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앞두고, 2,500개 천막농성...“살 집을 보장하라”

2천 가구 개막경기장 옆 공터 점거...빈민, “FIFA 때문에 못살겠다”

월드컵 경기를 약 한 달 앞두고 브라질 무주택 노동자들이 개막 경기장 인근에 2,500여 개의 천막을 치고 살 집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남미 전문 언론 <아메리카21> 7일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집 없는 노동자 운동(MTST)’에 참여하는 약 1,000 가구가 지난 3일부터 상파울로 동부 이타께라 공터를 점거하고 당국에 토지 이용과 공영주택 건설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공터를 점거한 가정들은 약 40시간 만에 150,000 평방미터 크기의 땅을 가로질러 2,500여 개의 천막을 설치했다. 참가자의 수는 3일, 1,000 가구였지만 이틀 만에 두 배가 늘어나 2,000 가구를 넘어섰다.

  MTST 활동가와 참여자들이 함께 주거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amerika21.de 화면캡처]

이들이 점거한 이타께라 지역 공터는 내달 12일 브라질 대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개막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과 4km 떨어진 곳이다. 점거자들은 월드컵 유치로 인해 임대료가 급격하게 치솟은 인근 빈민가 지역 사람들이다.

MTST 대변인 귈헤르메 보울로스(Guilherme Boulos)는 “도대체 월드컵 건설사업이 지역 주거 환경을 개선에 어떠한 도움을 주었는가”라며 “오히려 부동산투기로 집값만 올렸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보울로스는 “이타께라 점거는 월드컵을 위한 투자가 결국, 이를 가장 절실히 필요한 이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경기장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지만 수많은 가정들은 여전히 집도 구할 수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인구의 다수는 무주택 서민이다. 상파울로에서만 70만 가구의 주택이 부족하다. MTST는 1997년 설립 후부터 무주택가구를 위한 시의 공터 사용을 추진해 왔다. 이번에도 점거한 지역을 공영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특별 구역으로 지정하라고 지역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오 에스타댜오>에 따르면, 이 땅은 29년 전부터 공터로 남아 있었고, 시가 관리해 왔다.

그러나 상파울로 시당국은 이 땅의 소유권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며 무주택 서민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MTST는 “협상이 좌절된다면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다”며 자신들의 요구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월드컵 기간 시위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주택 노동자 가정들이 점거한 천막촌 일부 [출처: http://en.mercopress.com/ 화면캡처]

브라질 빈민, “FIFA 때문에 못살겠다”

이외에도 브라질에서는 월드컵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 외에도 주민들은 FIFA 때문에 못살겠다며 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경기장 2km 반경 지역은 시위금지구역으로 지정됐고, 지역 주민은 이곳을 방문하는 축구팬들에게 노점 행상을 할 수도 없다. 생계 때문에 행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노점상들은 몇 번이나 정부의 단속에 시달려야 한다.

경기장 건설공사장에서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문제다. 월드컵 건설 사업이 시작된 후로 지금까지 모두 3명의 건설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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