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연과 눈물이 깃든 곳

[최인기의 사진세상](10) 안양 최대 재개발단지 덕천마을

오늘 소개할 마을은 큰 덕德자에 샘 천泉자 덕천마을입니다. 안양시 만안구 안양 7동 148의1 일원, 25만7천590㎡ 부근인데요. 지난 9월 12일 이곳 마을에서는 전국철거민연합 소속의 철거민대책위 발대식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날 저는 카메라를 준비하지 못해 아쉽게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덕천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개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이런 규모는 안양은 물론 평촌 신도시 이후 최대 규모의 건설 물량이고, 서울 난곡보다 크다 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덕천마을에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초에 시흥시 정왕동 출신인 원정상이라는 사람이 안양7동 213에 정착하면서부터로 기록되어 있네요. 이어 전주 이씨, 창녕 성씨 등이 머물면서 취락으로 발달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서울 인근이라고 하지만 1960년대까지 농경지로 경부선 철도변을 끼고 아카시아 동산이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후 안양 냉동사(안양7동 196-15), 주식회사 삼풍(안양7동 199), 대영모방주식회사(안양7동 196-12), 동화약품공업주식회사(위치, 안양 7동 189)등이 들어서면서 농공단지로 발달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덕천마을 본래의 이름은 넓은 벌판에 있다고 하여 ‘벌터’라 칭했다고 합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떠난 마을이지만 비교적 오랫동안 거주해온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그 흔적들이 단란하고 소박해 보였습니다.


1977년 7월 대홍수 때 안양천 범람으로 많은 수재민이 발생하자 수재민촌으로 불렸고요. 이 해 9월에 안양의 삼영운수라는 시내버스가 버스노선을 개설하면서 버스 안내판에 ‘수재민촌’으로 명기하였던 것을, 주민회의를 열어 덕천마을(德川洞)로 명명했다고 합니다. 당시 안양천은 매우 더러운 오염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는군요. 이러한 여론에 따라 1년만인 이듬해 1978년 9월 어린이들이 샘솟듯이 씩씩하게 자라서 나라에 큰 일꾼이 되라는 뜻으로 큰 덕德자에 샘 천泉자를 취해 덕천마을(德泉洞)로 개칭하고 마을입구에 ‘덕천마을’이란 표석을 설치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는 낯익은 현수막이 군데군데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손으로 휘갈겨 쓰인 붉은 글씨는 마치 80년대 혹은 90년대 초 철거투쟁 지역을 방불케 했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의 집처럼 멀쩡한 집들이 비어 있거나 헐리기 직전의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뭐랄까요, 그 스산한 느낌이 마치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거대한 영화 촬영장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진행된 덕천마을의 개발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06년 4월 17일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하게 됩니다. 그해 9월 7일 경기도로부터 정비구역 지정 및 고시가 되고요. 역시 같은 해 12월 19일 대한주택공사로부터 사업시행자 지정 및 고시가 됩니다. 그리고 2011년 4월 16일 안양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일부 주민의 반대 속에 ‘관리처분계획안’이 통과됩니다. 곧바로 2011년 4월 28일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동부건설이 구성한 삼성컨소시엄을 사업시공사로 선정하기에 이릅니다. 결과적으로 완공이 되어야 알겠지만 삼성 측이 제시한 사업 계획서에 따르면 전체 사업면적 중 공동주택용지로 32층 높이의 17만6천696㎡를 개발해 39∼165㎡ 짜리 아파트 4천276가구를 건설하고요. 이 중 17%인 729가구는 임대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대한주택공사를 통한 공영개발 방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수많은 철거 재개발 지역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첫째로 토지 등 부동산 감정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주민들에게 통보된 감정가액이야 각 호별로 다르겠지만 평당 1천500만~2천500만 원 선에 각각 거래되는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감정가가 700만~1천만 원으로 크게 저평가됐다며 재평가 또는 사업 전면 취소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평가액이 높다 하더라도 대신 신축아파트의 분양가는 그만큼 더 높이 치솟게 될 것입니다.

둘째는 건축비 논란입니다. 2004년 사업추진에 따른 현상 설계상 예상 공사비가 4천700억 원이었으나 이후 5천950억 원으로 26.6%가 증액됩니다. 공사비가 20% 이상 증액될 경우 반드시 주민 총회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주민대표 이 모 씨가 총회는 고사하고 통보조차 없이 사업시행자인 주택공사와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2009년 5월 일반관리 명목으로 2천825억 원이 책정되면서 공사비가 8천775억 원으로 대폭 증액됐고, 최근에는 9천142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사업비가 당초 설명보다 100% 가깝게 늘어난 것입니다.



셋째, 이 과정에서 주민대표를 맡고 있다는 사람이 각종 사업시행 및 구역 지정에 따른 동의서에 주민들의 인감도장을 임의로 위조, 날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전체 3천417세대 주민 대부분이 7천 원씩 낸 돈의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양시 관계자는 “공사비가 8천775억 원에서 9천142억 원으로 증액된 것은 현금 청산비가 계상되면서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넷째, 주민들은 이러한 와중에 강압적으로 분양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사진 속의 덕천마을 영세가옥주 위원장 서재범(남 55세)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덕천마을 주민들이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 부담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습니까?” 대한주택공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3m² 크기 연립주택을 소유한 주민이 만약 84m² 크기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약 1억8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하다” 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한주택공사에서 제시한 감정가액 가지고는 안양시에서 전셋집도 들어가기 힘든 상태입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이 모여 2012년 7월 전국철거민연합과 함께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철거민들의 마지막 요구는 매우 소박합니다. 이주대책을 위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순환식 개발과 가수용 단지로 안정적인 거주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공임대아파트를 더 많이 지어 입주가 어려운 주민들의 조건에 맞게 분양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세입자들의 문제인데요. 대한주택공사는 2006년 9월 7일 정비구역 지정 3개월 이후 세입자들의 식구 수에 따른 4개월분 주거 이전비를 주겠다는 것이고, 세입자들은 토지보상법 등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3개월 이전 세입자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일반 세입자가 1천여 가구에 이르고 이들의 입주가 가능한 공공 임대아파트가 총 729세대에 불과하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자전거포를 운영하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봤습니다. 철거 용역반원들이 무섭지 않느냐고 여쭤보자 두 분은 지난 여름 이 마을에 있던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이 빈 주택에서 동 파이프와 알루미늄 창틀을 뜯어 몰래 판 사실을 이야기해 줬습니다. 결국 용역반원들은 경찰에 불려갔다며 누가 들을까 조심조심 슬며시 귀띔을 해주십니다. 무너지기 직전인 위태로운 마을에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것도 위험하다고 합니다. 중고 자전거를 5만 원에 구입해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봤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떠난 자리에 이제 가을 들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무성한 풀들과 나무로 뒤엉켜 있는 집들 사이로 가난한 이들의 사연과 눈물이 엿보여 안타까웠습니다.




안양 최대 규모의 재개발단지라 할 수 있는 덕천마을 ‘주택재개발사업’은 원주민을 철거민으로 내몰며 이윤에 돈이 먼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대한주택공사가 주도해서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며 이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대부분의 주택 부동산 규제는 실질적으로 풀린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제기된 수많은 문제들의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이날 철거민들이 후렴구로 외친 ‘민중권력 쟁취’ 라는 구호가 새삼 가슴에 꽂혔습니다.
덧붙이는 말

* 참고자료
안양시 사이버 향토사박물관 안양7동 지명유래
<경인일보> 및 전철연 안양덕천마을 결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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