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산누출이 안전사회 이행 포문 열었다

석면슬레이트에 고기 굽던 시절과 달라...“작업안전, 복지사회 주요 키워드”

2차례 삼성 불산 누출 사고가 위험사회 포문을 열고 전 사회적 수준에서 본격적인 안전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논의의 시급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이 유해화학물질 관련 법 통과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오히려 삼성 불산누출 사고가 안전사회에 대한 열망을 더 불러왔다는 것이다.


15일 열린 ‘삼성반도체 연이은 불산누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항주 심상정 의원실 환경정책 보좌관은 “삼성 2차 삼성 불산 누출 사건이 위험사회의 포문을 열고, 안전사회로 나갈 길목이 될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통과를 가능하게 했다”며 “지금이야말로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박항주 보좌관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옷, 안경 같은 생활용품의 화학물질 규제가 심한 것은 일상생활 안전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 있기 때문”이라며 “위험 사회에서 안전 사회로의 전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위험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그 정점에 산업안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에 관한 법(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으로 화학물질 안전 문제를 통한 사회적 안전 문제가 쟁점이 됐다면, 이제는 산업재해 같은 작업현장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복지사회의 주요한 키워드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보좌관은 작업현장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산업보건안전 관련 법개정 방향으로 △원청업체의 안전관리책임 대폭 강화 △하청업체 및 협력업체에 위험정보 제공 및 안전교육 강화 △위험성이 매우 큰 작업 원천적 도급 금지 △공정안전보고서 의무화 △산업재해발생시 처벌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산업재해 처벌규정은 솜방망이”라며 “삼성전자 같은 곳은 안전설비 시설이나 배관을 바꾸는 것보다 벌금 최대치인 1억만 내는 것이 낫다”며 “실제 법원은 1억도 아니고 몇 천만 원만 벌금을 내라는 상황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유인책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 보좌관이 삼성 12개 계열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7년부터 2012년 7월까지 위반내용별로 554건이 나왔지만, 법 위반 과태료는 4,644만 원에 불과했다. 적게는 1회 8만원에서 최대 1,295만 원까지 벌금을 냈지만 총 법위반 1회당 평균 과태료를 계산하면 8만 3천원 꼴이었다.

박 보좌관은 “벌금 1억 원은 삼성에서 돈도 아니”라며 “영국의 산재 사망시 사업주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기업살인법 같은 책임성 강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온 서영태 환경부 화학사고 TF팀장은 “지난 7일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통과되자 언론은 ‘화학물질 관리의 새로운 전기’보다는, ‘기업에 부담이 커진다’라는 논조가 많았다”며 “이런 한국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불산 사고에서 보인 삼성 태도의 근본적인 원인과 같다”고 지적했다.

“삼성, 사실상 경기도의회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거부”

이날 토론회에선 삼성의 조사거부, 안전 불감증, 주민속이기 행태 등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권칠승 경기도의회 의원은 “삼성 불산사고가 나자 경기도의회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했지만 조사과정에서 삼성의 비협조는 사실상 조사 거부였다”며 “현장접근과 주변 시료 채취 거부, 현장 CCTV나 공정안전보고서 제출 거부, 증인출석 거부 등 소통을 강조하는 평소의 주장과는 매우 다른 행태였다”고 지적했다.

권칠승 의원은 “1월에 발생한 1차 불산 사고는 방제복을 잘 입고 작업을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고였지만 5월 2일 발생한 2차 사고는 파이프 안에 잔류 불산이 없음을 기계와 육안으로도 점검하고 작업했는데도 사고가 난 것”이라며 “기계적으로도 점검이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는 사고였다. 이런 문제는 삼성전자 위기관리 자체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으로, 사고 규모는 2차가 더 작았지만 그 심각성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최진선 화성 노동인권센터 소장은 동탄 주민으로 이번 사고를 바라보고 주민 모임 간사로 삼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느낀 안전사회에 대한 고민을 조목조목 전했다.

최진선 소장은 “초일류 기업 삼성은 화성시민에게 하나의 자랑거리였다”며 “그러나 불산사고를 통해 삼성은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예전엔 집안이나 버스, 기차에서 애들이 있건 없건 담배를 피웠는데 지금은 그러면 야만인 취급을 받고, 십 년 전만 해도 석면 슬레이트에 돼지고기를 구워먹었지만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이런 변화는 위험을 이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삼성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그동안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왔는지가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삼성은 사고가 나자 2차 주민설명회에서 법위반 사항 최우선 조치, 외부전문업체 선정 등 안전점검 시스템 강화 약속을 했지만, 나중에 화성 시의회를 통해 이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자 매번 거부했다”며 “상성의 대책이 옳은지 그른지도 알 수 없고,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도 전혀 검증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삼성 소통협의체를 만든다며 입주자 대표자 등을 포함했지만 화성시, 시민단체, 전문가는 배제했다”며 “소통협의체도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고 있으며 화성시가 제기하는 어떤 문제에도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삼성 불산 사고는 갑을관계의 문제”라며 “하청업체 노동자는 자기 업체가 폐업될 수도 있는 상황 때문에 목숨을 걸고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불산에 노출된 노동자는 바로 병원에 이송하여 경과를 지켜봐야하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손 연구원은 “특히 신라인인 화성공장은 최신 시설이라고 얘기되는 곳인데, 구 라인인 기흥과 온양 공장에는 얼마나 많은 사고가 내재되어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며 “지금도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삼성 불산 문제는 관리할 수 있었지만 관리가 안 됐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며 두 사업장에 특별감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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