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버(Uber) 사태를 통해 본 ‘공유경제’의 실상

[기고] 공유경제 이름표 단 대리운전업, 기사 등골 빼먹는 등골브레이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 공유’를 중개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우버(Uber)’가 11월 29일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2013년 8월 국내법인이 설립된 지 15개월만이다.

우버의 ‘차량 공유’는 승객이 가까운 운전자를 주문 호출해 운수서비스를 받고 운임을 낸다는 틀에서 콜택시나 대리운전과 비슷하지만, 앱 하나로 호출과 결제, 차종 선택, 운전자 평가와 조회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2009년에 설립된 우버는 2014년 들어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버 발표에 따르면 연초에 우버가 진출한 도시는 전 세계 60여개였으나 8월에 170여개를 거쳐 12월 현재 250여개가 되었다.

성장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첫 위기는 ‘불법성 논란’이다. 2012년 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잇따라 우버가 불법택시라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일반적으로 택시사업은 경영자와 종사자 자격, 수급조절, 요금 등과 관련해 당국의 관리감독과 법의 규제(한국의 경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를 받는다. 교통당국과 의회로선 우버가 운전자 신원확인과 안전교육, 차량검진 등 운행 중 사건 사고의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당연한 직무다. 그 결과 도시별 소송, 벌금, 영업금지 결정이 이어졌다. 서울시도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해 우버 신고포상제를 예고한 상태다.

불법성 논란에 대한 우버의 기본입장은 “우리는 운수 기업이 아닌 테크놀로지 기업”이라는 것이다. 우버 경영진은 각종 미디어에 출연해 요즘 각광받는 ‘실리콘밸리 엘리트’의 창의적이고 리버럴한 이미지에 스스로를 대입시켰고, 구태의연한 법, 산업, 정치가 ‘공유경제’로 나아가는 “굽힐 수 없는 진보의 길”을 가로막는다는 식의 성토를 반복했다(2014.8.19. <뉴욕타임즈> 인터뷰 기사). 스마트폰, ‘스타트업 신화’, ‘기술주 투자 신화’에 친숙한 사람들이 우버 지지 진영에 섰다.

‘공유경제’ 테크놀로지의 경쟁력은 노동자 ‘방임’과 ‘책임전가’

일부 우버 옹호자는 법제도를 보완해 우버 사업에 맞는 기준을 신설하면 될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버가 떳떳한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반길는지는 모를 일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버가 돈을 버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우버가 여객자동차사업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지금처럼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껏 행보로 볼 때 그 이유는 택시와의 차별점을 인정받는 정도에 있지 않는다. 진짜 목표는 모든 제도편입을 거부해 아무런 ‘업계표준’을 만들지 않으려는 데 있다. 특히 노동과 고용에 관련해 그렇다. 사업주 입장에서 우버가 택시보다 더 경쟁력 있다면 그것은 우버기사의 처우에 대한 아무런 표준이 없기 때문이다. 방임과 책임전가만 있을 뿐이다.

우버는 우버기사를 ‘파트너’라고 부른다. 이들을 등록시키기도, 퇴출하기도 하지만 정식 고용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버의 실질적 수익은 우버기사가 승객에게 운수노동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받는 운임에서 나온다. 실현된 운임의 20~25%를 우버가 가져가는데, 그 수수료를 공제하는 일도 우버는 앱으로 처리한다. 그러니 우버가 운수 기업이 아닌 테크놀로지 기업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우버가 벌이는 사업은 앱 서비스 영역에 한정되며 운수서비스 거래상의 모든 현실적 문제는 ‘파트너’의 몫으로 떠넘겨지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우버기사는 차량비, 유류비, 보험비 문제를 직접 결정하고 부담해야 한다. 경영자 입장에서 이러한 ‘방임’과 ‘책임전가’는 택시사업에 비해 엄청난 제도적, 금전적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쯤에서 우버가 자기변호에 즐겨 쓰는 ‘공유경제’의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 예찬자들은 기업이든 가정이든 개인 소유자산이 놀고 있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므로 그 자산을 나눠 쓰는 사업을 지원하자고 한다. 그런데 누구 입장에서 낭비라는 것일까? 사업주 입장에서다. 그렇다면 누가 지원하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한다. 말하자면 우버는 본인들 사업비용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우버기사들로부터 차량을 공유 받는다. 그러나 정작 우버기사와 승객은 차량 소유관계에 기초해 관행적인 거래를 한다(운임에는 차량이용분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버기사의 입장에서 ‘차량 공유’는 차라리 우버에 취업하기 위한 ‘차량 투자’에 가깝다.

이에 대해 ‘공유경제’는 ‘원래 갖고 있던 자산’을 굴려 부수입을 올리는 경제적 기회를 묘사하는 것이지 노동이나 고용의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버기사의 실상은 그런 그림과 아주 다르다.

우버기사는 전업기사가 기본

미국에서 우버기사는 전업의 생계형 일자리다. 단지 질 나쁜 일자리일 뿐이다. 우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 실업률 상승기에 설립되고 성장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제대로 된 기업가라면 우버 창업주도 우버기사가 전업기사가 되도록 사업을 계획했을 것이다. 그게 여러모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행선지가 같고 시간도 맞는 ‘순수한 공유경제’의 상황만 기다리면 사업이 안 된다. 풀타임 기사들이 도로 위에서 항시 대기해야 승객이 불시에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 공급량이 확보되고, 그 공급량에 따른 사업계획도 용이해진다. 우버앱 자체도 승객이 좋은 평가 사례가 축적된 전업기사를 더 신뢰하게끔 고안되었다.

회사는 생계형 기사를 원하기도 한다. 서비스품질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버는 승객에게 별점평가를 요청해 기준점 미만의 기사를 자동퇴출시키는데, 밥줄이 걸린 기사가 서비스 압박을 더 느끼게 마련이다. 별점제는 그 자체로 기사간 서비스 경쟁이기도 하다.

우버의 발표와 홍보 내용으로 봐도 우버기사는 전업기사가 기본이다. 우버기사가 뉴욕에서 9만 달러, 샌프란시스코에서 7만4000달러의 연수입을 올린다는 우버의 발표는 풀타임을 전제하며(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미국 택시기사의 평균 연수입은 2만2820달러다), 우버 한국지사는 유료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운영비가 따로 없는 우버엑스로 월 250만원의 수익을 내세요”라는 홍보문구를 내걸었다. 네바다 주가 우버의 영업금지를 결정했을 때 우버가 낸 성명은 “하룻밤 사이에 약 1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주민들이 생계 능력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몸집 키운 우버의 ‘요금 게임’과 폭발한 기사들

우버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날그날의 수입에 직결되는 요금이다. 요금은 기사들이 계획하고 감수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택시뿐 아니라 다른 신생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우버는 ‘요금 게임’에 돌입했다. 불시에 요금을 15% 인하하고 몇 주 뒤 또 하는 식이다. ‘몸집 키우기’의 후속타로 ‘택시보다 싼 요금’을 실현하려는 전략인데, 요금 결정권이 없는 택시업계는 이 게임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 우버의 승부수가 테크놀로지가 아닌 ‘더 싼 요금’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 ‘요금 게임’은 우버에 두 번째 위기를 가져왔다.

우버기사에게 요금인하는 곧 급료 삭감을 의미한다. 이에 시애틀의 우버기사들은 각종 비용공제 시 승객을 태우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발표했고, LA(로스앤젤레스)의 한 우버기사는 자신이 일하는 동안 마일당 요금이 2.50달러에서 1.10달러가 되었다고 토로했다. 잇단 요금인하로 생계형 기사들이 소유 차량을 ‘투자’하고 우버기사가 되도록 한 결정을 뒷받침해 준 계산이 전부 어그러졌다. 결국 불만이 폭발했다.

2014년 중순부터 미국의 우버기사들은 요금인하 정책에 반발해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규모로는 올 10월 뉴욕의 우버기사 2천 명(전체 기사의 5분의 1)이 벌인 동시 파업이 있다. 이들은 통상의 하루 수입인 7~12달러가 회사가 제시했던 25.79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고 따졌다. 한 파업 참가자는 “우버는 기사들의 등골을 빼 수십억 달러를 만들었다. 우리가 차량을 소유하고 기름 값을 내고 유지비도 낸다. 감가상각도 우리 몫이다. 우리가 모든 위험을 진다”고 토로했다(2014.10.22. <뉴욕타임즈>). 이 파업에 대해 우버 대변인은 공급은 충분하므로 이용엔 차질이 없다고 발표했다.

우버노조도 결성되었다. 올 5월 시애틀에서 최초의 ‘차량 공유’ 노조(Ride-Share Drivers Association)가 탄생했고, 8월 LA에서는 전미운수노조인 ‘팀스터(Teamsters)’를 통해 CADA(California App-based Drivers Association)가 출범했다. 노조결성 시도에 대해 LA의 우버 임원은 “절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다.

자본이 반색하는 ‘공유경제’

지금껏 미국 사례를 길게 짚은 것은 국내에서 얼마간 벌어진 우버 논쟁이 공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태는 계속 진전되고 있는데 ‘혁신’만 외치거나 ‘타보니 좋더라’하고 마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한국에 온 우버가 전혀 새로운 사업을 할 것도 아니지 않는가.

먼저 ‘공유경제’라는 꾸밈말부터 폐기해야 한다. ‘공유경제’는 철저하게 자본의 계획이고 자본가가 꾸는 꿈이다. 원래 갖고 있던 집이나 차량으로 돈을 벌게 해 준다는 ‘공유경제’의 해몽은 그냥 갖고 태어난 몸만으로 경영의 고됨과 투자의 위험도 없이 돈을 벌게 해 준다는 자본가의 오랜 주장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

실제로 우버에 가장 환호를 보낸 이들은 승객이 아닌 투자자들이었다. 얼마나 환호했냐 하면, 몇 주 전 마감된 자금조달에서 우버는 4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한화로 43조 원이다. 이는 우버가 올 6월에 기록한 170억 달러의 2배가 넘고, 최근 ‘샤오미’가 받은 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측되며, 지난해 상장한 ‘트위터’의 시가총액의 1.5배에 달하는 액수다. 기업이익순위표로 유명한 미국의 비즈니스 잡지 <포춘>은 현재 우버가 세계 500대 기업 중 약 77%보다 더 가치 있는 기업이라고 계산했다.

이처럼 시장에서 ‘공유경제’는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의미로 통한다. 비록 미국을 중심으로 우버 논쟁의 주제가 ‘공유경제’에서 열악한 기사의 처우로 옮겨가고 있으나, ‘주거 공유’를 표방하며 먼저 유명세를 떨친 ‘에어비앤비(AirBNB)’가 새로운 부동산 투자 기회를 창조하며 최근 상장 채비에 들어갔고 우버도 그 뒤를 따르고 있는 만큼 한동안 이해당사자들이 ‘공유경제’의 환상을 설파한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버 가치 ‘400억 달러’의 의미

그렇다면 환상 뒤에 남은 400억 달러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우버가 진출 도시마다 영업금지, 시위, 소송을 몰고 다닌다는 사실이 시장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버 투자열풍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우버 경영진이 시장 밖 잡음을 무난히 잠재울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판단, 거기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투자자들의 의지, 그리고 불리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점차 많은 사람이 생계형 우버기사로 유입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이다.

‘공유경제’ 테크놀로지의 의미를 점차 고용과 사업의 규제를 거둬내려는 자본의 큰 계획과도 연관지어 볼 줄 알아야 한다. 그와 관련해 우버가 2014년 선거의 핵심어로 떠오른 미국 일리노이 주의 사례를 소개한다. 11월에 치러진 주지사 투표 결과는 주지사의 우버 규제 법안(House Bill 4075) 서명을 저지하며 ‘아이러브 우버’로 출사표를 던진 공화당 후보 브루스 라우너(Bruce Rauner)의 승리였다. 사모투자회사 회장 출신인 라우너는 후보기간 동안 직접 우버 차량을 이용했으며, 우버가 일자리 창출을 희망하는 혁신적 기업이라는 내용의 성명도 발표했다. 그러나 우버를 옹호하는 한층 전통적인 수사로서 “(우버 규제 법안은) 경쟁을 가로막는다”거나 “사업규제를 줄여야 한다. 더 이상 필요없다”고 한 그의 발언은 거의 조명을 받지 않았다. 한편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이 직접 로비단체를 만들고 정치권과 어울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2013년부터 미국 언론의 단골 메뉴다. 이들은 이미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를 점찍어 캠페인을 지지하고 있기도 하다.

미디어와 ‘진보’ 정치인들이 ‘공유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노래하는 동안 자본은 준비를 마쳤다. 노동자들이 더 큰 불안정성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우버기사는 각종 사업주 횡포(우버와는 그 종류가 완전히 다른 과도한 수수료, 부당한 벌금, 강제 보험가입 등)를 감수하는 한국의 대리운전기사와도 견줄 만하다. 우버도 대리운전처럼 늦은 밤 유흥가 호출이 많다는데 실제 우버의 자기자랑 중에는 음주운전을 줄인다는 것도 끼어 있다. 재미있는 점은 국내 대리운전업주가 방송이나 강연에 초청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공유경제’ 같은 근사한 이름표를 못 달아서겠다. ‘공유경제’라고 하면 확실히 비정규직제, 시간제 일자리, ‘중규직’보다 인기가 있다. 그것이 혁신이라면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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