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것들

[식물성 투쟁의지](26)

여리게
       여리게
          한 잎
             두 잎
                봄바람 분다

지금 저 새순은
무슨 일이 잔뜩 일어날 것 같은 예감 속에 있다
과연 꽃피울 수 있을까 묻지 않는다
그냥 밀어올리는 거다
새순은

우리가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적들의 탄압이 아니라
스스로 혁명적 전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울 때는 잔가지에서 흔들리지 말고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
예감은 뿌리로부터 자란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들은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것들이다
임박한 파국처럼 걷잡을 수 없는 것들
지금부터 이 세상이 아닌 것들이다

여리게
       여리게
          한 잎
             두 잎
                봄바람 분다
                   봄바람이 분다니까!

(2009년4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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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jddyd7

    그렇습니다. 잔가지가 아닌 뿌리로 돌아가야할 때입니다. 봄바람은...가지나 잎사귀가 아닌 뿌리가 밀어올리는 힘입니다. 나무는 흔들려도 뿌리는 뽑힐지언정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 뿌리와 바람의 직관을 통찰하는 동지의 시입니다. ..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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