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이브라는 텅 빈 신화

[최인기의 사진세상](12) 표류하는 청계천 노점상



이명박 정권의 임기를 몇 개월 남겨두고 수많은 평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빈민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써 가장 황당한 이야기는 청계천복원과 ‘가든파이브’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1조 7,715억을 들여 지은 ‘가든파이브’는 전체 점포수 총 8,360개에 이릅니다. 패션, 영화, 전자제품 등을 소비할 수 있는 라이프(Life)관과 원자재 구입부터 제작 판매가 가능한 웍스(Works)관, 공구전문매장이 모여 있는 툴(Tool)관 등 세 곳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규모는 강남 코엑스의 6.2배, 그리고 롯데월드의 1.4배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이밖에도 2015년까지 활성화단지인 ‘가든파이브 드림(Dream)’과 물류단지인 ‘가든파이브 익스프레스(Express)’도 조성될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 ‘가든파이브’가 문제랍니다. 도대체 왜 문제일까요? 그리고 어디서부터 출발할까요?

이곳 상인으로 오랫동안 투쟁하고 있는 유산화(여 52세)씨를 통해 2012년 10월 8일 서울시와 상인들 간의 토론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든파이브’를 찾았습니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에 하차하여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가든파이브’입니다. 입구부터 광장 안에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더없이 평온해 보였습니다.




라이프(Life)관, 웍스(Works)관, 툴(Tool)관을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한산합니다. 대낮인데도 텅텅 비어있고, 쇼핑객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라이프(Life)관, 웍스(Works)관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라이프(Life)관의 경우 CGV 영화관이 입점해 있는 영관 이외의 나머지 관들은 대형 브랜드 매장들이 들어선 1~2층을 제외하고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라이프(Life)관 중앙에 6,000㎡ 규모로 조성된 광장위로 마치 거대한 우주선을 방불케 하는 조형물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그러나 왠지 그 명성에 걸맞지 않아 허세로 느껴질 뿐입니다.

‘가든파이브’의 평균 상가 계약율은 50%에도 못 미친 상태입니다. 웍스(Works)관, 툴(Tool)관의 경우도 이곳이 과연 국내 최대 유통단지가 맞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대부분 텅텅 비어 괴괴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싼 임대료와 백화점 등 대형매장의 영업 행위로 SH공사 측과 상가번영회 간의 법정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든파이브’의 문제는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인은 익히 알려졌듯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공사부터입니다. 2003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추진하게 됩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도 대규모 공사를 강행하려면 상인들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묘책으로 나온 것이 2009년 완공 목표로 서울 송파구에 지하 5층, 지상 11층 가까운 높이의 건물 3개 동으로 전체면적이 82만 300㎡에 달하는 유통단지인 ‘가든파이브’ 를 지어 상인들을 이전한다는 계획입니다.


도시개발단계에서 첫 단추는 바로 이해 당사자 간의 충분한 합의와 약속이 이루어졌느냐 입니다. 이에 대하여 “저희 가족은 청계천 황학동 삼일아파트 21동에서 1989년도부터 오복식당을 경영해 왔습니다. 당시 일일 매출이 약 250만 원을 상회하던 상점이었어요. 단골이 꽤 되었죠. 권리금이 1억 8천에 달했습니다. 2002년 서울시 청계천복원사업으로 이주요청에 동의한 것은 서울시가 약속한 동남권유통단지 안에 7평짜리 약 7,000만 원 정도의 분양권 제공을 약속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의 할머니는 유선화 씨의 어머니 안영희(여78세)씨입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을 하십니다.

보수언론은 이 당시부터 이명박 전 서울시장 띄우기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청계천 조성으로 영업에 피해를 본 주변 상인들에게 대규모 상가시설을 건설해서 반값 수준으로 특별 분양을 해준다니 다들 탁월한 식견이라는 식의 지지를 보냈습니다. 덧붙여 이런 사람이 국가를 경영해야 된다는 기사가 슬슬 나오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습니다. 청계천복원공사는 일사천리로 척척 진행이 되었지만 청계천 인근의 상권은 반 토막 났고, 많은 사람들은 다른 생계 방편을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사진속의 안규호(남 61)씨는 ‘가든파이브 상가번영회’ 회장입니다. “서울시는 2007년도 새로 짓는 ‘유통단지’에 입주 가능한 상인은 약 6,097명이라는 발표를 하였고, 같은 해 12월 ‘계약 특수조건’이라는 것을 갑자기 들고 나와 상인들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내용에 담긴 ‘이중영업을 금지한다. 계약일로부터 전매제한 기간을 두도록 한다. 그리고 이를 어겼을 경우 단속을 한다’ 등의 이유를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전합니다. 이는 청계천상인들이 영세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결정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2008년으로 접어들자 입점할 수 있는 대상은 서울시 주장으로 4,718명으로 줄었습니다. 결국 뚜껑을 열자 당시 1,350명 정도만이 계약을 마친 것으로 조사됩니다. “2008년 6천에서 7천이면 분양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약속을 어기고 대략 2억이라는 고 분양가로 분양을 시도하자 청계천 상인들이 결국 ‘가든파이브’를 포기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또 하루 평균 수익이 5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소점포 상인들에게 상가 평당 임대료는 20만 원 수준으로, 5평만 되어도 한 달에 관리비 포함하여 10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업적 쌓기 목적으로 추진된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주변의 영세 상인들과 같은 이해 당사자들의 경제적 물적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서둘러 복원사업을 관철시켰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이제 계약 종료에 따른 자격상실로 인하여 수많은 상인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한편, 입점 계약률이 저조해지자 다급해진 서울시는 유통단지의 30%에 대해 서울시 SH공사가 지분을 갖거나 일반 기업에 분양하였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실적 위주의 분양율을 높이기 위해 다점포 우선분양을 실시했고 특혜분양 의혹이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잠실롯데백화점과 코엑스라는 대형 상권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상권이 과포화인 상태에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이밖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대신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상주인구가 부족하다는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상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천문학적인 혈세를 퍼부어 귀곡산장을 탄생시켰다는 지적이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원래 이글을 준비하기 이전에 청계천을 먼저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가든파이브’는 당초 청계천 복원을 위한 상인의 이주 목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목적이 이윤 획득과 가진 자들의 잔치로 전락했을 때 축제의 장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가든파이브’입니다.




청계천 복원 공사를 추진하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언론의 입을 통해 하나의 신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고,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청계천 약 15만 평 주변의 주민들과 6만 5천여 상가 20만여 명의 상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확인되는 것은 일부 노점상들이 숭인동과 동묘 근처로 밀려나 장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과 일부 상인들은 겉모습만 번지르르 할 뿐 속빈 강정인 ‘가든파이브’ 안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표류할 뿐입니다. 신화 속에 가려진 허구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통해 하나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게 어디 ‘가든파이브’ 뿐이겠습니까? 다음에는 청계천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참조
2007년 11월 12일 서울시 주요업무보고서(서울특별시 균형발전추진본부)
이명박,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랜덤하우스) ,
이명박, 신화는 없다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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