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정성을 들이면 만져지는 것이 있다

[조성웅의 식물성투쟁의지](8)

내 30대의 마지막 날에 아내와 아들 문성이
그리고 수희와 준호랑 함께 동지들을 위해 만두를 빚었다

마음이 가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오래도록 정성을 들이면 만져지는 것이 있다
일수형을, 기혁이를 그렇게 속절없이 보내고도
그 분노의 내면을 닮은 둥글고 촉촉한 것들
힘들었다고, 마침내 사랑이었다고 고백해야 하는 것들

나는 밀가루 반죽을 하면서
오직 힘만이 아니라 관계를 찰지게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수희는 만두피를 소주병으로 얇게 펴면서
구김살 없이 밝게 펴진 준호의 웃음처럼
이랜드 투쟁으로 감옥에 있는 준호 아빠를 생각했을 것이다
아내는 아들 문성이가 엉성하게 만두를 빚는 모습에
삶의 뿌리까지 즐거운 표정이다
어쩌면 아무 것도 이룬 것 없는 내 30대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가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난 만두를 한 잎 가득 넣고 밋있게 먹는 동지들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 희망의 따뜻한 속살을 오래도록 만지고 싶었다

오래도록 정성을 들이면 만져지는 것이 있다 (2008년2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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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수 , 희망 , 류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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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가 있네요.
    한 잎 - 한 입
    밋있게 -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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