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인가 체제위기의 시작인가, 기로에 선 중국공산당

[주례토론회] 중국 발전모델 전환과 전망

[편집자주 - 토론내용]

망한다 VS 안 망한다, 과연 중국의 길은 어디로?

중국은 극단적인 여러 전망이 교차하는 국가이다. 민족주의적인 보수 우파는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를 비판하면서 사회주의국가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면서 곧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체제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 비판한다. 또한 좌파 역시 시장화의 길을 확대해온 중국을 국가자본주의국가로 규정하며, 성장의 정체와 실업률 급증이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억눌린 노동자들의 불만에 불을 지펴 대규모 소요사태와 체제붕괴를 일으킬 것이라 비판한다. 오히려 중도라 일컬어지는 정치세력과 글로벌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중국공산당의 안정적인 체제관리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면서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이끌어 갈 또 다른 중심축으로 중국을 치켜세운다. 이처럼 중국예찬론과 중국붕괴론은 정치 성향만이 아닌 경제적 이해관계로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사이버 공간에선 객관적인 분석보다는 주관적 의지가 과잉되면서 ‘중국이 어떻게 될 수밖에 없다’라는 편협한 전망이 횡행한다.

중국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도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넓다. 같은 국가사회주의 체제였던 소련/동유럽과 비교하면서 중국적 특징(점진적 개혁개방과 국가의 금융 통제)을 강조하는 비교정치경제학적 입장이 있는가 하면, 세계 정치경제의 변화와 중국의 부상을 장기적인 역사 속에서 분석하는 세계체계론적 입장이 있다. 전자가 주로 중국 내부만을 한정해 세밀한 거시적/미시적 제도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후자는 미국자본주의를 비롯한 중국 외부까지 확장하는 초장기적인 역사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개념도 등장했는데, 여기서 개발도상국이나 체제 전환 국가들이 중국의 발전모델을 따라야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중국 지식인들 역시 ‘중국모델’에 관한 여러 가지 논의를 촉발시키면서 ‘중국모델’의 특징을 제기하였다. (발제문 참조)

과연 중국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런 와중에 지난 6월에 터져 나온 ‘차이나쇼크’(참세상,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26) 참조)를 계기로, 이후 한 두 달 사이에 세계의 여러 경제석학들이 중국경착륙에 대해 심각한 논쟁을 벌였다. 지난 2010년 미중 환율갈등에서 미국의 이해를 대변했었던 폴 크루그만(프린스턴대 교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이번에도 중국에 대해 비판을 날을 세웠다. 저임금체제의 쇠락과 과잉투자 때문에 곧 경착륙에 빠질 것이라고 포문을 연 것이다. 이에 대해 스티븐 로치(예일대 교수, 모건스탠리 아시아 비상임회장)는 중국경제의 내부적 문제가 분명 존재하나 아직 정책대응의 여력이 있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섣부른 경착륙은 일면적 비판이라고 반박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이런 경제석학들의 논쟁을 단순히 관망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수출중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중국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중국 위기론이 회자되고 있는 이때, 아마도 여기에 가장 민감한 국가가 바로 한국일 것이라 판단된다. 이번 주례토론회에서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성급한 ‘중국붕괴론’과 주관적 희망으로 과잉되어 있는 ‘중국예찬론’을 모두 거두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중국 내부의 모순을 찬찬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어떠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 중국은 어떻게 나아갈지 그 전망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여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1. 점증하는 위기들과 대응
– 과잉투자, 부실대출, 지역갈등, 저임금, 격렬한 투쟁

(1) 경제적인 면

먼저 최근에 부각된 부동산 과열, 지방정부채무, ‘그림자금융’의 문제점들을 살며보자. 그 위협요소들은 분명 존재하나 좀 과장되어 있다. 가령 ‘그림자금융’만 해도 그 규모는 전 세계 규모의 1%(미국 35%)에 불과하다. 더구나 중국의 경우는 서구와 달리 금융통제가 강해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파생금융상품이 없다. 그리고 은행, 증권, 자산운용업 모두 레버리지가 없다. 따라서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급속한 성장이 문제이지 아직 절대액수에서나 레버리지 면에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GDP대비 25% 추정되는 지방정부 부채도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구조여서 국가부채 비율이 낮은 중국의 경우 이것이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는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것이 주택과잉과 수요부족으로 인해 집값이 폭락하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수요과잉과 공급부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매년 2100만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올라오고 있으나 매년 건설되는 주택은 780만 채이다. 물론 일부 도시지역에선 과도한 투기가 문제가 되지만 이미 중국 정부가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고, 전체적인 수준에서 볼 때,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주택버블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도시로 몰려드는 농민공들과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을 위한 적절한 수준의 임대주택들이 공급되지 못해서 문제이며, 이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면서 도시의 힘든 생활을 견디고 있다.

중국의 가장 큰 경제적 위협요인은 고용문제와 직결된 수출 편향의 경제구조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되면서 무역의존도가 GDP 대비 50%를 넘을 정도로 매우 심화되었다. 이는 13억 인구대국임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치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수준의 장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특히 중국 수출시장의 중심이었던 미국과 유럽 시장이 축소되면서 중국 역시 수출중심 경제체제의 한계를 맞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기업도산이 늘고 있는데, 수출가공지대 도산기업 15만 여개에 이른다. 또한 2012년 말 중국사회과학원과 해외시장조사업체들이 밝힌 기업부채는 GDP대비 평균 110%로서 다른 선진국들 미국, 일본 보다 높고 영국, 프랑스 수준이다.

이런 위기에 대해 중국정부는 2009년 경기부양책으로 4조 위안(640조원, 당시 미국은 7000억 달러(약 800조원))을 긴급 투여했다. 그러나 이것이 대부분 지방정부들의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로 쏠리면서 현재 과잉중복투자와 인플레이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과잉중복투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30개가 넘는 각 지역의 성들이 경쟁적으로 지역발전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70-80년대 공업발전전략을 썼던 한국과 똑같은 발전국가가 중국에 30여개 있는 셈이다. 이는 투자유치 경쟁을 부르고 국유은행에 중국공산당이 정책적으로 개입하도록 하여 부실대출의 문제와 부정부패문제까지 일으킨다. 이러한 경쟁은 심지어 내수위주의 정책을 선호하는 내륙과 수출중심의 정책을 선호하는 연해지역의 지방 정부끼리 갈등도 일으키게 만든다.

(2) 정치사회적인 면
한편 이렇게 과잉투자로 인해서 GDP 대비 고정자산투자는 60%를 넘고 있지만, 가계소비는 반대로 30%대로 내려와 있다. 미국 제조업 임금 대비 동아시아 국가들의 제조업 임금 추이를 비교하면, 그 원인이 매우 낮은 임금에 있음을 알 수 있다.(발제문 참조) 이런 상황에서 도시노동자들보다 낮은 농민의 소득상태는 더욱더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즉, 개인가처분소득의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내수부족 상태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소비시장자체가 위계화 되어 있어서 중산층이 소비하는 것과 노동자농민이 소비하는 것에 극심한 위화감이 들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가령 몇 십 원 정도하는 점심국수와 몇 백 만원하는 점심코스요리가 한곳에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지니계수는 1978년 0.22에서 현재 0.5 수준 까지 늘어났다.

이에 대한 민중들의 대응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과 각종 시위로 표출된다. 수출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연해지역 가령 광저우 지역 같은 데에서는 한국의 80년대 구로동맹파업처럼 노동자들의 지역연대파업이 격하게 일어나기도 한다.(마르크스식 소요) 한편 국유기업들이 밀집하는 동북지역 같은 경우 구조조정과 민영화 과정에서 일자리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자기방어 투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농촌에서는 강제로 빼앗긴 토지에 대한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투쟁이 발생한다.(폴라니식 소요)(발제문 참조) 그러나 이러한 투쟁이 전국적인 형태로 조직화되는 건 아니고 지역별로 계층별로 분절화 되어 나타난다.

중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도시지역의 실업률은 4.2%지만, 사회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농민공 실업률을 포함한) 도시지역 실질실업률은 최소 9.4%이라고 추산한다. 현재 중국의 실업문제는 이주노동력(농민공), 재취업 노동력(국유기업 정리해고자), 신규노동력(대졸자) 등 3중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방법도 난망한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자리 규모를 계속 늘리지 않으면 사회적 위기와 혼란이 야기된다. 그래서 단기적이라도 성장 중심으로 경도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2. “우리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다”
- 8000만 명의 중국공산당원이 이끄는 나라


이런 사회갈등과 전국 각지에서 점증하는 소요사태만 보면 중국은 이제 곧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중국공산당 중앙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공산당에 염증을 느낀 중산층들과 하층민들이 연대해 정치개혁과 민간으로의 권력 이향을 요구하는 일은 현재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중산층이야 말로 개혁개방 과실을 충분히 향유하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오히려 현재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줄 공산당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또한 아래로부터 민중들이 체제 변혁을 위해 들고 있어나는 전국적인 민중봉기 역시 상상하기 힘들다. 속된 말로 “탐관오리에는 반대하나 황제를 반대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파업이나 소요사태는 당에 대한 요구투쟁에 그친다. 중앙관료가 파견되어 노동자와 농민들의 편에 서서 해결해 주길 바라는 태도이다. 민중들에 의해 독재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수차례 보아온 서구의 시각에서 볼 땐, 이러한 태도는 좀 특이하다고 느껴질 만하다. 이것은 마오주의의 중국혁명으로부터 이어져온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정당성과 특수한 내부적 경향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부정부패와 불평등한 행정을 남발하는 탐관오리들의 대부분이 공산당 관료들이다. 그런데 이들에 저항하고 이들을 비판하는 지식인들 역시 대부분 당원이다. 13억 인구 중에서 당원이 8000만 명이니 산술적으로만 봐도 16명당 1명꼴로 공산당원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산당 내부에서부터 자기 정화와 함께 견제가 이뤄지며, 더 나아가 노선논쟁으로도 표출된다. 이러한 노선논쟁은 상해방와 태자당을 중심으로 하는 엘리트주의 분파와 농촌과 공산주의청년단을 중심으로 하는 인민주의 분파의 대립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발제문 참조). 그러다 보니 중국인민들이 외부에서 대안을 찾기 보다는 내부적인 개혁에 대해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이며, 파업이나 소요사태는 요구투쟁에서 머물고 만다. 중국공산당 역시 문제가 생기면 이들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이고 사태해결에 골몰한다. ‘우칸촌’ 사태 경우 중국정부가 이들의 자치권까지 인정해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듯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부정부패로 타락한 공산당 지도부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중국공산당은 자신들의 내부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중국공산당에 의한 지배체제에 대해 직접적인 저항만 하지 않는다면 극우에서부터 극좌적인 사상까지 포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신좌파 지식인들은 정책설계를 위해 정부에 개입하기도 하는데 ‘보시라이’ 뒤에서 충칭모델의 공공성을 설계했던 ‘추이즈위안’이라는 학자는 분석적 맑스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마치 등소평의 ‘흑묘백묘’의 논리처럼 중국공산당은 다양한 사상적 공간을 열어주고 좋은 내용은 갖다 활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 중국내에서는 다양한 사상적 경향이 상호충돌하며 논쟁하고 있다.

또한 이처럼 여러 사상적 경향들을 체제로 흡수하고 있는 중국공산당은 당내 민주화를 점점 제도화시켜나가고 있다. 나이제한, 연임제한, 권력분점, 복수후보, 비당원 추천 등등의 방식으로 당내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기득권세력과 충돌할 때, 과연 중국공산당이 내부 개혁과 변화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임시처방에만 급급할 것인지 주의 깊게 볼 일이다.

3. 중국의 ‘아킬레스건’이자 위기의 완충역할을 하는 농촌
– 도농 이원구조, 농촌의 발전전략


그럼 과연 이런 중국공산당의 내부 역량과 제도화로 중국이 처한 사회통합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지도부의 의지만으론 모든 해결을 장담하긴 어렵다. 특히 중국의 심각한 ‘아킬레스건’이라 불리는 농민공의 문제는 그 규모면에서나 제도면에서나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든 아주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호구제도’라고 하여 마치 우리나라의 호적처럼 출신지역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제도적 경계가 뚜렷하게 나뉘게 된다. 농민호구를 받은 사람은 도시에서 주거, 교육 등의 정상적인 제도적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도시로 몰려드는 농민공들은 중국내에서 이주노동자 취급을 받는 셈이다. 마치 2등 국민을 만들어 놓고 이들로부터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인데, 이러한 도농 이원구조는 사회주의초기부터 존재했었다. 이는 농민을 착취하여 도시의 공업화를 이루는 스탈린주의 방식을 따라한 것인데, 심지어 이런 불평등한 호구제도는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존재했다.

이렇게 뚜렷하게 구분되는 도농 이원구조는 농촌의 발전전략이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더구나 다른 산업화된 국가들처럼 중국은 농업, 농민,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 여전히 인구의 70%가 농민이며, 13억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선 농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피폐한 농촌에서 나와 도시로 몰려든 농민공들의 일자리를 채워주기 위해선 중국 정부가 8% 이상의 성장을 유지해야하는데, 이것이 실패할 경우 실업문제로 인한 극심한 사회불안이 중국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중국의 농촌경제학인 ‘원티에쥔’과 같은 학자들은 오히려 중국에선 농촌이 위기의 완충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여러 번의 위기에서도 버티게 되는 이유였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에도 경제위기로 인해 도시에서 일자리가 없어진 농민공들이 다시 농촌으로 되돌아갔다가 경기가 나아지자 다시 도시로 나오는 커다란 인구이동이 있었다. 농촌에 자신의 근거지가 있기 때문에 이것이 일종의 완충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이러한 특징은 80년대 개혁개방의 시작이 농촌에서 시작한 것에서 찾을 수 있는데, 생산의욕 증대와 농촌의 중소기업 육성은 80-90년 초반 까지 중국의 성장을 견인했었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이후 연안공업지역 위주의 수출중심체제로 전환되면서부터 2000년대 농민공 문제가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농촌이 아직 덜 해체된 중국은 농업과 농민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둘러싸고 내부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주의적인 산업화된 시각에선 서비스직으로 노동이동을 주장하며, 반대편에선 농촌을 유지하기 위해 소농체제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조화사회’를 주창했던 지난 4세대 지도부는 농업세 폐지와 가전제품 공급정책 등을 실시했다. 현재 중국은 내륙의 도시화 비율을 끌어올려 연안도시로 몰려드는 농민공 문제를 해결하려는 내륙 발전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재 50%인 도시화율을 2030년까지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문제는 이러한 도시화라는 것이 서구식 모델처럼 고에너지에 의존하는 성장전략으로 치우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생태문제로 인해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것이라 우려된다. 13억에 이르는 인구가 미국과 같은 수준의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구 3-4개는 필요하다는 과장 섞인 우려는 앞으로 십여 년을 두고 곧 다가올 현실의 문제이다. 과연 중국이 스스로 표방하는 바대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생태적 발전전략을 취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의 서구식 산업화 모델에 경도될지 주의 깊게 살펴볼 문제이다. 한때 태양광산업에 몰두했던 중국이 별다른 성과를 못 보이자 최근 원전개발로 에너지 정책이 후퇴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앞서 언급한 생태적 위기에 대한 염려를 자아낸다.

4. 중국과 미국, 서로를 바라보는 이중적 태도

중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태도는 이중적이다. 한편에서는 이제는 좀 우리도 힘을 키웠으니 대등한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아직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할 의사는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경제위기 이후 급부상한 중국의 위상에 대해 이를 경계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포용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가령 ‘홍호펑’이 쓴 ‘중국은 미국의 집사인가’에서 묘사된 것처럼 미국이 중국을 향해 ‘차이메리카’와 ‘G2’를 언명하는 것도, 그 이면에는 중국이 쓸데없이 현재의 안정적인 상황을 깨뜨리지 말고, 미국의 경제적 지배가 유지되도록 돕기를 바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러한 공생관계는 수출주도 성장의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중국의 엘리트 파벌과 미국의 국제주의 파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만들어졌다. 이런 공생관계의 유지는 대만, 티벳, 신장 등의 영토문제에 대해 양보할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을 미국이 어느 정도로 수용하는가에 따라 달려있다. 중국의 입장에선 영토문제만 건들이지 않는다면 주변국들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한 미국이 과연 중국포위 전략을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동북아 정세는 달라질 것이다. 지역패권의 파트너로서 중국을 인정할지 아니면 일본과 TPP를 지렛대로 삼아 전략적인 적대전선을 유지할지, 또한 미국의 이런 동북아 관리체제에서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지, 두 세력이 격돌하는 동북아 정세와 북핵 갈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의 앞날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내용 끝]

아래는 발제문 전문이다.


중국의 발전모델 전환과 전망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중국에 관해서는 극단적인 전망들이 교차한다. 세계적 차원에서는 몰락하는 미국의 헤게모니를 대체하는 제 3세계의 대안 헤게모니의 모델로 중국이 언급되다가도 곧 몰락을 앞두고서 마지막으로 발악하고 있는 일당 독재의 전제 국가로 묘사되기도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침체된 세계 시장의 구원투수이자 무궁한 시장으로 평가되던 중국이 최근에는 경제의 경착륙으로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를 야기할 주범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곧 붕괴할 것처럼 예측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정치사회적 전망에서도 입장에 따라 상반된 전망이 교차한다. 자유주의적 전망에서는 경제 발전에 따라 형성된 중산층과 시민사회가 중국판 자스민 혁명을 야기하여 중국 사회의 서구적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반면에 좌파적 입장에서는 현재 중국이 처한 극한의 자본주의적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 곧 혁명이 일어날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실제 중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앞에서 거론한 예측들은 모두 어떤 면에서 일정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얘기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들은 중국의 일부 특징을 과장하고 있는 (너무나 진부한 표현이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전망이 교차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찰자나 연구자의 입장에 따라 중국의 일부 경향과 특징들에 과도하게 현미경을 들이대기 보다는 중국 자체의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세계 자본주의와의 결합 정도에 따라 중국의 각 지역에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는 노동관계를 비롯한 여러 제도들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큰 주제들을 치밀하고 꼼꼼하게 다루는 것은 발제자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지만, 이 발제문에서는 거칠게나마 중국의 부상과 관련된 논의의 큰 흐름을 짚어보고,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중국의 발전전략과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다뤄보려 한다.

1.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 2000년대 들어 지구정치경제의 가장 주목해야할 주제 중 하나는 ‘중국의 부상’(The rise of China)임. 특히 중국의 부상은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질서와 미국 헤게모니의 이중의 쇠퇴와 맞물리게 되었는데,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의 양대 축이 가장 강하게 부딪히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그 영향력과 의미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 가가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음. 그런 맥락에서 적어도 1970년대 이후 지구정치경제의 구조 변화가 어떻게 중국의 부상을 낳게 되었고, 또 중국의 부상이 현재의 지구정치경제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고 있는 가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함.

- 하지만 그간 중국의 발전과 부상을 다룬 연구가 주로 집중해온 것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무서운 경제성장의 동학과 그에 따른 사회정치적 변화를 둘러싼 문제였음. 예를 들자면 비교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중국의 발전방식을 같은 국가사회주의 체제였던 소련/동유럽과 비교하거나, 같은 지역에 위치했던 동아시아 발전국가와 비교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음.

이러한 연구들은 결국 중국의 발전과 부상의 원인을 주로 중국적 특징(점진적 개혁개방 방식과 국가의 금융 통제 등 강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에서 찾아내었는데, 이는 세밀한 거시적/미시적 제도분석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았으며, 중국 국내의 제도변화에만 초점을 맞춘 한계를 가지고 있었음.

- 물론 세계 정치경제의 변화와 중국의 부상을 결부시킨 연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음. 프랑크(A. G. Frank)는 초장기적인 역사적 시각에서 2000여 년 간 세계 경제의 중심은 중국이었으며, 19세기부터 서구가 아시아를 추월하였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20세기 후반 동아시아와 중국의 부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닌 재부상이라는 측면을 지적했음. 아리기(Giovanni Arrighi) 역시 장기적인 시각에서 자본주의의 체계적 축적순환과 헤게모니 국가의 이동을 분석하면서, 이제 미국 헤게모니와 자본주의는 쇠퇴하게 될 것이며, 중국의 비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중국이 중심이 되는 보다 평화로운 국제체제를 전망했음.

하지만 이러한 분석들은 너무 시야를 넓힌 나머지 그 논거들의 실증적인 부분의 세밀성이 많이 떨어지고, 자본주의와 미국 헤게모니의 비판의 관점에서 중국 쪽으로 너무 막대기를 구부리다 보니 중국에 대한 과도한 낙관에 기대고 있다는 약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음.

- 이런 과정에서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개념도 등장. 이는 2004년 골드만삭스의 라모(Joshua Cooper Ramo)가 제기한 개념으로 그는 중국 국내의 제도적 워싱턴 컨센서스의 파산을 지적하며 개발도상국이나 전환국가들이 중국의 발전모델을 따라야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

라모는 ‘베이징 컨센서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
① ‘혁신’을 통해 개혁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
②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발전을 향한 노력
③ 세계화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자주’를 실현

- 한편 중국 지식인들이 이러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임으로써 ‘중국모델’에 관한 여러가지 논의가 촉발됨.

이러한 논의 속에서 제기된 ‘중국모델’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① 단순한 선진국의 경제 모델을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내생적 제도를 통한 경제성장
② 시장경제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강한 정부의 역할을 유지
③ 점진적, 단계적인 개혁 방식
④ 국가에 의한 금융통제
⑤ 효율과 공평, 발전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발전전략
⑥ 주변국들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는 평화로운 부상을 실현

2. 중국이 직면한 발전의 모순들

- 하지만 베이징 컨센서스나 중국모델론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중국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적해있음

● 경제적 측면

-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급격한 수출 부문의 확장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해왔으며, 이러한 특징은 1990년대 이후 확연하게 드러남

※ 중국경제의 무역의존도 추이

- 특히 2001년 말 WTO 가입 이후 중국 경제는 과잉투자와 과소소비라는 이중의 문제에 직면하여 그 과잉생산능력을 세계시장에 대한 수출을 통해 해결

  ※중국 GDP에서 고정자산투자, 수출,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 추이

- 하지만 서구의 소비수요에 대한 과잉의존과 수출주도형, 민간소비 억제형의 불균형적인 발전모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및 유럽의 소비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커다란 위험에 직면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국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2008년 11월에 중국정부가 실시한 4조 위안(약 57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이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음. 이 경기부양책의 내용은 대부분 고정자산투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중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심화시키고 있다고 판단됨. 특히 이러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주요 도시지역의 부동산 거품과 인플레이션이 점점 심각해졌음

  ※미국 제조업 임금 대비 동아시아 국가들의 제조업 임금 추이

- 위의 그래프에서 드러나듯이 그간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초저임금에 기반한 것이었음.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단기간에 내수시장이 확대되기란 힘들어 보이며, 해외 수출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과잉투자 및 과잉생산의 문제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음

●정치적 측면

- 중국의 중앙-지방 관계에서 나타나는 발전국가의 분권적 속성(Pei Minxin은 이를 ‘분권화된 약탈국가’ 혹은 ‘지방 마피아 국가’라고 표현)으로 인해 과잉중복투자의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음
→ 많은 지방정부들이 서로 간에 보호장벽을 세워두고 있으며, 투자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음, 게다가 지방정부의 압력으로 인한 국유은행들의 느슨한 대출관행은 기존의 국유기업의 부실채권과 지방정부의 재정적자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음

- 한편 도시편중의 수출주도 발전모델을 지속시키려는 연해지역 지방정부와 농촌위주의 내수지향 모델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내륙지역 지방정부 간의 갈등도 발생
→ 이는 당 중앙의 elitist 파벌과 populist 파벌 사이의 긴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음.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청(Cheng Li)에 따르면, 현재 중국공산당은 사회통합, 균형발전, 내수확대를 강조하는 인민주의(populist) 파벌과 성장 위주,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을 옹호하는 엘리트주의(elitist) 파벌로 나뉘어져 있다고 할 수 있음. 인민주의 파벌은 ‘퇀파이(團派 :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으로 이루어진 공청단파를 지칭)’와 농촌지역의 당간부, 신좌파 지식인들로 이루어져 있고, 엘리트주의 파벌은 ‘상하이방(上海幇)’, 혁명원로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太子黨)’, 기업가, 연해 도시지역 간부 등으로 이루어져있음

- 공산당 일당 독재의 권위주의적인 통치는 사회양극화에 저항하는 노동계급과 좀 더 민주적인 사회를 바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직면해있음

- 하급 지방정부들의 심각한 부정부패도 대중들의 저항을 야기하고 있음
→ 하지만 인민들은 강력한 중앙이 존재해야 전횡을 부리는 지방을 견제할 수 있다는 심리가 팽배하여 부패한 지방관료에게 반대할 뿐 아직까지 중앙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 (只反貪官, 不反皇帝)

●사회적 측면

-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고질적인 3대 격차(빈부격차, 지역격차, 도농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음, 중국의 지니계수는 1978년 0.22에서 2006년 0.496까지 벌어졌으며, 연구자에 따라 0.5~0.6까지도 보고 있음

-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가공지대(주강 삼각주 지역 및 장강 삼각주 지역)의 도산 기업 수가 15만 여 개로 추산됨
→ 이 기업들은 대부분 노동집약적 생산기업이고 고용인원은 대부분 농민공으로 이들의 대량 실업은 중국의 사회안정에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음

- 중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도시지역의 실업률은 4.2%지만, 사회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농민공 실업률을 포함한) 도시지역 실질실업률은 최소 9.4%이고, ILO는 17~2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산
→ 현재 중국의 실업문제는 이주노동력(농민공), 재취업 노동력(국유기업 정리해고자), 신규노동력(대졸자) 등 3중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방법도 난망한 상태

- 이러한 실업난의 가중과 더불어 사회보장의 부족, 가혹한 노동환경, 토지 분쟁 문제 등으로 인하여 사회갈등이 격화되고 있음. 최근의 파업(폭스콘, 혼다 자동차 등) 확산을 비롯하여 토지보상을 둘러싼 농민 시위,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국유기업 노동자들의 시위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
→ 실버(Beverly Silver)는 이러한 중국의 대중저항을 ‘폴라니식 소요’(주로 중국 북부지역과 농촌에서 발생하고 있는 시장이행 속에서의 사회보호운동)와 ‘마르크스식 소요’(연해지역 및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새로운 노동 계급의 조직화)로 정의

- 이러한 문제 외에도 환경 및 생태 위기(사막화, 수질 및 대기 오염 등), 에너지 및 식량 위기 등의 문제도 산적해 있음

3. 중국의 발전모델 전환 시도

- 위와 같은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여 중국 지도부는 발전모델의 전환을 시도해왔으며, 그 내용은 중국판 뉴딜이라고 할 수 있는 12차 5개년 규획에 잘 드러나 있음

- 12차 5개년 규획의 배경은 수출주도 성장모델의 한계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성장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으며, 특히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원자바오(溫家寶)가 집권하게 되면서 계속해서 정책전환을 도모. 이들은 ‘조화사회(和解社會)’를 기치로 내걸고 2006년 농업세 전면 취소와 2008년 노동계약법 제정 등으로 소득분배정책에 힘을 기울여 왔으며, 이미 지난 11차 5개년 규획에서 내수 확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자주혁신을 통한 새로운 공업화 전략 등 경제 성장 방식의 전환을 목표로 해왔음.

2007년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 발전의 특징을 “불안정, 불균형, 부조화, 지속불가능”으로 규정했고, 2008년 봄에는 10년 안에 중국 경제의 가장 힘든 시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으며, 지불준비율 및 이자율 인상, 위안화 평가절상 등을 통해 긴축정책을 시도. 하지만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중국에도 경기둔화의 조짐이 보이자 이러한 긴축정책을 포기하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나서게 되었음

-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정세 속에서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파생상품이나 금융부실로 인한 직접적 타격보다는 선진국들의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에 따른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았음. 2008년 가을에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는데,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대규모 개입을 내수지향으로 중국경제의 재조정을 가속화하는 기회로 여겼으며, 이 경기부양책이 주로 의료보험과 사회보장기금에 대한 자금지원과 같은 사회지출로 이루어져 노동자, 농민들의 구매력을 상승시키기를 기대했음. 하지만 실제로 이 경기부양책에서 사회지출에 할당된 비율은 매우 작았고, 대부분은 이미 과잉생산능력으로 시달리고 있는 부문과 수익성과 효용성이 불명확한 세계에서 가장 큰 고속철도 건설과 같은 고정자산투자에 할당되었음.

- 이렇듯 경기부양책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공공투자로 쏠리게 되자 실제 일반 인민들의 소비는 촉진되지 않았고 거의 무제한으로 공급된 유동성은 부동산 개발 투자로 흘러들어갔으며, 2009년 중국 전역은 부동산 열기에 휩싸였음. 중앙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며 그 금액의 상당부분을 지방정부가 스스로 조달하도록 했는데, 각 지방정부들은 자신 소유의 국유기업에서 자금을 끌어당길 수 없어서 산하에 각종 투자개발회사를 설립하여 국유은행들의 대출로 해결. 중국 정부는 이 금액을 7350억 달러로 추산하지만 빅터 시(Victor Shih)에 따르면, 이러한 지방정부들이 설립한 플랫폼회사들이 8,000개에 이르며 2004년부터 2009년 말까지 차입한 총금액이 1조 6,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

이러한 자금 순환 속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게 되었는데,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중국 70대 도시의 부동산 가격 평균 상승률이 7.8%. 이러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위축된 민간 소비는 크게 성장할 수 없으며, 이미 심화된 빈부격차 속에서 서민들의 불만도 고조되었음. 설상가상으로 2010년 하반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도 중국정부의 목표치인 3%를 상회하는 5.1%에 달하는 등(특히 식료품 상승률이 10%를 상회) 인플레이션 압력도 고조되었음. 인플레이션은 실업 못지않게 사회적 불안정의 원인이 되며, 특히 인플레이션이 그 주된 원인 중 하나였던 1989년 천안문 사건을 경험한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중동의 쟈스민혁명이라는 국제정세와 맞물려 다시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음.

- 12차 5개년 규획의 주된 내용은 ‘내수확대’와 ‘민생보장’
12차 5개년 규획의 주된 내용을 정리하면
①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 그간 중국의 5개년 계획들이 주로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 12.5 규획에서는 장기적으로 유효한 내수확대 메커니즘의 구축, 소비-투자-수출의 조화 등이 강조되었고, 1차, 2차, 3차 산업의 조화, 도시와 농촌의 균형적인 발전 촉진 등의 내용이 들어감. 특히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바오빠(保八)’라고 해서 연평균 8% 경제성장률을 성장의 마지노선이자 철칙으로 삼았는데, 이를 7%로 낮춘 것은 현 지도부가 일부 성장률을 포기하면서도 구조조정을 해나가겠다는 나름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됨
②민생보장 및 개선을 경제발전 방식 전환의 근본적인 출발점과 발판으로 삼았음. 공공서비스 강화와 소득분배 조정을 기조로 삼았으며, 도시 주민의 일인당 가처분소득과 농촌 주민의 일인당 순소득을 연평균 7% 이상 증가시키고 기본 의료보험 가입률의 3% 향상, 도시의 보장성 주택(공공, 저가 임대주택)을 3,600만 채 건설할 것을 구체적인 목표로 삼았음.

4. 향후 전망

- 12. 5 규획의 내용과 최근 중국 공산당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적어도 중국의 지도부는 현재의 불균형적인 중국의 현실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철저한 것으로 보임. 특히 새로운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체제는 지도부 교체 초기 강력한 권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사회를 안정시키고 민심을 잡아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앙 차원에서는 12.5규획의 기조를 강하게 관철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임.

- 아주 최근 중국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중국 총리 리커창의 경제정책인 리코노믹스(Likonomics)의 3대 기조(인위적 경기부양 자제, 디레버리징, 구조개혁)도 갑자기 나온 정책이 아니며 12. 5규획의 연장선에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음

- 하지만 지방 정부들이 이러한 기조를 뒷받침할 수 있을 지는 의문. 위에서도 살펴봤듯이 현재 중국 지도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내수 확대와 소득분배 정책을 끊임없이 시도해왔지만 수사적 차원에 그치거나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정책 효과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음. 중국에 오랫동안 회자되는 말처럼 ‘위에서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음(上有政策, 下有對策).’ 여기에다 개혁개방 시기동안 구축된 각종 기득권세력들의 저항과 부정부패라는 난관 앞에서 이러한 정책전환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지는 아직은 미지수. 게다가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얽혀있고 경제 위기가 앞으로 또 어떻게 확대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중국의 성장모델 전환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라고 할 수 있음.

-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최근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사회세력들의 불만과 저항은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음. 아직 체계적으로 조직된 세력은 아니지만 그동안 개혁개방 과정 속에서 소외된 이들 계급의 요구를 중국 지도부가 얼마만큼 수용하고 이를 힘있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 전환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음.

<참세상 주례토론회 안내>

“부자들의 사회주의, 가난한 자들의 자본주의”를 넘어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정치가 문제라고 얘기됩니다. 공장을 넘어 사회로, 임금을 넘어 복지로, 생산의 정치를 넘어 재생산의 정치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임금만큼 중요한 복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임금을 포기하고 얻을 수 있는 복지라는 것은 허망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주택비 오르고, 교육비 치솟고, 의료비 감당안되면 임금을 제아무리 올린다한들 노동자의 삶이 배겨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생산의 정치냐 재생산의 정치냐' 하는 이분법의 논리보다도 생산과 재생산의 정치를 어떻게 융합하여 새로운 노동자의 정치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례토론회는 그런 고민의 출발로 노동자연대와 복지운동에 대해서 짚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생산의 정치와 재생산의 정치(1)
노동자연대와 복지운동


우승명(포럼 ‘사회복지와 노동’)
8월 20일(화) 오후 7시, 우리타워 5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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