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백만 명 긴축 반대 시위...“시스템을 파괴하라”

“분노한 사람들”, 정치운동 꿈틀...“분노에서 반란으로”

스페인 “분노한 사람들(los indignados)” 출현 2주년을 계기로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 보수 정부의 긴축과 사유화에 맞섰다.

“분노에서 반란으로”라는 구호 아래 수백만 명이 12-13일 20여 개 도시에서 양일 시위에 나섰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 등 각 도시에서 일어난 시위는 지역마다 수십만 명 규모로 진행됐다.

시위에 나선 학생, 의사, 노동조합 활동가, 연금 생활자, 청년 실업자 등은 특히 주택 강제퇴거, 의료민영화, 교육삭감을 강행하는 라호이 정부의 긴축조치와 부패를 문제로 저항했다. 곳곳에는 “혁명은 너 안에서 시작된다”, “불복종하자. 스스로를 조직하자. 투쟁을”이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출처: http://www.kleinezeitung.at/ 화면 캡처]

시위에 참여한 한 사람은 “나는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나왔다. 그들은 건강, 교육 등 기본 서비스라는 삭감하지 말하야 할 곳에서 돈을 줄이고 있다. 또 최근 왕가의 부패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모두 썩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에서는 의료민영화, 강제퇴거, 교육사유화를 중심으로 하는 모두 3개의 시위가 동시에 진행됐다.

마드리드에서 모기지 피해자들의 조직(PAH)은 시위 행진을 하고 “시스템을 파괴하라”며 정부의 긴축에 반발했다. 이들은 정치인들에게 모기지 관련 법안 개정과 은행으로부터 가난한 가정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인도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5만 명 이상이 참여한 바르셀로나 시위에서 사람들은 지방관청 소속 빈 건물을 점거하기도 했다. 몇 년 사이 스페인에서는 수십만 명이 강제퇴거 당했지만, 사실상 이 건물은 수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

계속되는 사유화 압력에 고조되는 의료, 교육, 주택 위기

5년 동안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스페인에선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보수적 긴축 정부 아래 의료 사유화, 교육 예산 절감과 통제 강화, 강제퇴거, 대량 실업 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마드리드는 현재 스페인에서 강력한 사유화 조치가 추진되는 지역이다. 정부는 수많은 의료센터와 병원에 대한 민간 기업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5월초에는 65세 이상 모든 간호사, 조산사, 물리치료사, 간호조무사, 의사가 통지 없이 퇴직 처리 됐다. 퇴직 시점은 15일이며 이때까지 노동자들에게는 강제 휴가 처분이 내려졌다. 의료 노동자들은 일자리뿐 아니라 시민의 건강권과 환자에 대한 치료는 더 이상 보장될 수 없는 상태라고 경고하고 있다.

의료 사유화를 저지하기 위해 노동조합, 직업단체와 지역단체 등 사회운동 단체들은 지역의회와 스페인 양원에 서명을 전달하고 국민청원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개시 5일 만에 마드리드 거주자 650만 명 중 1백만 명에게 사유화 반대 서명을 받았다.

주택도 계속되는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다. 2008년 부동산 위기 후 35만 가구가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강제퇴거됐고 지난해에만 5만 가구가 집에서 쫓겨 났다.

교육부문에 대한 예산 절감과 통제 강화도 심각하다.

지난 9일에는 교육사유화에 반대하는 전국 총파업이 일어났다. 초중등학교 교직원, 대학교 강사, 학생과 학부모 등이 시위에 참여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1일 파업에 65%의 교직원이 참여했다. 2010년 이래로 교육부문에는 67억 유로가 삭감됐다. 10일 스페인 의회는 새로운 교육평가제도를 도입했다.

“분노한 사람들”, 정치운동 꿈틀

지난 10-12일 “분노한 사람들”은 2년 전 시위캠프를 설치하고 수주 동안 시위를 벌였던 카탈루냐 광장으로 다시 모여서 운동 전략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은 “우리가 행한 것은 역사가 됐지만 우리는 더 앞으로 가야한다. 사실상 우리는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분노한 사람들” 중 일부는 보다 조직적 저항과 대안을 구축하기 위해 “분노한 이들의 당”을 계획하고 차기 총선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4월 말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무기한 시위는 적은 참여자를 이유로 비참하게 좌절됐다. 이날 시위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제안됐고 참여자들은 보수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시위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어떠한 정당도 지지하지 않았다.
태그

강제퇴거 , 스페인 , 의료민영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