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제 그리고 오늘

육우당(六友堂), ‘성소수자 해방’을 위해 지다

피플파워  / 2008년05월01일 12시02분

하주영/ 세상보기 시간입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굵직한 세계 역사를 돌아봐도 이해가 가는 얘긴데요, 그렇지만 4월이 더욱 가슴 아픈 이유는 아직 세상에 다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죽음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26일은 동성애자였던 육우당이라는 한 청소년이 ‘동성애자 해방’을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5주기가 되던 날이었습니다. 세상에 다 알려지지 않은 이, 고 육우당의 추모제를 다녀왔습니다.




하주영/ 오늘은 민중언론 참세상 김삼권 기자와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김삼권 기자 안녕하세요?


김삼권/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육우당, 저도 사실 이름이 많이 낯선데요. 우선 육우당이라는 분이 어떤 분이셨는지요?


김삼권/ 네. 일단 육우당이라는 이름은 본명은 아니고요. 그의 친구들이 그에게 붙여준 일종의 별칭입니다. 뜻은 생전에 녹차와 파운데이션, 술, 담배, 묵주, 수면제 이렇게 6가지를 늘 자신의 친구로 여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는 생전에 시조시인이 꿈이었고,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습니다.


하주영/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삶을 사신 것 같은데, 육우당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된 이유는 어떤 걸까요?


김삼권/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동성애자인 육우당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육우당이 세상을 떠난 해인 2003년은 청소년보호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정부와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가 유해하니,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로 청소년보호법에 '동성애'를 음란물로 규정하는 조항을 넣으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은 동성애자에 대한 왜곡과 차별이라며, 반대운동을 벌였습니다.


육우당, 성소수자 존재 부정하는 현실에 죽음으로 저항


그런데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적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에 대해 '소돔과 고모라'라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이 법안을 밀어붙였습니다. 그 즈음 육우당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결국 육우당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이 사회에 의해 자신과 수많은 성소수자들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현실에 저항했던 셈입니다.




하주영/ 이제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요. 그때와 지금, 성소수자들이 처한 현실은 어떨까요? 좀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김삼권/ 육우당의 죽음 이후 성소수자 문제는 인권운동진영의 화두로 떠올랐고, 사회적으로도 그의 죽음을 계기로 청소년보호법 문제가 새롭게 조명받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계 내부 청년단체 등을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와 성소수자 운동에 연대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육우당이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년 후인 2004년 4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심의기준에서 동성애 조항은 삭제되었습니다.


하주영/ 그렇군요. 육우당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결국 그가 죽음으로 얻고자 했던 것을 성소수자들에게는 남겨주고 떠난 셈이네요.


김삼권/ 그렇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왜곡 그리고 보수단체들의 반인권적인 공격은 거셉니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 여전


일례로 지난 해 정부가 '성별', '성적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은 "동성애는 사회악"이라며 '성적지향'을 차별사유 항목에서 삭제시키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독교단체들은 주장의 요지는, "남여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가정은 국가와 사회의 기초단위"이고, "동성애는 윤리도덕에 어긋난 성적행위로써 결코 용납되어질 수 없는 사회악"이기 때문에,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주영/ 재미있군요. 상식적으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인데, 바꿔 말해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정당하다"라는 게 보수기독교단체들의 주장이네요. 이런 얘기를 들으니, 성소수자 운동 분발해야할 것 같은데요. 끝으로 육우당 5주기를 맞아 그의 죽음이 던져주는 현재적 의미를 짚어주신다면..

김삼권/ '사회악', '에이즈의 주범'이라며 성소수자들을 공격하고, 군대 안에서, 학교 안에서, 직장 안에서의 차별과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육우당은 생전에 죽어서는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당당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아직 육우당이 원했던 그 세상은 오지 않은 듯합니다.


‘성소수자 해방’을 위한 노력 지속되어야


죽음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저항했던 육우당의 죽음이 다른 열사들의 죽음과 똑같은 무게감으로 그의 본명과 함께 기억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날을 앞당기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성소수자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의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주영/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삼권/ 감사합니다.


하주영/ 요즘 교육계 때문에 전국이 술렁이고 있죠. 얼마 전에는 4.15학교학원화 추진계획이 발표되면서 학교자율화 계획에 반대하는 학부모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강도 높은 규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기 앞에서 급식 거부 벨이 울리고 우열반을 나누어서 불량품 취급 받는 청소년들의 고단함 삶이 이들의 10년 20년 후의 삶에 그대로 투영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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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purna2
2008.07.23 0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