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그래도 희망이다

[발가락이 쓴다](7) 재능교육에서 쌍용차까지, 뚜벅이 일곱째 날

[출처: 오도엽]

뚜벅뚜벅 절망의 거리에 희망의 발자국을 남기며 걷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 뚜벅이’들의 발걸음이 콜트악기 부평공장에 머물렀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날, 뚜벅이들은 조를 나눠 제기차기, 인간윷놀이, 쥐불놀이, 달집태우기를 비롯한 한마당 행사를 갖았다.

12박 13일의 일정도 절반이 훌쩍 지났다. 얼굴은 겨울바람에 꺼칠해졌고, 종아리는 땡땡하게 알이 박혔다. 침낭에 번데기처럼 몸을 구긴 채 농성장을 찾아다니며 잠을 잤다. 하지만 힘들지 않다. 함께 희망을 찾아 떠나는 벗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놀이를 할 때 가장 신명나게 노는 이들은 투쟁일수가 긴 순이다. 날짜 세는 일을 멈춘 코오롱의 최일배와 1500일을 넘긴 유명자가 늘 앞자리 서서 흥겹게 춤도 추고, 게임도 한다.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보지 못한 해맑은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다.

[출처: 오도엽]

정월대보름을 맞아 희망 뚜벅이들에게 시 한 편을 건네며, 일곱째 날 ‘발가락이 쓴다’를 대신한다. 나도 오늘은 기록하기를 멈추고 맘껏 놀란다.

내일(5일)은 지하철 4호선의 종착역인 오이도역에서 뚜벅이의 신나는 발걸음이 시작한다.


그래도 희망이다

희망을 보려거든
저 겨울산 헐벗은 나무를 보라
홀 몸뚱이로 서서
이 겨울을 날 수 있는 까닭은
함께 헐벗고 선 나무들끼리
자신의 손 내밀어 가지와 가지를 맞대고
서로를 찾는 발걸음이 뿌리와 뿌리를 얽히고설켜
숲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배불러서 희망이 아니다
춥고 배고픔을 함께 견뎌 낼 벗이 있어
겨울나무는 봄을 여는 연둣빛 새순을 움틔우지 않는가
아름다운 세상도 마찬가지다
아픈 이들이 없는 세상이 아름다운 게 아니다
고통 받은 이들과 함께
손에 손을 잡고
한발짝 한발짝 함께 걷는 이들이 넘쳐 날 때
아름답다
참 아름답다 말하는 것이다
패배나 절망이 있기에 희망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무수한 패배를 딛고 일어서는 게 희망이다
숱한 절망을 깨는 몸짓이 바로 희망이다
행복은 그렇게
그렇게 손에 손을 잡는
발자국 소리로 다가오는 것이다
마치 겨울나무 연둣빛 새순 틔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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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정

    오도엽시인님이 이렇게 매일 사진과 글을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가보지못해 미안하기도 하고,아쉽기도하고 부럽기도 하고...아는 얼굴들이 보이니 더 반갑네요^^

  • 희망뚜벅이 검색하다 오늘 오도엽작가님 글 처음 봤어요. 앞으로 몇일 안남았지만 즐겨찾기 등록해놓고 매일 올려주시는 글 기다리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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