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가면 도우미와 잘 놀지 못해서 잘랐다”

평소 현장에서 일 잘한다고 표창까지 받았는데 하루아침에 정리해고자로 선정된 것이 너무 억울해서 정리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일은 잘해도 회식 때 노래방가면 도우미와 잘 놀지 못해서 잘랐다!”
이 기막힌 대답을 들으며 코오롱이 어떤 기업인지 그때서야 몸서리치게 깨달았습니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막가파식 정리해고에 일만 하는 노동자는 그렇게 버려졌습니다.

긴 싸움에 지친 가족의 상처

아빠가 코오롱에서 정리해고 되었을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딸은 “아빠, 힘내세요. 쫓겨났지만 가족을 위해 싸우는 아빠가 자랑스러워요”라고 했습니다. 100일 투쟁 문화제 때 편지글까지 써서 낭독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나자 “아빠, 이제 그만해요. 엄마가 너무 고생하잖아요. 가족을 돌보지 않는 아빠가 너무 원망스러워요!”라고 했습니다. 아빠는 고통스러웠습니다.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어느새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가장이 된 것입니다. 아빠는 결국 정리해고 투쟁을 포기합니다.

정리해고는 한사람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정리해고로 가족은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처로 아픕니다. 생활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내려앉습니다. ‘보험을 해약하고... 적금도 해약하고... 애들 학원도 끊고... 차도 팔고... 대출 내고... 그것도 모자라 친인척에게도 돈 빌리고...’


경영위기의 일방적 희생양 정리해고자가 죄인?

정리해고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차갑습니다. “회사에서 아무 이유없이 잘랐겠나? 평소 일을 똑바로 못했으니 잘렸겠지!” 일 잘한다고 회사에서 받은 표창은 그때 아무 것도 변명해줄 수 없습니다.

코오롱은 이웅열 회장이 18개 계열사에 마구 퍼부었던 자금이 부실과 적자로 이어지자 600여명을 강제 퇴직시키고 임금 200억을 깎았습니다. 그래놓고도 78명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부실의 책임을 떠안게 된 노동자가 정리해고된 것만 해도 억울한데 회사는 해고투쟁을 가로막던 용역깡패를 정식 경비로 채용했습니다.

이 파렴치한 기업 코오롱을 어떻게 용서 할 수 있습니까? 8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이 긴 시간, 수많은 고통에서도 투쟁을 포기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리해고자는 사회에서도 패배자로 낙인찍히고 다른 곳에 취직도 안 됩니다. 시키는 대로 일한 죄 밖에 없는 우리가 왜 이런 고통으로 평생을 살아야 합니까?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죽을죄를 저질렀단 말입니까?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아픔, 그래서 “살인” 이라고 표현하는 정리해고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MB정권과 닮은 코오롱, 결코 좋은 기업이 될 수 없다

코오롱이 대한민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대상을 받았습니다. MB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 전직 사장으로 10년간 일한 적이 있고 지금도 코오롱 고문으로 월 수백만 원을 받고 있어서 선정된 걸까요? 아니면, MB정권에서는 노동자를 죽이는 기업이 가장 좋은 기업인가요?

<낙동강에 두 차례나 페놀 유출 사고>, <노조 선관위를 돈과 향응으로 매수해 인사팀장 구속>, <희망퇴직, 임금삭감 고통분담 불구 노조와의 합의 파기 정리해고>, <용역깡패를 정식 경비 직원으로 채용>, <(고)장자연 리스트에도 연관>, <자켓에서 발암 물질 검출>, <듀폰사 기술 유출로 1조가 넘는 보상금 소송>, <이상득 의원 보좌관 비자금에 연루>...

노동탄압과 온갖 비리로 얼룩진 반인권기업 코오롱이 이 땅에서 좋은 기업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코오롱이 물산업 민영화로 상수도까지 수중에 넣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가 진정 제대로 된 사회입니까?

코오롱 정리해고 투쟁은 한 사업장만의 투쟁이 아니다

저희들의 정리해고 투쟁은 저희만의 투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오롱 같은 기업이 판치는 한 노동자들의 일터는 고통스럽습니다. 기업은 돈이 넘쳐나서 주체할 수 없고 노동자,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될 것입니다. 부도덕한 기업을 심판하고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이라는 사명으로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