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집없는 노동자, “월드컵은 달나라에서 진행되나”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수천 명 거주 비닐판자촌, 상파울루에만 14개

12일(현지시간) 세계인들의 이목 속에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한다. 대다수 언론은 화려한 경기장 내 축구 선수들의 땀과 억센 근육을 조명하며 치열한 대전을 예고한다. 그렇다면 경기장 밖의 풍경은 어떨까? 영국 <가디언>은 월드컵 개막 하루 전 11일(현지시간) 현지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 경기장이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전했다.

<가디언>은 우선 브라질에서 가장 큰 도시 상파울루 거리의 풍경은 많은 이들의 염려를 확인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월드컵은 부자와 가난한 이들 사이의 거대한 격차를 확인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상파울로 동부에 설치된 '민중의 월드컵' 천막촉 모습 [출처: 가디언 화면캡처]

교통체증 속의 상파울루 언덕 위에서, ‘코파 도 포보(민중의 월드컵)’ 천막촌 주민들은 180미터 크기의 빛나는 월드컵 경기장을 볼 수 있다. 임시 천막촌 위로 브라질 국기가 펄럭이지만, 천막 활동가 헬레나 산토스는 경기장은 마치 달 위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얘기한다. 산토스는 “여기 많은 이들은 분개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경기를 보려고 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경기장에서는 마지막 손질이 진행 중이었다. 스폰서들은 8억9000만 파운드(1조 5천억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 냉장고와 버드와이저를 제공하는 바 옆에는 비자카드 현금지급기가 설치됐다. 하지만 이 지역에 정부가 약속한 인프라 개선에는 아무런 진전도 없이 많은 주민들은 거리를 자유롭게 지나갈 수 없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집없는 노동자 운동, 피파는 ‘폭군’이자 ‘테러리스트’

분노하는 이들 중에는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를 ‘폭군’,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집없는노동자운동(MTST)’이 있다.

“월드컵이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아마 그것은 피파를 위한 것일 겁니다.” 천막촌 거주민의 식사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는 기아나는 말했다. “우리는 병원도, 학교도 없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이 있죠. 수많은 경기장들 말입니다.”

11일 상파울루 월드컵 경기장 내부에서는 브라질 축구대표팀이 첫 번째 대전 상대인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했다. 거대한 언론사들의 스크럼 앞에서,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한편,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된 피파 총회에서, 최근 궁지에 몰린 피파 회장 제프 블래터는 부패 혐의에 대해 어깨를 으쓱하며 피파는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래터는 또, 피파 부패 혐의가 치솟는 가운데 고급 호텔 사이를 오가면서, 5번째 회장직을 위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브라질 집행위원 조세 마리아 마린은 잊을 수 없는 월드컵을 약속하며 “파티는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많은 깃발들이 11일 발코니와 자동차에서 펄럭였지만 지원에 관한 대중적인 환호는 드물었다. 지난 월드컵에서 부부젤라를 불며 중앙 요하네스버그에 몰렸던 수천 개의 천막과는 강하게 대비된다.

수천 명의 비닐판자촌, 상파울루에만 14개

5천 명의 노숙 노동자들의 집이라는 판자촌을 뒤로 27세의 아데일손 프레이타스는 최근 시위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 공들여 작성한 부상자 기록이 적힌 임시변통의 부엌 카운터에 기대어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 외국인이 오는지 아닌지 관심 없어요. 사실 월드컵이라는 아이디어는 꽤 좋은 거죠. 하지만 그것은 브라질인들을 위해서는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좀 더 잘 조직될 수 있었을 2034년에나 치르게 됐다면 좋았을 것이에요.”

민중의 월드컵 캠프는 한 달 전 설치됐다. 캠프는 도산한 건설회사가 소유했던 대지 중앙을 점거했다. 판자촌은 비닐과 나무 기둥으로 지어졌다. 산토스에 따르면, 이런 판자촌은 상파울루에만 14개가 있으며 한 곳에 8천 가구가 산다. 그는 자신을 캠프를 조직하며 다섯 아이를 돌보는 요술을 하는 ‘체게바라의 엄마’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디언>은 그가 월드컵이 브라질의 땅과 집없는 이들의 이슈를 세계화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고 전했다. 또, 브라질에서 가장 큰 축구팬인 코린치앙스 팬은 새 경기장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환영한다. 월드컵에 대한 많은 것들이 복잡한 양상이라는 평이다.

승리한 집 없는 노동자운동, 12일 밤 투쟁 승리 자축 예정

하지만 집없는 가난한 빈민도 교육과 건강서비스를 요구하는 중산층도 모두 함께 강조하는 것은 피파, 기업 그리고 축구계 부패에 대한 혐오라고 한다. 상파울루 도시는 지옥 같은 교통체증과 시의 대부호들이 사용하는 헬리콥터에 익숙하다. “월드컵은 헬리콥터에 있는 이들을 위한 겁니다”라고 판자촌에 사는 한 사람은 웃으며 토로한다.

비좁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캠프는 안전하고 깨끗했다. 각 비닐 시트에는 가족의 이름과 수가 기록돼 있다. 엄격한 등록은 캠프에 누가 있고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기록한다. 이들은 최근 정부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냈다.

“경제 성장은 거대 기업가와 은행만을 위할 뿐입니다”라고 산토스는 말한다. 그는 또, “여기에 있는 우리의 월급은 오르지 않아요. 우리는 살 수 있는 곳도 입을 옷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여기서 승리했어요. 우리는 다른 천막촌에 가서 유사한 승리를 얻을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12일 밤 캠프에는, 거대한 축제가 계획돼 있다. 그러나 <가디언>은 “월드컵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 아닌 최근 정부에게서 쟁취한 공공주택 건설 약속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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