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쪽방화재사건 원인은?

피플파워  / 2007년05월08일 16시37분

하주영/ 5월 1일은 노동절이었습니다. 그날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분들이 많으셨지요? 쉬는 날도 회사 마음대로 이지만 고용 불안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하셨을 텐데요.

일자리에 잠자리까지 불안정 하다면 어떨까요? 지난 4월 23일에는 남대문 쪽방에서 화재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평의 공간일 뿐이지만 피곤한 몸을 누이고 식사를 하는 중요한 공간이었는데요. 짧은 시간의 화재는 이들에게 집 뿐 아니라 목숨까지 앗아갔는데요.

가난한 사람들만 점 점 힘들어지는 세상입니다.
오늘 피플파워에서는 쪽방 화재 사건을 돌아보며 빈곤과 주거문제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하주영/ 화재 다음 날인 4월 24일 쪽방 화재 희생자 분들의 추모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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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1 : 영상1. 남대문 쪽방 화재 희생자 추모제 : 5분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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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오늘 이야기 나눌 분은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동현 활동가십니다. 안녕하세요.


이동현/ 네 안녕하세요.


하주영/ 본 내용으로 돌아가서요. 지난 4월 23일 남대문 쪽방에서 화재가 나서 1명이 돌아가시고 4명이 사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18분 만에 불은 꺼졌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렇게 짦은 시간동안 큰 인명 피해가 난 이유가 있나요? ①


이동현/ 주민들이 잠들어있는 상황에서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 사실을 이미 상당정도 진행된 뒤 알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겠죠.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쪽방의 구조에 있습니다. 화재가 난 건물 뿐 아니라 모든 쪽방은 비상구가 없고, 복도나 계단도 지나치게 좁아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오래전 지은 건물이다보니 응급 탈출 장치도, 스프링클러도 구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주영/ 건물마다 화재 예방시설을 강제하지 않나요? 쪽방 주인이 설치하지 않는다면 정부에서라도 화재 장비를 마련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②


이동현/ 현재 쪽방에 대해 소방당국이 법률적으로 명확히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한 예로 소방시설설치법을 보면 건축할 때 소방본부장의 동의가 필수적인 건물은 연면적 400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만 해당합니다. 당연히 쪽방은 제외되죠. 이런 이유를 들어 소방당국은 ‘화재 예방 캠페인’과 같은 우회적, 혹은 면피성 활동으로 국한하고 있는데요. 남대문 쪽방화재만 보더라도 지금은 그렇게 늑장 부릴 상황이 아닙니다. 게다가 소방 당국 개입의 법적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소방기본법을 보면 시도지사가 화재 발생우려가 높은 지역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소방당국이 검사를 하고 소방 설비 설치를 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만 갖고서도 쪽방은 물론, 쪽방촌 전체에 대한 소방대책의 근거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주영/ 이번 쪽방 화재 사건은 정말 인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까 쪽방 건물이 오래됐다고 하셨는데요. 쪽방이 언제부터 생기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③


이동현/- 쪽방은 도시화와 함께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고, 쪽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 것 역시 IMF 이후이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다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단지, 쪽방에 대한 연구들에서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쪽방이 현재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 대략 4~50년 되었을 것이라 추측할 뿐입니다. 일제가 만든 공창이 현재의 쪽방으로 바뀐 곳도 있는 것처럼 성 산업이 이뤄졌던 곳이 많은데요. 도시로 가난한 노동인구가 유입되면서 하루 잠자리가 필요한 그들에게 인근에 일자리나 이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고, 교통이 편리한 입지적 특성을 갖고 있는 쪽방은 자연스레 거주의 공간으로 변모했던 것이지요


하주영/ 쪽방이 거의 산업화와 동시에 생겼다면 아주 오래 지속이 된 건데. 그동안 정부에서 쪽방 주민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아까 말씀 나눴지만 쪽방 환경에 대해 좀 더 궁금해지는데요.
현재 쪽방이 주거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요? ④


이동현/ 쪽방 생활을 묘사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한 평이라는 방안에 부엌 살림을 꾸리고, 겨울에는 찬물로 씻어야하고, 여름에는 환기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 퍼지는 재래식 화장실 악취를 견뎌야 합니다. 게다가 그런 공간을 유지하는 데 소득의 절반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이렇듯 쪽방 주거환경의 모든 면이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교통이 편리하고 인근에 복지자원과 인력시장이 형성된다든지 하는 입지적 특성, 무보증 월세라는 임대료 체계 등의 특성은 주민들에게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주영/화재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어려운 환경에서 거주하셨던 것인데요.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실 텐데 주로 어떤 분들이 쪽방에서 거주하시나요?⑤


이동현 /질문에서 말씀 하셨듯 가난한 사람들이 쪽방에서 살아갑니다. 쪽방은 무보증월세로 운영되는 특성이 있는데요.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에겐 쪽방 외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죠. 그러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쪽방 주민들에게 맞춤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주민들 중 수급자 가구가 60%를 넘고 있고, 주민들의 평균 소득이 40만 원도 안될 만큼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 넷 중 세 가구는 장애나 만성질환을 겪고 있을 만큼 건강 상태도 열악하지만 보험료 체납이나 본인 부담금으로 인해 적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주영/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문제이네요.
아까 말씀 중에 쪽방이 일하기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하셨는데요. 쪽방, 노숙 모두 일할 의지가 없다거나 혹은 일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사람들이라는 의식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⑥


이동현/ 전제를 치자면 노동의지가 구직을 담보하는 시대는 아니란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지적하신 것처럼 ‘일할 의욕이 없는 사람’이라는 혐의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아마 거리노숙인일텐데요. 저희가 2005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거리노숙인의 85%가 구직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건강 등 노동에의 장벽을 겪고 있어 구직을 단념한 이들의 수치까지 고려한다면 적어도 노동 의지 자체가 없는 노숙인들은 극소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노숙인, 쪽방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열악하고 노동능력이 없다는 생각은 일면 타당합니다. 하지만 이를 공통의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은 개개인마다 겪고 있는 문제들은 주거, 금융피해, 주민등록 문제 등 실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하주영/ 얼마나 많은 수의 분들이 노숙이나 쪽방 등 불안한 거주 환경에 놓여 있는지요. ⑦



이동현/ 우리나라의 노숙인 수는 통계가 없습니다. 복지부나 서울시에서 발표하는 수치들은 노숙인 지원기관에 의해 발견된 수에 불과하고, 한 번도 전국 차원의 전수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노숙과 같이 불안정한 거주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의 수 역시 정식 통계가 발표된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추정치일 뿐인데, 정부(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의 자료를 보더라도 노숙, 무허가기도원과 같이 극도의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분들은 무려 10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주영/ 10만명 이면 왠만한 소규모 도시 인구 만한 숫자인데요.
쪽방이 4,50년이나 되고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 10만이 되도록 정부가 무엇을 한 것인지 의문이네요. (이 문장은 할지 말지.) <쪽방 화재사건이나 노숙이 특이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서울역 부근 쪽방에 사시는 한 주민을 인터뷰 했습니다. 직접 사시는 얘기 들으며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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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 영상2. 서울역 부근 쪽방 생활 당사자 이태헌씨 인터뷰 : 5분 3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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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말씀이 마음에 남습니다. 서울역 부근 쪽방도 일부분 철거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정부에서 쪽방을 철거하면 살던 분들은 어떻게 되시는 건가요?⑧


이동현/한겨레 신문에서 2003년 영등포 쪽방 철거민 200여 명 중 71명에 대한 추적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요. 대부분 쪽방 반경 1키로미터 이내로 이주하거나 노숙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쪽방은 허물어지고 그 공간은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겠지만 결국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형편이 바뀌지 않는 한 그들은 다시 다른 쪽방으로 이주하거나 노숙과 같이 더 한계적인 삶으로 내몰리는 건데요. 영등포나 남대문로5가동의 예를 볼 때 철거가 되자 인근 쪽방 값이 몇 만원씩 올랐고, 이를 감당할 수 없던 일부 주민들은 실제 노숙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주영/ 노숙을 하시게 되면 더욱 힘든 조건에 놓이게 되는 것 아닌가요?⑨


이동현/노숙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전장에 나간 군인이 겪는 것과 유사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처럼 노숙 생활은 그 자체가 한계상황입니다. 건강 악화, 주민등록 말소, 구직의 어려움, 노숙인을 타겟으로 한 금융사기나 노동착취 등 범죄에의 이용 등 노숙생활로 비롯하는 문제들은 정말 다양하고 심각합니다.


하주영/ 열악한 환경의 쪽방이지만 다시 노숙으로 갈 수 있게 하지 않는 마지막 보루군요. 쪽방 거주자나 주거 환경이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이 있나요? ⑩


이동현/현재 노숙인, 쪽방 주민들 정도의 소득수준인 분들이 활용가능한 주택 프로그램은 영구임대주택과 단신자용 매입임대 주택이 전부입니다. 그중 영구임대주택은 노태우 정권이 건설한 19만 호가 전부이며, 그러다보니 대기자 수가 많고, 대다수가 단신인 쪽방, 노숙인들은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 같은 경우는 영구임대주택 입주대상에 단신자를 아예 배제시키고 있습니다.
그나마 단신자용매입임대주택이란 것을 주목할 수 있는데, 전국에 300호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나 현재 입주해 있는
분들은 20여명에 불과합니다.


하주영/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놓인 분은 10만명 인데 정부가 제시한 300가구 뿐이라니, 정부가 실정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집을 마련한다거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대책과 관련하여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⑪


이동현/다른 나라의 예는 다양합니다. 하나의 예만 들자면 미국은 우리의 쪽방과 유사한 SRO주택의 철거금지를 명문화하고 개보수에 대한 지원은 물론 입주자들에 대한 임대료 지원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펴고 있는데요. 공통적인 것은 그들은 우리처럼 쪽방과 같은 불안정 주거를 무작정 철거하지 않고, 정부차원의 규제와 지원을 통해 빈민들의 주거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하주영/주거 환경에 대책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⑫


이동현/통상적인 수준 국가들의 공공주택 재고율은 20%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작 4%에 불과합니다. 쪽방 뿐 아니라 수많은 주거 빈곤층의 고통은 사실 열악한 공공주택 정책으로 인한 것입니다.
쪽방 주민들의 경우 70% 이상이 쪽방을 벗어나고 싶어하고 그 중 대다수는 공공주택으로 이주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슬럼은 문제가 아니라 해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쪽방 역시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쪽방 대책은 철거를 중단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하며, 쪽방을 안정된 주거환경으로 개선하는 방식,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지원제도를 구비하는 방식으로 펼쳐져야 합니다. 한 예로 매입임대주택에 쪽방을 포함시켜 운영하고 기존 설치된 쪽방상담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약간의 제도적 손질만 선행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주영/ 네 지금까지 이동현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활동가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오늘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인사)


이동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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