, 오리엔탈리즘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오리엔탈리즘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상충되는 방법론을 사용하면서 논리에 모순이 생겼다는 문제도 있다.

이외에도 케네디는 사이드가 자신이 처한 아이러니한 입장을 깨닫지 못하고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을 문제삼기도 한다. 사이드가 중동 문제에 대한 미국 언론의 담론 구성과 함께 아랍 국가들의 물질적 선호를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이 미국 시민권을 선택한 것은 문제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자신과의 관계를 규정하며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수사 속으로 빠져들고, 팔레스타인 민중이 “재현되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아이러니하게 고전적 오리엔탈리즘의 수사를 재각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케네디는 사이드의 이론적 모순들을 비교적 긴 분량에 걸쳐 제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한계들이 사이드의 사유를 더욱 풍부하게 확장시켰음을 강조한다. 재현의 폭력성을 지적하며 저항적 독법을 대안으로 제시한 사이드의 작업이 탈식민주의 연구라는 새로운 학제의 태동을 이끌었고, 사이드 이론에서 나타난 난점들이 탈식민 이론과 식민담론 분석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즉 호미 바바, 가야트리 스피박 등을 비롯한 후속 연구자들이 사이드의 성찰을 인용, 확장함으로써 탈식민 연구에서 다양한 논쟁과 상호보완이 가능해졌다. 또한 최근에 이르면 사이드의 논의는 거꾸로 동양이 서양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생산했거나 동양이 같은 동양을 타자화시켰던 역사를 읽어내는 기저가 되고 있다.

이같이 탈식민주의 연구를 촉발시킨 것 외에도, 사이드는 지식인으로서 인권과 현실 정치 문제에 대해 고민해 왔다. 사이드는 팔레스타인인의 생존권을 옹호하고, 서구 문화와 정치권 안에서 작동되는 제국주의의 유산을 지적했으며, 서양의 지적 획일주의를 비판함으로써 인간을 억압하는 시스템에 저항했다. 즉 사이드는 서구 중심부에서 활동하면서도 주변부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않았기에, 케네디는 사이드가 서구 중심부로 ‘밀항’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전략적 입장이었다고 변호한다. 현실에서 사이드와 탈식민 지식인들의 비판이 경청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서구 사회 그 자체”이기에, 사이드의 선택은 필연적이었다는 것이다.

케네디가 강조하듯 사이드의 삶 자체가 다양한 언어, 종교, 문화가 교접하는 과정이었고, 그는 동양인의 시선으로 서구 문화를 비판해 왔다. 사이드의 정체성 자체가 문화의 역설과 길항을 드러내는데, 그는 늘 경계에 서서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고 순응주의에 영합하지 않는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해 왔던 것이다. 또한 사이드는 끊임없이 지식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에 이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여 비평의 진화를 보여주었다.

오늘날 학계에서 사이드에 대한 논쟁은 진행 중인데, 현실 정치에서도 타자에 대한 폭력적 재현 방식이 잘못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다. 사이드가 일생동안 맞서 싸웠던,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획일적인 시스템이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사이드를 기억하고, 그의 성찰들을 읽어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말

전지니: 이화여대 박사과정 수료, 수원대학교 강사. 공역서로『좌담회로 읽는『국민문학』, 주요 논문으로「식민지 시기 역사극의 동학농민운동 형상화 방식 연구 」,「전시동원체제 프로파간다 영화의 가족담론 연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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