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신간안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제임스 랙서, 행성:B온다, 2011).

누구나 쉽게 말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누구도 얘기하기 어려운 개념 중의 하나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란 개념은 어원상 “다수 인민에 의한 지배”이기도하며 “인민의 자기지배 실현”이기도 하다. 또한 민주주의는 체제이기도하고 이념이기도하며 제도이기도 하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개념도 다양하고 접근방식도 다양하다.

민주주의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지금까지 끊임없이 가장 중요하고도 가치있는 탐구영역이자 과제였다. 인류의 역사는 침략과 약탈 그리고 야만을 반복하면서 문명을 파괴했지만 파괴된 그 자리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역동적인 역사를 거듭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런 역사는 곧 민주주의의 역사와 동일한 것이었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지난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 역시 민주주의 문제였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시대가 요구했던 과제는 언론, 집회, 출판, 결사, 사상, 학문 등의 정치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인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도정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기본권조차도 탄압함으로써 정치적 민주주의를 후퇴시켜 버렸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일반 대중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대다수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와 동일시함으로써 최종 목적지로 여기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학습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상실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과 일천한 민주주의 경험을 풍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민주주의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민주주의가 어떤 발전 과정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으며 민주주의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해서까지 폭넓게 들여다봄으로써 민주주의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통찰한다.

이 책은 도시국가인 아테네에서 발현된 민주주의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에 주목한다. 역사를 통해 살펴본 민주주의는 기술과 문화가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경제 또는 사회체제 내의 대규모 권력 투쟁이 일어나면서 얻어진 것이다. 유럽의 경우 민주주의는 도시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자본가들이 기존 지배세력인 봉건 귀족들과 충돌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부와 야망으로 십분 누릴 수 있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이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중동과 북아프리카,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같은 여러 지역에서는 일부 계층에 독점된 권력을 넘겨받기 위한 국민들의 힘겨운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까지 벌어지고 있는 여러 나라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평등이라는 대전제로 시작된 민주주의가 과연 인간의 삶에 평등을 얼마나 가져다주었는지 짚어보자고 말한다. 민주주의를 통해 평등한 삶을 살고자 했던 열의가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부분은 무엇이며, 그것이 인간의 보편적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오늘날 민주주의는 금권정치의 위협에 처해 있다. 세계화를 통해 성장한 다국적 기업들은 엄청난 부와 막강한 정보력으로 국민이 권력을 위탁한 정치가들을 움직임으로써 이익을 창출한다. 이익에 장애가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정치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결과 얻어지는 것은 민주주의가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평등한 삶이 아니며,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향상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심각한 부의 양극화 현상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위임한 권력이 자본을 가진 거대 기업을 위해 일하기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 일해주기를 원한다면 “희망하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에 뿌리를 둔 희망에서 시작해 의사를 표명하고 노력하는 것으로부터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사회가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인 열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자명하며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다수의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외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교양입문서라서 쉽다. 즉 청소년과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과 교양을 갖추게 하자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래서 딱딱하거나 건조하지 않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꾸며져 있다.

차 례

Chapter.A 왜 다시 민주주의인가
대의 민주주의가 가진 한계
민주주의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는가

Chapter.B 민주주의, 어떻게 발전했는가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했다
혁명으로 이룬 민주국가의 태동
민주주의는 인간의 본성과 일치하는가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끝없이 진화한다
Democracy Box |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

Chapter.C 소수의 권리를 위한 민주화 운동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위한 여성의 참정권 투쟁
소수 인종의 민주적 권리를 위한 투쟁
Democracy Box | 개인은 국민 다수가 뽑은 정부에 저항할 권리가 있는가

Chapter.D 소련과 동유럽에 불었던 민주화 바람
정치 개혁 의지를 짓밟은 소련의 전체주의적 독재
소련과 동유럽 국가의 개혁 운동
소련의 붕괴와 제국의 해체과정

Chapter.E 전 세계에 들불처럼 번진 민주주의 물결
정직한 정부수립을 위한 라틴아메리카의 민주주의
석유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주의
밑으로부터의 열망이 살아있는 아시아의 민주주의
분쟁과 기근 속에서 꽃핀 아프리카의 민주주의

Chapter.F 자본주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다
막대한 자본과 민주주의와의 싸움
정치적 동맹의 시도, 유럽연합의 탄생과 과제
민주주의 발목을 잡는 세계화

Chapter.G 멈추지 않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국가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Democracy Box | 완벽한 민주주의 국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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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민주주의 ,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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