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폐소생술까지 받았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병석에 누운 지 1년이 됐다. 사망설까지 나왔던 이 회장은 아직 인지기능조차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니 언제 정상으로 회복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회장의 건강 유무 혹은 생존 유무가 주목되는 것은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도 상속문제 즉,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그룹의 승계문제에 쏠린 관심 때문이다.
이재용이 이건희의 지분 상속을 위해 내야 할 상속세는 적게는 4조 원에서 많게는 10조 원까지 추산된다. 총수일가의 지분 전체를 합쳐도 2%도 안되는 적은 지분으로 자산이 400조가 넘는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지배구조 또한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취약한 지배구조 속에서 이 회장의 지분을 이재용이 상속받지 못하면 그것은 그룹 전체의 경영권 상실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삼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직 자식이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멀쩡한 회사를 쪼개고 붙이고 상장하고 매각하면서 상속을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이건희 회장이 드러눕기 직전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합병이 있었고 제일모직과 삼성SDI가 합병했다. 삼성의 석유와 화학부문 계열사 4곳도 한화에 매각했다. 그 중 가장 극적인 것은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상장이었다.
삼성의 지배구조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계열사’의 출자 고리가 핵심이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삼성생명이 (총수일가와 계열사 지분 중에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로 행사하고 있는데, 이 삼성생명의 1대주주가 이건희 회장이고 2대 주주가 제일모직이다. 다시 제일모직은 이재용이 최대주주다. 즉, <이건희+제일모직(이재용)>->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계열사 형태로 지배구조가 짜여 있다.
순환출자구조상 삼성전자가 가장 핵심이고 관건이다. 그런데,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고 이건희의 지분(3.38%)을 상속해도 최소 3조 2천억 원 이상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삼성생명이 7.5%, 삼성화재가 1.3% 등 금융계열사가 8.8%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일가와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은 17.6%에 불과하다. 여기서 금산분리가 강화되어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8.8%의 의결권이 제한 받게 된다면 경영권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고, 이건희 지분을 상속받지 못하면 이재용은 그룹의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이 금산분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도 바로 이 부분이다.
불법증여 저가발행 논란 속, 20년 만에 꺼내든 이재용의 실탄
이재용으로서는 현재 네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첫째, 문제가 있더라도 이대로 그냥 가든지(단, 이건희가 계속 생존해 있어야 한다.) 둘째, (돈이 있다면) 상속세를 내고 상속을 받든지 셋째, 금산분리가 완화돼 지주회사체제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가 인정되든지(제일모직을 지주회사로 하고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두고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 넷째,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하고 분할하든지 해야 한다.
첫 번째는 지금 현재 불가능하고, 중간금융지주회사가 용인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렇다고 그룹이 분리되는 것은 꿈꾸고 싶지도 않은 것이라, 결국 상속으로 가는 방법 외엔 없다. 이런 상속을 위한 실탄마련은 현재로서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바로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상장으로 최대주주인 이재용과 이부진, 이서현 남매의 주식수익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1995년 말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에게 60억 8천만 원을 증여하면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시작됐다. 당시 에버랜드는 주당 85,000원 정도였던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전체 지분 62.5%에 해당하는 125만여 주를 발행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 등 개인 주주와 삼성전자, 제일모직, 중앙일보, 삼성물산 등 법인 주주 등 모든 주주들이 주주배정을 포기해 이재용 남매에게 모두 배당됐고 이재용은 이 돈으로 전환사채를 사들여 주식으로 바꿔 에버랜드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 거래로 이재용은 무려 33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또한, 1999년 삼성SDS는 주식을 살 수 있는 채권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당시 장외가가 55,000원 정도였던 삼성SDS 주식을 7,150원에 살 수 있게 채권을 발행해 이재용 등에게 판매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 채권의 판매를 결정한 이건희, 이학수 등에게는 유죄를 선고했지만, 이 채권을 산 이재용에게는 어떠한 처벌도, 불법재산 환수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이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해 말 상장된 것이다. 또한 삼성SDS는 1999년 당시 저가발행 논란을 일으키며 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았던 그 주식이다. 부당증여, 저가발행 논란 속에 20년 만에 이재용은 45억 원에서 7조8천억 원으로 1700배 넘게 돈을 불렸다. 이런 천문학적인 재산을 손에 넣으면서 이재용이 납부한 세금은 애초에 이건희로부터 60억 원을 받으면서 지불한 증여세 16억 원에 불과했다.
주주이익 보장, 골목상권 지키기로 끝난 경제민주화 논란
지난 대선을 전후로 경제민주화 논의가 뜨거웠다.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와 시장독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논쟁은 소유지배구조와 재벌의 전횡을 문제 삼았지만 결국 주주들의 이해를 더 많이 보장해 달라는 주주자본주의적인 요구와 시장독점에 대해 골목상권지키기 수준으로 정리되고 말았다.
재벌문제의 핵심은 지배구조의 합리화나 세습의 문제가 아니라 ‘소유’ 그 자체의 문제다. 지배구조를 합리화하고 주주중심으로 짠다고 삼성이 더 민주적인 기업이 되거나 국민경제에 더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세습이 아니라 2대주주나 3대주주 혹은 전문경영인에 의해서 삼성이 운영된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재벌이 벌어들인 독점이윤이 총수일가와 소수의 주주들에게 전용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재벌을 소유하고 있다는 전제와 믿음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1년은 재벌 스스로가 독점이윤을 가지고 어떻게 소유지배권을 창조해 내는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그렇게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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