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 분진으로 농사 다 망할 판

[연재] 4대강 현장에서 눈물을 보다(2)

익산시 용안면 석동리에는 80여 농가가 약 700여 동의 비닐하우스는 작물을 재배한다. 감자, 수박, 상추 등 철마다 재배하는 작물이 달라 이곳의 농민들은 쉼 없이 일한다. 혹자는 이런 농민들을 보고 돈 버는 일에 재미 들어 그러는 것일까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비닐하우스 1동을 짓는데 드는 비용과 품삯까지 포함해서 생산비가 500백 만원 가까이 든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노릇은 아닐 것이다.

[출처: 참소리]

“농민들은 한해 농사 잘못 지으면 그 손해를 끝까지 물고 가야 해. 다른 작물 농사로 돈 벌어서 갚으면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농민들은 그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어. 농산물값은 올라가지 않아. 그런데 생산비는 자꾸 올라. 하다못해 비닐값, 비료값 이런 것은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고. 결국, 한번 농사 잘못 지으면 그 손해를 평생 업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어.”

농사가 모든 노동의 근본, 또는 삶의 근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라를 책임지는 사람들에게 농사는 여전히 천대받는 일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대형마트에만 가도 우리 농산물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조금씩 깔끔하게 포장된 포장지에 적힌 ‘국산’이라는 단어와 값싼 가격일 뿐이다. 이 농산물이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 우리의 식탁으로 오는지, 그리고 그 유통과정으로 농민들의 몫은 줄어드는 구조는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 포장지와 가격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농민들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생을 땅만 보고 땅과 함께 살아온 농민들에게 이런 구조와 상황은 불청객과 같은 존재이다. 땅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땅에 적응하면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지금 이 시기에는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시시각각 변하는 농산물 가격과 정부의 정책은 땅의 변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진다.

4대강 사업도, 적어도 용안면 농민들에게 4대강 공사도 이렇게 찾아왔다. 개발이라는 것이 땅을, 자연을 순식간에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기에 생태계도, 거기에 기댄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적응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연재해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용안면, 분진으로 올 농사 다 망할 판

“어마어마하게 다녔어. 덤프트럭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다닌다고. 이 매연과 분진을 무시 못 해. 흙먼지나 황사는 그냥 비에 씻겨 내려가지만, 매연하고 뻘모래는 물과 섞이면 비닐하우스에 검게 붙어버려서 빛을 차단해버려. 빛을 봐야 크는 작물들인데 빛을 못 보니까 어떻게 되겠어.”

용안면 석동리는 4대강 금강정비사업 제1공구 현장을 둑 하나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그 둑으로 수많은 덤프트럭이 준설토를 싣고 나간다. 거기에서 날린 분진들은 비닐하우스를 덮쳤고, 겨울 동안 비닐하우스는 검은 분진으로 가득했다. 이 검은 분진은 눈이 내리고 나서야 조금 씻겨 내려갔다. 그러나 지금도 당시의 얼룩들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분진피해가 700여 동의 하우스에서 나타났으니 그 피해규모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출처: 참소리]

“일조량이 없으니까 수박이 수정해야 할 시기에 수정을 안 해. 그리고 병나고 색이 안 나오고, 토마토 이런 것은 피해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3번 정도 출하했는데, 여기는 1번도 겨우 했어. 이렇게 피해는 쌓여만 가고 있지. 답답할 노릇이야.”

하우스 농사는 햇볕이 생명이다. 올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햇볕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농민들은 풍년을 기대했다. 그러나 문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을 한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이 이렇게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부도, 건설사도 4대강을 잘 정비하겠다는 말만 하지, 공사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공사가 진행되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生’을 위해 ‘生'을 죽이다

4대강 금강공사 중 용안지구는 생태환경공원이 조성된다. 이 공원이 들어설 강변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농민이 농사를 했던 땅이다. 그러나 국가소유지라 이들은 말없이 떠나야 했다.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될 이 관광지.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관광지 조성 때문에 많은 농민은 땅을 잃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원을 만드는 동안 이 용안농민은 병든 작물을 보면서 자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농민들을 밟고 조성될 생태공원. 이 공원의 ‘生’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금강하구둑 막기 전에 이곳은 희귀동물들이 많이 살았어. 특히 갈게가 이곳에 많았지. 하구둑 막기 전에는 잡으면 수십 포대가 나왔어. 섬진강에 살던 조개도 있었고, 조개 잡으면 놀았어. 지금은 다 없어졌어. 하구둑 막으면서 민물장어도 사라지고.”

“4대강도 마찬가지일 거야. 자연 그대로 있던 거를 바꾸는 건데, 다 없어질 거야. 기존에 있던 것들은 없어지고, 그나마 있던 것들도 4대강 사업하면서 다 없어질 거야. 얼마 전에 익산시에서 참게를 방류했다고 하는데, 그 참게들이 어디 있느냐는 거지”

[출처: 참소리]

농민들 죽어 가는데 피해가 없다고?

용안면 피해대책위원장 김선태 씨는 “이 피해는 다 누가 보상해줄 거냐고.”, “농사 그만하라는 것도 아니고.”와 같은 말들을 추임새처럼 말을 마칠 때마다 넣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피해를 본격적으로 본 지, 5개월이 넘었지만 변한 것은 없다. 이 상황을 조사하고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 절차를 밟아야 할 관계기관들이나 계룡건설은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는 생각만 들게 한다.

4대강 정비사업. 무려 20조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국책사업이다. 한 기업이 아파트를 짓는 것과는 다른 사안의 국토개발이다.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이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용안면 농민들의 피해에 대해 정부는 제 3자처럼 행동을 하고 있다. 시공사인 계룡건설과 피해농민들의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자기들이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장본인들이 이러고 있으니 계룡건설은 당연히 피해를 축소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지난 1월에 계룡건설에서 부른 조사팀이 이곳 분진을 검사했어. 그런데 분진검사 할 때는 엄청나게 지나가던 덤프트럭들이 1/20도 안 지나가더라고. 바람도 엄청 불던 것이 그날은 불지도 않아. 그리고 그렇게 조사해간 결과도 같이 봐야지. 우리는 4개월이 지났는데도 연즉 그 결과를 몰라.”

피해가 갈수록 늘자, 농민들은 국토부도 찾고 환경부도 찾고 환경분쟁위에 제소도 하였다. 그제야 얼굴을 내민 계룡건설은 분진체크도 하고 피해조사도 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여전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리고 환경분쟁위에는 큰 피해가 없다고 보고 한 모양이다.

농사만으로도 벅찬데

“농민들 죽으라는 것밖에 안 돼. 직장 다니는 사람에게 그만 쉬라고 말하는 것이랑 똑같아.”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공사 현장 주변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농민들이라면 모두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노동자가 해고라는 말 한마디에 죽음을 선택하는 일들이 늘듯이, 농민이 땅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곧 사형선고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밟혀도 다시 서는 풀처럼 농민들은 그 상황에서도 농사일은 멈추지 않는다.

“감수할 수밖에 없어. 사업하는 사람들은 실패하면 다른 것을 해볼 수 있을지 몰라도,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고 농민들이 바로 그 송충이야. 우리는 잘못 돌아간다고 해도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올해가 안되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좋으려니 하고 또 시작하는 게 농민이야. 건강만 허락된다면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고. 그런 생각으로 살지. 우리 농민들은”

농민들에게 사실 농사일 하나만으로 벅찬 삶일 것이다. 피해를 봤다고 농사일 접어두고 정부와 건설사와 분쟁을 다툴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농민들을 농사일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기사제휴=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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