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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의날 100주년, 행사로 떼우나?

피플파워  / 2008년03월14일 17시09분

하주영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하주영입니다.
4월 총선의 후보자 공천을 두고 후보자의 자질 문제가 대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인물이 그렇게 없나하는 생각보다, 직업 정치인들을 믿고 국정을 맡겨도 될까라는 걱정이 앞서는데요, 특권층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 국민의 대표 자리는 그저 한 자리 차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첫순서 이슈피에서는 100주년을 맞이한 3·8 여성의날의 의미를 오늘날 여성의 삶으로 되돌아봅니다. 먼저 영상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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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 도입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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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의날 100주년, 행사로 떼우나?


하주영/ 오늘 함께 얘기 나눌 분은 문설희 활동가입니다.




문설희/ 안녕하세요(인사)

하주영/ 올해로 3월8일 여성의 날은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해마다 전 세계의 여성의 날 기념행사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10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여성의 날의 의미를 다시 짚어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①


여성의 날, 기념일이 아니라 여성 차별·폭력·빈곤에 맞서는 날


문설희/ 어느 순간부터인가 여성의 날은 ‘어머니의 날’과 ‘발렌타인데이’를 뒤섞은 형태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3월8일에는 여성들에게 꽃과 초콜렛을 선물하세요~”라는 선전문구가 여성의 날이 되면 등장하는 실정이니까요. 이러한 모습은 비단 광고에서 뿐만이 아닙니다. 작년 3월8일 서울지역에서 열린 99주년 여성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의 한 여성간부는 “오늘 남성 동료가 꽃을 주던가요? 남편에게서 선물을 받으셨나요?”라고 확인을 하시더군요. 우리의 기억 속에 ‘여성의 날’은 여성들 애썼다며 선물을 받는 기념일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의 날은 저명한 여성인사들을 모시고 한 말씀 듣거나, 유명 한 여성 연예인들의 공연을 즐기는 기념행사를 치루는 날로 변질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안세계화운동의 고양과 더불어 여성의 날이 그 본래의 색을 되찾아 가는 반가운 모습 역시 눈에 띄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 폭력과 빈곤이 난무하는 세상에 맞서 전지구적 저항을 일궈내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3월 8일’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와 같이 신자유주의 국가정책이 여성에 대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포섭되는 경향과는 완전히 단절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국제 연대를 강화하는 날로 세계 여성의 날은 거듭나야 합니다. 2008년 3월 8일 여성의 날은 바로 그러한 거듭남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100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은 신자유주의에 맞서 저항하는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투쟁의 날로 다시 살아 숨 쉬어야 합니다.


하주영/ 올해 38 여성의 날에는 투쟁하는 여성노동자와 함께 행사를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바같이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에서 가장 큰 문제가 노동의 문제이기 때문입니까? 투쟁하는 여성노동자와 함께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②

문설희/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3․8 세계 여성의 날의 본래적 의미를 되찾는 데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저항하는 여성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을 때,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치열하게 저항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올해 3․8 여성의 날을 맞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특히 작년 3월8일 여성의 날에는 광주와 울산에서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알몸시위까지 하면서 절박한 싸움을 진행한 바 있지만, 당시 여성의 날에는 ‘진보여성 총단결로 대선투쟁 승리하자’는 공허한 외침만이 존재했고, 그로부터 꼭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도 광주시청 여성노동자들은 복직되지 못하고 처절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진보여성 총단결로 총선투쟁 승리하자’라는 식의 공허한 외침만이 존재하게 할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투쟁의 당사자들과 함께 한국사회 여성들의 삶의 현실을 드러내고 정말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당사자의 목소리로 알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주영/ 여성의 비정규직 노동이 확산되면서 이로 인한 빈곤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심각해졌습니까? 비정규직 법이 통과되면서 여성의 비정규직화는 더욱 가속화 되었죠? ③


전체 비정규직 70%가 여성, 빈곤의 악순환


문설희/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여성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2006년을 기준으로 남성의 63.4%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으로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으며, 여성들이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일텐데요,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이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노동형태라고 호도하면서, 고용의 유연성을 확대하면서 차별금지를 강화하는 비정규직‘보호’법이야말로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하지만 매장을 점거하고 있는 파업의 순간에도 밀린 빨래와 설거지 걱정, 남편과 아이들 끼니 걱정에서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랜드-뉴코아의 수많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여성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좋다고 이야기 할 이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결국 비정규‘보호’법은 여성들의 노동에 대한 권리를 왜곡시키고 있고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일자리 창출 및 고용유지 방안인척 하며 독립직군제와 무기계약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들을 ‘여성에게 적합한 직종’, ‘저임금의 직종’으로 몰아넣고 성차별 및 빈곤 문제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주영/ 사실 노동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렇게 여성이라 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임금을 적게 받는다는 것은 부당해 보이는 데요, 작년 뉴코아-이랜드 투쟁은 바로 이런 현재 여성노동자의 삶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당시 뉴코아-이랜드 투쟁을 이끈 여성노동자들은 일상과 노동 현장에서 어떤 삶을 살아갔습니까? ④


문설희/ 뉴코아-이랜드 투쟁을 이끈 여성노동자들 중 기혼 여성의 경우, 대부분 생계비 문제, 아이들 학비 문제 등으로 인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결혼 전에 직장생활을 하셨던 분일지라도 출산과 육아, 가사문제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일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그래서 일을 관뒀다가 다시 직장을 구할 때 그나마 쉽게 구해지는 일이 마트의 비정규직 일자리였던 것이죠. 그러나 비정규직이라고, 파트타임이라고, 소위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쉬웠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제 진행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와 함께 하는 이야기마당’에 참가하신 뉴코아 조합원의 경우, 3시부터 11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 가족들은 모두 잠들어 있어 늘상 가족과 저녁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는 미안함에 시달려야 했고, 그렇다고 출근이 늦으니 아침에 넉넉하게 일어나도 되었느냐 하면,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내야 하니 결코 그런 것도 아닌, 이중으로 고되 고 마음이 쓰이는 일상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하주영/돌아보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오랜 기간 지속된 곳도 많고 새롭게 시작되는 곳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에 함께는 투쟁사업장은 어떤 곳이 있습니까? ⑤


노동할 권리 위해 싸우는 여성노동자 투쟁사업장 늘고 있어




문설희/ 38 투쟁기획단에 함께 하고 있는 투쟁사업장은 오늘로 파업투쟁 925일째인 기륭전자분회와 작년 여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투쟁을 진행했던 뉴코아 노조, 이랜드 노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파업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정규직 중에서도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비공식부문노동자의 현실을 바꾸어내고자 매일매일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지역 간병인분회가 있습니다. 특히 간병인분회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될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라는 것이 간병노동자들의 그간의 요구를 싹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여 생색내기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려내고 제대로 된 간병서비스제도 마련을 위해 각종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전국노점상 연합도 비공식부문에서 일하는 여성의 생존권을 지켜내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단체협상과 학내실천행동 등을 전개하면서 투쟁의 기운을 모아나가고 있는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 덕성여대분회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도 행사를 함께하고 있구요, 보육, 학교비정규직 동지들도 역시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이 늘어간다는 것은 이제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왜 유독 여성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아채기가 싶지 않아 보입니다. 여성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가 뭘까요? ⑥






문설희/ 어제 진행했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에서 기륭전자분회의 한 조합원은 왜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여성인지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이야기하시더군요. 여성은 사회적 약자니까, 쉽게 써도 된다고 여겨지니까 그런 거 아니겠느냐고. 저도 바로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거기에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여성은 인간이자 노동자이기 이전에 어머니이자 아내, 며느리, 딸로서의 역할이 더 중시되는 이유가 있겠습니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주부니까, 반찬값 정도만 주면 되겠지, 라는 편견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닐테고, 여자는 시집가면 그만이니까, 비정규직으로 써도 되겠지, 라는 통념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닐 겁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당연시되는 여성에 대한 역할규정이 노동시장에서의 역할규정으로 그대로 이어지면서,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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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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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지난 참여정부시절 가장 주목받은 정부기관이라고 한다면 여성가족부였는데요, 여성일자리 창출 뭐 이런 것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높였다고 말했지 않습니까? TV광고나 문구 같은걸 보면 뭔가 큰 희망을 주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⑦


비정규직과 빈곤 문제,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어


문설희/ 요새 유행하는 말이 알파걸, 알파우먼, 골드미스 뭐 그런 것들이던데요, 즉 여성도 능력이 있으면 남자 못지않게 잘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성에 대한 교육과 정치의 기회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고 바람직한 일입니다만, 그러나 사실은 그것은 단지 특권층에 해당하는 여성들에게만 해당사항이 있고 오히려 대부분의 여성들은 비정규직으로 저임금으로 빈곤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 현실인데, 여성의 사회진출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이러한 현실을 철저하게 은폐시키고 있어 문제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여성들의 현실이 마치 그녀들이 능력이 없는 까닭으로 설명되면서, 비정규직과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인 양 치부되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하주영/ 자, 이제 정권이 바뀌고 여성가족부가 여성부로 바뀌면서 존폐의 위기에서 살아남긴 했습니다만, 과연 이전 참여정부 때와 달리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이 나아질 계기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은 무엇이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⑧


문설희/ 모든 문제를 경제성장으로 환원시키는 이명박 정부에게 제대로 된 여성정책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의 여성정책도 여성에 대한 일자리 창출로만 국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 여성의 문제가 다만 일자리가 없어서의 문제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일을 해도 저임금이고, 비정규직이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이고, 육아와 가사 등의 이중삼중의 부담을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주영/ 그렇게 본다면 그간 정부차원의 여성 정책이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여성운동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듯합니다. 참여정부의 여성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여성운동 진영도 있지 않습니까? ⑨


문설희/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운동 진영과 참여정부의 여성정책에 호의적인 여성운동 진영이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해결에 있어서 입장이 달라서 대표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의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문제는 사회의 모든 모순이 얽히고설킨 문제이며,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해결만이 제대로 된 방안이라고 했을 때, 신자유주의 정부가 여성을 둘러싼 현실을 더욱 곤란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주영/ 이번 38 100주년 행사에 대한 접근 방식도 차이가 있을 듯한데요, 이번 투쟁하는 여성노동자와 함께 하는 여성의 날 행사 외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⑩


축제·기념행사 만연한 여성의날, 아직 축하하기엔 이른 상황


문설희/ 그동안 일각에서는 양질의 여성일자리를 정부에 대한 요구안으로 삼아왔고 이번 민주노총의 3․8 여성의 날 행사 슬로건도 여성에게 차별없는 일자리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처럼 효율성과 경제논리에 충실한 신자유주의 정부에서 여성의 일자리가 노동에 대한 기본권, 여성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동반되는 것일리 만무합니다. 그런 점에서 양질의 일자리, 여성에게 차별없는 일자리 요구는 공허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이명박 정권에 이용당할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필요한 것은 비정규 직 철폐, 비정규 악법 폐기 등과 같은 분명한 투쟁 요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외에 이번 100주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여러 가지 축하행사들이 준비되고 있기도 한데요, 그러나 한국사회 여성의 현실은 아직 축하하기에 이르다고 여겨집니다. 오히려 그러한 화려함이 현재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여성들, 하루하루 힘겹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 여성들을 더욱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하주영/ 이렇게 38여성의날 행사에 대한 입장이 다른 것도 근본적으로 여성운동 진영의 다양한 입장 때문이라고 보여 지는데요, 한국 여성 운동의 형성과정에서 그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접근 방식이 다른 걸까요?⑪


문설희/ 앞서 이야기 드렸듯이 여성의 날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게 된 데에는 여성운동이 위기에 처한 현실이 놓여있습니다. 여성운동의 국가에 대한 의존성이 커짐에 따라 해방을 위한 변혁이라는 운동의 본래적 의미가 희석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류적인 여성운동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활용되고, 그로 인해 여성들이 처한 현실이 은폐되고 왜곡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의 날의 발자취를 살펴보아도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대에 처음 3․8 여성의 날 투쟁이 시작되었으나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그 맥이 끊겼다가, 1985년에 이르러서야 다시금 여성의 날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85년의 ‘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대회’에서는 여성운동의 과제로 ‘민 족․민주․민중’이라는 ‘삼민이념’을 여성해방의 이념으로 정립하는 ‘85 여성운동선언’이 이루어졌는데요, 70,8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주역이 된 여성노동자들의 저항의 정신과 85년 구로동맹파업으로 대표되는 연대의 정신이 그 밑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대중의 생존권 투쟁과 진보적 여성단체운동이 결합됨에 따라 여성의 날이 그 본래적 의미를 되찾아 빛을 발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86년 3월 8일 여성대회 이후 여성대중이 겪는 문제를 여성운동의 실질적인 과제로 위치지우고 이들의 여성운동에의 주체적 참여를 실현하기 위한 연대틀거리가 생겨났고, 이는 다음해 ‘여성단체연합’의 건설로 이어집니다. 이와 같이 3․8 여성의 날의 부활과 함께 생겨난 여연은 ‘기층여성 중심성’과 ‘사회변혁운동으로서 여성운동’이라는 규정을 수용했는데요, 이때 ‘기층여성’이란 생산직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빈민여성을 말하며, ‘사회변혁운동으로서 여성운동’이란 민족민주운동의 부문운동으로서 민주화 투쟁에 복무하는 여성운동을 말합니다.
그러나 1987년 6월 항쟁 이후 여연에게 ‘민주화 투쟁에 복무하는 여성운동’이라는 지향은 즉시 모호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여연은 6월 항쟁 이후를 “불완전하고 왜곡된 상태이긴 하나 자율적인 시민사회 영역이 구축된” 상황으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인식 하에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를 수렴하여 법을 제․개정하는 것으로 치우치고, 민주화 투쟁은 상층 중심으로 결합하는 것에 국한되게 됩니다. 이는 ‘기층여성 중심성’과 ‘사회변혁운동으로서 여성운동’이라는 지향, 즉 여성운동의 ‘주체’와 ‘전망’이 분리되기 시작함을 의미하는데요, 이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남녀유권자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1995년 여성대회였습니다. 이제 여성은 여성들을 억압하는 사회구조를 자신의 손으로 근본적으로 바꾸어내는 주체로 호명되지 않고, 다만 투표를 할 수 있는 한 표를 가졌을 뿐인 국민으로 전락합니다.


하주영/ 그렇다면 그간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주류 여성 운동의 한계도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한국 여성 운동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⑫


정책 개입에 한정된 여성운동, 여성억압 원인과 구조 은폐 시켜


문설희/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대중운동의 역동성은 상실되고, 신자유주의 정부의 통치성에 여성운동이 적극적으로 편입되게 됩니다. 신자유주의 시 대 여성정책이라는 것이 일과 가정의 양립-자본의 이윤창출을 위해 여성들 이 언제든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유연하게 쓰일 수 있고 또한 여성들에게 여전히도 출산과 양육, 가족의 돌봄이라는 재생산의 1차적 책임이 부가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지원책에 불과하다는 본질을 간과한 채, 여성이 의회에 진출하여 적극적으로 여성정책에 개입하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합니다. 여성억압의 원인과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여성대중의 삶이 나아질리 만무하며, 이는 오히려 더욱 세련된 방식으로 여성억압이 강화되도록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몇몇 여성이 정치인이 되고 고위관료가 된다고 해서 전체 여성의 삶이 나아진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또는 일부 여성들이 CEO가 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게 된다고 하여 여성의 빈곤과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제한적이고 개별적인 해법이 마치 전체여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인 양 여겨지는 것은, 정작 현실의 여성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게끔 할 뿐 아니라, 알파걸과 알파우먼, 골드 미스가 될 수 있는 소수의 여성과 그렇지 못한 다수의 빈곤․비정규직 여성 간의 간극을 더욱 크게 하고 위계질서를 강화한다는 위험을 내포합니다. 또한 이로 인해 보편적이고 집단적인 문제해결방식은 점점 더 요원한 일이 되어 갑니다.
결국 대다수의 여성들은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빈곤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며 동시에 가족 내 보살핌 노동과 재생산 노동도 책임지는 이중부담을 떠맡아야하는 삶을 살지만, 이러한 현실의 원인을 정확하게 문제제기하지 못한 채 다만 여성들이 의회로 진출하는 것에 골몰하고 정부정책에 개입하는 것만 중시하는 여성운동은 한국사회 여성의 현실을 오히려 은폐하고 왜곡시키며 여성의 권리를 협소한 틀로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여성의 날에 대한 태도의 차이로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주영/ 여성 운동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인 듯한데요,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⑬


문설희/ 새로운 여성운동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새롭다는 의미는, 주체와 전망에 있어서도 모두 해당되는 말일텐데요, 대리주의를 극복하고 투쟁하는 당사자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당장의 현실의 문제에 연연한 경제주의와 실리주의를 극복하고 여성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변혁시켜낼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하주영/ 오늘 출연 감사드립니다.

문설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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