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의 사회화를 눈 뜨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소셜파워] 현대중공업, 금호산업, 폭스바겐

지옥선 5 - 조선소

백무산

남은 햇살이 잘려 비가 내리는 저녁답
시든 몇 포기 잡초만 공장 담벼락에 웅크리고
뒷산 들국화는 산마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마른 씨앗이 실려 쇳덩이 위에 앉고
기계소리에 잘린 가지들은 가을바람에 어둡게 손짓한다
부속병원 정원에 갈꽃도 지고
떨어져 죽은 인부들의 빛바랜 초상화가 빗속에 흐느꼈다
간밤에 나와 함께 짜장면을 나눠먹었는데
짜장면처럼 까맣게 타서 거적에 쌓여 가는 친구의 얼굴이
어두운 날들, 질척이는 바닥에 핏물 되어 흘렀다
밤기차로 달려 온 어린 누이
밤새 숨막힌 울음에 물결처럼 흔들리다
빗속 강물이 되어 있었지
그 오랜 가난과 어둠으로, 허기진 땀 같은 비를 뿌렸을까
처마 밑 짜장면 그릇이 비에 젖어 흩어지는 새벽
살아남은 사람들의 망치소리가
싸늘한 새벽 공기를 가르고
돌아오지 않는 배를 끊임없이 만들지만
우리가 이제 찾아나서리라
밤새 흘린 눈물을 밟아 짓이기며
떨리는 분노의 발길로 찾아나서리라



지금 건설, 조선, 철강 업계 파산이 눈앞에 보인다

올해 건설, 조선, 철강 등의 업종이 어렵다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건설은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있으나, 이 인위적인 경기 부양 정책은 건설업계로선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정도’라고 한다. 해외 공사의 수익성이 건설사의 수익과 신용도의 척도인데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한국 건설업체를 구제해줄 만큼의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조선은 건설보다도 더 눈에 뜨이게 불황의 여파가 보인다. 2010년대 들어와 선박 수주량 세계 1위는 중국에게 빼앗겼고 일본 조선산업이 엔화 약세를 무기로 바짝 추적해오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있는 심해 석유 시추 설비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해양 플랜트 수주도 떨어졌다. 철강업계는 세계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 조선 분야 불황으로 철강재 수요가 위축되어 있고,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공급 과잉은 국내 철강재에 대한 수입규제가 증가하고 있기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달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간 연계강화를 위해 발족한 ‘경제통상연구’ 제5차 모임을 개최해 현대제철, 동부제철, 포스코경영연구원, 현대하이스코를 초청해서 정부와 산업계의 공조를 논의했다. 이 모임에서는 국내 철강제품에 대한 각국의 수입 규제와 관련, 반덤핑 조사 등 제소 움직임을 조기포착하는 공조체제 강화를 중점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실제로 파산하는 업체가 등장하면 정부는 언제나 그렇듯이 ‘너무나도 잘 보이는 손’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파산한 업체를 위해 ‘손실의 사회화’를 진행할 것이다.

현대 중공업은 노동자에게만 고통 전가

지난해 세계 선박 수주량은 전년대비 34.7% 감소한 397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였다. 건조량은 2010년 이후 연평균 10%씩 줄어 전년대비 6.8% 감소한 3474만CGT였다. 한국의 감소량은 세계적인 추세와 거의 같이 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 조선산업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대비 36.4% 감소한 1178만CGT다. 수주액은 32.3% 감소한 314억달러고 건조량은 전년대비 3.7% 감소한 1203만CGT다. 이는 바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으로 전가되었다.

작년 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는 579개 업체 4만1,059명의 사내하청노동자가 있었다. 지난 3월말 하청업체는 534개로 45개 업체가 폐업했고, 하청노동자는 3만7,942명으로 3,117명이 줄었다. 현대 미포조선 하청업체 KTK 소속인 노동자 80여명은 업체가 돌연 폐업하고 체불임금도 주지 않자 현대미포조선 해양사업본부 앞에서 농성중이다. 지난 1월 중순부터 과장급 이상 사무직 노동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했고 사무직 노동자 1000여명이 사직서를 냈다. 희망퇴직을 받은 회사는 그 자리에 신입사원들로 충당하기 시작해서 20년간 회사에서 일해 온 공로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회사의 재무 구조 희망퇴직을 거부한 사무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일반직지회)을 결성했고 노조 결성 이후 희망퇴직은 지금 어느 정도는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3월 들어와서는 사무직 여사원 597명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이 실시되었고 170명이 희망퇴직했다. 희망퇴직을 하지 않은 여사원들을 대상으로 CAD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여사원들은 사실상 퇴출프로그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금까지 성장해 온 것은 산재로 대변되는 숱한 노동자들의 고통을 딛고 온 것이다. 작년 한 해에만 산재로 9명이 죽었다. 회사가 산재를 방지하려고 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지만 그 후로도 6명이 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 직원 중 62.8%가 비정규직이지만 주총 의장인 최길선 대표이사 회장은 “정규직 전환 문제는 여러분이 해결할 일이지 회사가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유체이탈화법을 선보였다. 회사의 손실은 노동자들에게만 부담이 된다. 이사 보수한도는 한도액 40억이다. 경영진들은 회사의 손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가 파산하게 되면 이 고통은 손실의 사회화로 넘어갈 것이다. 올해 일어나고 있는 손실의 사회화의 예를 하나 보자.

금호산업 매각 – 손실의 사회화

올해 인수합병 시장에서 최대 매물은 금호산업이다. 엄청난 공적 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금호가 인수했으나 세계 금융위기로 자금 유동성 위기에 처했었다. 매각 주간사가 KDB 산업은행과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 전환된 자금은 3조원에 달한다. 3조원의 손실의 사회화를 통해 금호산업을 정상화시킨 것이다. 얼마 전 유찰된 매각가격은 6,006억이었다. 현재 예상매각액은 1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아시아나 항공은 물론 다른 자회사의 경영권을 가지게 되는데 자산 가치는 9조원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 보유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 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금호산업의 회생에는 구조 조정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통과 엄청난 공적 자금이 투하되었지만 사회에는 돌아오는 것이 없다. 이런 기업들은 워크아웃을 거친 후 다시 원래 재벌이나 다른 재벌들의 수중으로 넘어 간다. ‘너무도 뚜렷히 보이는 손’인 정부에 의해서 오직 소수의 기업만이 구제 받은 후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적으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 세계 최고의 혁신적인 자동차 기업, 사회화된 기업을 보라

왜 파산한 기업을 정부가 구제해서 다시 기업에게 돌려주는 사회의 손실화를 반복하는가? 파산한 기업을 사회화시키면 안되는가? 정부가 기업에 개입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인가? 그런 진리 따위는 없다는 것은 폭스바겐이 보여준다.

폭스바겐은 지난 29일 열린 제 10회 '오토모티브 이노베이션 상'에서 '올해의 혁신적인 자동차 메이커 상'을 비롯해 총 6개 부문을 수상하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입증 받았다. 2015년 도요타에 이어 세계 자동차 업계 2위로 유럽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주주는 독일의 니더작센 주정부이다. 주정부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폭스바겐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이라 불리는 재벌일가에 의한 경영 보다 이토록 훨씬 낫다. 폭스바겐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014년 현대대자동차(182조293억), 기아자동차(9조3112억원)에 이어서 2조 6619억원을 기록해서 판매 3위에 올라섰다.

사회화된 기업인 폭스바겐은 다르다. 일본업체의 진출로 한때 세계 1위 업체였던 GM이 정리해고에만 집중하다가 시장의 뒷자리로 밀려났지만 폭스바겐은 GM의 전략인 정리해고에 집착하지 않았다. 1992년 폭스바겐의 수익이 87%로 격감했을 때 위기 중의 위기였다. 1993년 3만 명을 해고하려던 사측과 이에 맞선 노조는 협상 4주 만에 ‘생산입지와 고용안전을 위한 기업협약’을 체결했다. 일자리 나누기를 시작한 것이다. 1994년부터 실시한 일자리나누기의 핵심은 사측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조는 임금 보전 없는 근로시간 단축(주4일제 도입으로 주당 노동시간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단축)에 합의한 것이다. 노동시간이 20% 줄어들고 노동자 소득은 최고 16%가 줄어들었으나 고용은 안정되었다.

23개월 동안 16번의 쪼개기 계약을 통해 3천명의 촉탁직을 쓰고 버리는 현대차와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폭스바겐 노조는 폭스바겐 본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부품공급업체와의 연결망과 일치하는 노동운동에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 예를 들면 메르켈 총리 이전의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니더작센의 노동운동을 배경으로 정치적 성장을 해왔던 인물이었다.

독일 정부는 폭스바겐이 완전히 사유화되는 것을 막고 자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폭스바겐 법을 1960년에 제정했다. 폭스바겐의 사유화 - Privatisation의 번역어인 ‘민영화’란 말 자체는 자본의 의도를 숨기기 위한 의도적인 오역이다. 도대체 어떤 ‘민’이 공기업을 인수했나?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이 인수했을 뿐이다 - 를 막기 위한 이 법률은 단일주주가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수 없도록 하여 20%의 지분을 가진 니더작센 정부가 최대의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보장해주었다. 법률적으로도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던 니더작센의 주식은 또 황금주(인수 합병 등 기업의 주요의사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특별주)였다. 유럽통합 이후 유럽사법재판소는 20% 지분 제한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오랫동안 폭스바겐을 눈독 들이던 포르쉐는 폭스바겐의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폭스바겐 법은 이 때문에 2008년 수정됐다. 황금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모든 주주는 평등해졌지만 수정된 폭스바겐 법은 여전히 폭스바겐을 최소수준에서 보호하고 있다. 수정된 새 법에서는 80%의 주주가 동의해야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다. 20% 이상의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면 폭스바겐의 인수 합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납입자본금 비율과 투표권을 보자.


또 이 법령은 니더작센 주 정부가 2명의 대표를 폭스바겐에 파견하여 경영에 참가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황금주가 주는 혜택은 유럽연합의 압박에 의해 포기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남겨둔 것이다. (물론 폭스바겐과 같은 방식도 근본적인 한계는 있다.)

2015년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국민차 ‘비틀’의 개발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손자인 피에히 회장은 지난 4월 22년간 지속해온 이사회 회장직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창업가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비터콘 CEO의 능력이 창업가문 보다 낫다고 이사회가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피에히의 후임으로는 IG메탈 노조위원장을 거쳐 폭스바겐 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베르톨트 후버가 새로운 이사회 회장을 맡기로 했다.

현대조선이 폭스바겐처럼 사회화된 기업이라면 하청업체 노동자 체불 임금 백만원 정도는 떼어먹으면서도 이사 보수한도는 한도액 40억을 정할 수 있겠는가? 현대 자동차가 폭스바겐처럼 사회화된 기업이라면 비정규직을 계속 불법으로 고용하는 것도 부족해서 촉탁직을 그렇게 쓰고 버릴 수가 있겠는가?

폭스바겐의 사례를 우리는 왜 가질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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