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 돌보면 안 되나요?” 이중통제에 시달리는 보육교사

[감시 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4) 감시와 통제, 돌봄 노동자

한 달에도 수차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영유아 폭행이 보도된다. 언론은 보육교사가 얼마나 무자비하게 폭행을 일으키는지를 보도하고, 보는 이들의 불안과 분노를 자극한다. 폭행이 일어나는 전후 사정은 생략된다.

한편, 언론의 보도로 일부 보육교사의 잔혹한 행위에 여론이 들끓으면 정부기관은 어린이집에 각종 감시와 요식적 점검 절차를 강화한다. 이 절차는 다시 보육교사에게 전담돼, 보육교사의 노동강도를 증가시킨다. 보육교사의 노동강도가 날로 강화되는데도 보육교사는 가해자로만 조명되고 있다.

자기 아이 돌볼 시간도 없는 보육교사
휴식시간 없어 매 순간 긴장...초과업무에 시달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 한 문경자 씨. 문 씨는 하루 중 가장 끔찍한 시간으로 점심시간을 꼽았다.

“다른 직장인처럼 점심시간이 있는 게 아니에요. 아이들 점심 먹이면서 같이 먹어야 해요. 잠시라도 벗어나면 사고가 생기니, 휴식시간이라는 것도 없죠. 우리는 밥을 마신다고 해요. 많게는 한 명이 24명까지 돌보기도 하는데, 점심시간 한 시간 안에 식사 돕고 뒷정리와 양치까지 해야 하죠. 앉아서 편하게 먹는 건 꿈이에요. 대충 먹거나 굶는 게 편해요”

  한 어린이집의 점심시간

식사시간뿐만 아니라 출근 이후부터 퇴근할 때까지 매 순간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문 씨.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육교사가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시간은 하루 열두 시간을 넘는다. 영유아보육법령에 따라 어린이집 운영을 주 6일 이상, 하루 12시간 운영(토요일 8시간)하여야 하며, 보육교사는 대개 교대 없이 업무를 전담한다. 문 씨는 “직장인 부모들이 보통 출근하며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겨 퇴근할 때 데려간다. 퇴근이 늦어지면 일과 후 부과되는 사무작업까지 하며 주구장창 기다린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일 하는 보육교사들은 일과 후에도 남겨진 서류작업에 시달렸다. 어린이집에서 다 하지 못한 서류작업은 집에 들고 와서 하기도, 주말에 시간 내 처리하기도 한다.

“잡무가 너무 많아요. 보육일지를 작성하고 부모 소통용 일지도 따로 작성해요. 이런 부분은 보육의 연장이라 생각할 수 있어도, 시설점검 평가, 구청 등 국가기관에서 어린이집에서 비치해야 할 형식적인 서류를 너무 많이 부과해요. 그거 다 우리 업무죠. 급식, 안전, 건강 관련 서류들 작성하기 위해 또 계획안을 써야 하고, 3년마다 평가인증을 통과하기 위한 서류도 갖춰야 하고, 누리 과정 프로그램 관련 서류도 따로 있어요. 우리는 서류에 깔려 죽을 것 같다고 말해요. 못다 한 서류는 야간에 하거나 집에 들고 가죠. 평가가 닥치면 집에도 못 가요”

맞벌이하는 문 씨는 7살, 13살, 16살의 세 자녀를 뒀다. 보육교사가 정작 자기 아이의 육아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일요일에 진행한 인터뷰도 문 씨가 아이들과 함께 있을 시간을 쪼개서 진행했다. 문 씨는 “애들 할머니가 있어서 맞벌이할 수 있었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아이를 다른 어린이집에 잠시 맡기기도 했다”며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은 대개 저소득에 맞벌이하는데, 어린이집 안에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게 많지만, 워낙 조건이 열악해 교육이든 보육이든 제대로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일과 후 교육을 받는 보육교사들

아이와 부모에게는 항상 웃어야
원장 감시와 통제에서 오는 불안도 커
높은 노동강도에도 강요되는 감정노동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로부터 받는 고통도 있다. 아이들끼리 싸우거나 업무 과중에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아이가 작은 상처가 난 경우에도 일일이 부모들의 문책을 받는 것. 이에 보육교사는 ‘중복 감정노동’을 수행하게 된다.

“맞벌이 부모들이 전반적으로 아이에게 미안함이 깔린 건 잘 알죠. 그래서 어린이집을 통해 대리만족하려 하기도 하고. 당연히 보육교사는 절대로 아이에게 폭력을 써서도 안 되고, 부모에게도 잘 대해야 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보육교사도 인간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치이다 보면 화가 누적돼요. 뉴스에서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를 접하면 부모로서 우선 분노가 치밀지만, 곧이어 보육교사의 처지도 이해가 돼요. 보육교사는 천사가 아니에요. 단지 낮은 급여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과중이 문제예요”

아이와 부모에 대한 감정노동과 동시에 보육교사는 원장의 감시와 통제에도 시달린다. 보육교사들은 형식적으로 무기계약직이지만, 원장이 하는 근무 평가나 원장의 눈치에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또 직장 내 권력관계에서 하위에 있다 보니 각종 초과근무에 시달리기도 한다. 문 씨는 “원장이 절대권력자다. 보통 회사는 결근이나 지각 등을 평가하겠지만, 우리는 누가 원장 말에 토를 많이 다느냐로 평가된다. 오래 일하다 보면 원장과 관계가 안 좋은 사람은 오래 일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보통 영세사업장의 경우 노동자의 노동권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사업자도 노동하며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근로기준법 적용과 규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의 경우 원장은 대부분 고소득자이며, 보육교사 통제를 통해 노동을 착취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건복지부는 만 0~5세의 영유아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 어린이집에 매달 보육료를 지급한다. 그 때문에 어린이집은 원생유치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국가의 보조금으로 원만한 운영을 할 수 있다. 또한, 원장의 재량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소득은 더 커진다.

[출처: 보건복지부]

“원장은 대부분 고소득자예요. 인원당 보조금이 기본제공 되거든요. 국가가 보조해주는 보육료에서 교사 급여와 각종 세금을 다 내고 남는 것을 원장이 가져가요. 노동 강도나 임금은 원장의 재량인데, 원장들끼리 담합하고 교사들을 일일이 통제하죠. 무기계약이라도 꼬투리 잡아서 급여 낮은 신입으로 쓰려 해요. 그만큼 더 가져가니까요. 법으로 걸고넘어지면 다 승소하지만, 교사들 개인이 하기에는 부담스러워요. 다른데 가고 말지. 문제를 제기하면 찍히거든요”

실제로 2012년 5월 대구에서는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5명이 원장의 부당한 처우에 집단 퇴사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블랙리스트는 달서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와 대구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 원장 사이에서 공유돼 재취업이 어려워 지역을 옮겨가기도 했다.

교육의 의미는 퇴색, 원장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연합 필요, 보육교사 힘이 세져야


어린이집 운영 권한이 원장에게 집중돼 있으며, 보육교사 착취에 사전 규제를 할 수 있는 수단도 없어 어린이집은 원장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 송파구의 한 구의원이 어린이집을 5개씩 운영하며 적발되기까지 3년간 2억 2,7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가 적발되기도 했다.

문 씨는 이에 “심지어 어린이집에 권리금을 붙여서 사고팔고 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을 돈벌이로 전락하게 한 것은 국가다. 모든 보육료 지원이 어린이집으로 되고, 교사의 노동을 착취하고 편익을 취하는 원장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사건사고 수습차원의 법안과 규제가 아니라, 예방 차원의 법안이 필요하다. 처벌만 하려 하지 말고 노동조건이 열악하게 하는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육교사들의 연합도 필요성도 제기 됐다. 원장은 연합회가 있는데, 보육교사들은 뭉치지 못한다는 것. 현재 대구에는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에 보육분회가 있지만, 일반 보육교사들의 노조에 대한 반감이 있어 조합원 확장이나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문 씨는 “대구에만 만 이천 명의 보육교사가 있다. 이들의 조직이 없어, 노동권뿐만 아니라 교육 관련 정책, 프로그램 제안도 어렵다”며 “노조의 반감도 많은 상황이라 노조가 아닌 연합체가 많이 만들어져서 나중에 노조에 가입하는 형식이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고 싶어요. 나도 엄마예요. 어린이집 교사는 엄마를 하면 안 되나요? 일찍 퇴근해서 애 저녁도 차려줘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요. 선생님들 결혼, 출산이 다 늦어요. 일을 그만둬야 하니. 그러면서 다짐해요. 내 아이는 절대 어린이집 안 보내야겠다고. 누가 어린이집 어린이집이라고 이름 붙였나요? 애들이 주가 되고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돈벌이 수단이죠. 자유로운 교육이 되려면 교사가 1대1로 배치돼야 해요. 상황이 이런데도 부모들은 과도한 기대를 하죠. 안타까워요”

<연재 순서>

(1) 감정노동자, 회사의 ‘감정통제’와 ‘감시’에 두 번 운다
(2) 흰 옷에 가려진 통제의 그늘, 간호사
(3) 강요된 웃음, 백화점 판매 노동자
(4) 감시와 통제, 돌봄 노동자
(5) 과로사 아니면 자살, 사회복지사
(6) 1인 승무, 공포와 싸우는 지하철 승무원
(7) 인력퇴출프로그램의 결말, 죽어가는 KT노동자
(8) 불법파견의 비극,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9) 퇴출악몽에 자살충동까지, 콜센터 노동자
(10) 독일과 일본, 감정노동자의 권리
(11) 감정노동자의 현실, 감정노동자의 권리

* 이 기획은 뉴스민, 뉴스셀, 미디어충청, 울산저널, 참세상, 참소리 공동기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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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보육교사

    다른 근무 해보니까 어린이집 보육교사 절대로 못하겠더라. 기사에 나오는대로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3세,4세,5세는 정말이지 통제가 안된다. 교사 1인당 5명정도가 알맞을것 같다. 4시간 정도 보육하고 4시간정도 다른일 하는게 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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