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어디에: 2025년 5월, 트럼프 무역 발작 제자리로 놓기

지금 세계 경제는 어디에 와 있는가앞으로 주목해야 할 주요 경제 이야기는 무엇인가매일 넘쳐나는 정치 해설의 소란 속에서—나 역시 기꺼이 그 소란에 기여해 왔지만—나는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기본적인 방식으로 자리매김해 볼 필요를 느낀다.

이 글은 이러한 취지에서 쓴 것으로 2025년 5월호 <월드 이코노미 나우>에 실릴 첫 번째 글이다앞으로 정기 연재를 목표로 한다이 시리즈는 세계 경제 및 지정학적 경제 발전의 핵심 동인을 짚어보는 데 목적을 두며일반적인 개관과 더불어 시급해 보이는 한두 가지 특정 쟁점에 집중할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방향 감각이다그러므로 이 글은 결정적인 결론이나 고도로 기술적인 논증이 아니라기본적인 비율무게사고 방식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언제나 그랬듯, ‘차트북식’ 접근이다.

2025년 5월에 나는 세계 성장 추세에 대한 일반적 개요를 정리하고트럼프의 무역 전쟁을 평가하며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판단하고자 한다이 마지막 항목은 현재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다.

I. 일반 개요

트럼프의 개입 이전 세계 경제 성장의 역동성은 다섯 개의 지역별 패턴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15%를 차지하며현재 환율 기준으로는 약 25%에 이른다미국은 코로나19 이후 전례 없는 규모의 재정 부양책 덕분에 장기 추세를 웃도는 성장 경로로 도약했다. 2020년과 2021년에 단행된 이 정책 자극은 AI와 ‘Mag7’ 성장주에 집중된 미국적 예외주의’ 서사와 결합했다다만 이 신기술 중심의 호황이 장기적으로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릴 만한 규모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2020년 저점부터 2024년까지 미국의 성장률은 인상적이었다. 2024년에는 성장률이 더욱 정상적인 수준으로 안정되었으나그 시점에서 미국 경제의 규모는 2019년 당시 예상보다 약 4% 더 커졌다. 2023년 달러 기준 미국 GDP를 기준점으로 삼으면이 4%는 1조 달러 규모이며이는 미국의 성장 급등이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는 뜻이다.

중국과의 대조는 극명했다구매력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국가 경제이며현재 환율 기준으로는 여전히 미국 다음이다중국의 성장률은 점차 둔화했고, 2021년부터는 인도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과열된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는데, 2020년에는 의도적인 부동산 억제 정책, 2022년에는 2차 코로나 봉쇄 조치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오늘날 중국 경제는 2019년 대비 거의 1/3 커졌지만, 2020년 이전 추세선을 기준으로 하면 40%는 더 커야 했다이는 명백한 역사적 둔화이며현재 환율 기준으로 보면 약 1조 달러에 해당하는 산출 손실로 볼 수 있다.

출처 : IMF

* 2021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11%를 차지하는 유로 지역은 미국보다 더딘 회복 속도로 코로나19에서 벗어나고 있었다그런데 그 회복 경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충격으로 궤도에서 이탈했다. 2022년 이후 유럽의 성장세는 2020년 이전 예측 경로에서 더욱 멀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그 예측 경로 자체도 세계 주요 경제권 중 가장 느린 성장 경로였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2023년 달러 기준 GDP를 바탕으로 하면, 2024년의 유럽 경제 규모는 2020년 이전 추세 기준으로 예상했던 수준보다 4천억 달러 작았다.

한편기타 선진국들(일본영국호주 등)과 브라질은 PPP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약 9%를 차지하며이들은 코로나 이전 성장 경로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과 브라질을 제외한 신흥 및 개발도상국 그룹은 PPP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38.2%를 차지한다인구 기준으로 보면이 그룹은 전 세계 인구의 65%를 구성하며아프리카 전체와 남아시아 전체가 포함된다이 그룹은 흔히 글로벌 사우스라고 불리는 지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이 안에는 매우 다양한 국가와 지역들이 포함되며그중에는 인도(세계 GDP의 8.3%, 인구의 18.2%),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세계 GDP의 3.2%, 인구의 14.7%)도 포함되어 있다.

출처 : IMF 세계경제전망(WEO)

중국과 브라질을 제외한 신흥 및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경험은 매우 독특하다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이전 성장 추세에서 이탈했으며아직 그 성장 경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충격에도 불구하고이들 국가의 코로나 이전 성장 추세 자체는 유럽이나 중국에서 나타난 것처럼 극적으로 둔화지 않았다성장률은 여전히 비교적 빠르지만, 2024년 GDP와 코로나 이전 성장 경로 간의 격차는 6%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2024년 세계 GDP가 약 110조 달러였다고 가정하면이 손실 규모는 약 2.5조 달러이며이는 이탈리아 전체 경제 규모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예를 들어스페인의 역동성과 독일의 정체성을 하나의 유럽 집계 안에 묶으면 지역 차이를 가려버리게 된다인도를 별도로 떼어 분석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2025년 초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데 그럴듯한 개요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이어진 것이 바로 트럼프 충격이었다우리는 지난봄부터 그것을 다뤄오고 있다.

II. 무역 충격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에 대한 변덕스러운 선언으로 헤드라인을 장악했다언론에서는 끊임없이 무역 전쟁”, “세계화의 종말이라는 말들이 오갔다하지만 지금까지는 연기가 자욱할 뿐 불은 아직 나지 않았다미국에서는 지금도 컨테이너가 멈추고 진열대가 텅 비는 사태가 벌어질지를 지켜보고 있다개별 기업이나 일부 수출업자들에게는 분명히 중대한 사안이 될 것이다하지만 그 충격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클 수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트럼프를 가장 자극하는 숫자즉 미국의 무역적자다시 말해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은 규모 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크다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적자다그런데 이 무역적자를 세계 전체 무역 흐름의 맥락에서 바라보면왜 미국의 무역 수지가 그토록 주목받는지를 알 수 있다영국과 인도의 적자를 제외하면미국의 무역적자(브래드 셋서의 그래프에서 파란색 영역)는 세계 주요 수출국들의 무역흑자와 정확히 대응하는 유일한 대규모 적자다.

출처 : CFR

브래드 셋서(Brad Setser)가 이 그래프를 만든 것을 두고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이 그래프는 미국 중심의 세계관을 강조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하지만 바로 이런 차트들이 트럼프의 반감을 자극하는 연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보면그것은 극단적으로 일방적인 모습을 띤다트럼프가 미국이 전 세계에 돈을 대준다”, “전 세계가 미국 돈으로 먹고산다는 인상을 받는 이유가 이해된다게다가 그 불균형의 규모도 크다그래프의 왼쪽 축에 표시된 숫자들은 수천억 단위(천억 달러 단위).

하지만 이러한 세계 무역 지도를 구성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왜곡 요인이 존재한다첫째는 규모에 대한 것이고둘째는 무역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즉 세계 불균형이라는 시각 자체에 관한 것이다.

먼저 규모 측면에서 보면이 불균형은 분명 커 보인다하지만 얼마나 큰가세계 경제를 다루는 만큼 자명한 기준은 전 세계 GDP세계 GDP는 거대하다—2024년에는 약 110조 달러에 이르렀다.

아래 그림에 제시된 세계 불균형 수치는 앞서 언급된 그래프와 동일한 데이터이며뉴욕의 외교문제평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에서 작성한 것이다다만 여기서는 세계 GDP에 맞춰 비율 조정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트럼프의 무역 전쟁 소동은 미국의 무역적자즉 세계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를 둘러싸고 벌어졌다트럼프의 요구대로 미국의 무역적자를 없애버린다고 가정해 보자—지금은 세부사항은 제쳐두자그냥 상상해 보자그 적자를 없앤다고 해도 세계 경제 전체에 미치는 순영향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영향을 가늠해 보려면 1장에서 본 세계 성장 그래프를 다시 떠올려보라트럼프의 무역 충격은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에 수 퍼센트 단위로 충격을 주고, 5년 넘게 지속적인 영향을 남긴 사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물론 미국의 무역적자는 세계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하면 작다그러나 세계 경제 대부분은 국경을 넘는 무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그렇다면세계 무역’ 기준으로 보면 미국발 무역 충격은 어떨까?

여기서 문제가 제기된다. ‘세계 무역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해야 하는가?

앞서 본 세계 불균형’ 그래프에서 출발하면세계 무역은 모든 국가가 미국에 물건을 실어 오는 단방향 흐름처럼 보인다전체 흐름이 미국의 적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이는 바로 트럼프가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학 용어로 말하자면 (net) 관점에서 출발한 결과다이 방식은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지를 기반으로 세계를 그리며국경을 넘는 순 흐름만을 다룬다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국가는 그래프 아래로반대는 위로 표시된다.

이런 표현 방식이 바로 미국을 중심에 놓는 이유다미국은 수출과 수입 간 격차가 워낙 크다. (이 방식은 부수적으로 영국을 만성적 적자국으로 표현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무역 표현 방식의 기이한 점은수출입 규모는 크지만 균형 상태에 있는 국가는 이 그래프에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런 그래프의 제목을 정확히 해석해야 한다이 그래프들은 무역 전체가 아니라세계의 무역 불균형만을 다룬 것이다.

세계 경제를 이렇게 보는 방식에는 나름의 정당한 이유도 있다크고 지속적인 무역 흑자 또는 적자는 거시경제적으로 불안정성과 위험의 원천이 될 수 있다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총수요의 순효과이기 때문에단순 수출이 아니라 수출에서 수입을 뺀 값즉 순수출을 따지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세계경제에 대한 정책 담론은 기관차” 국가—성장과 총수요로 다른 나라를 끌어가는 국가들—의 개념으로 구성되어 왔다그래서 우리는 독일 같은 만성적 수출 흑자국이 다른 국가들의 수요에 무임승차한다고 말해왔다순수지(흑자와 적자)는 세계 경제의 견인력과 저항력으로 이해되곤 한다.

이러한 (net)” 관점은 거시경제의 불균형을 바라보는 도구적 시각으로서는 유용할 수 있다그러나 세계 무역 전체를 설명하는 렌즈로는 심각하게 왜곡된 시각이다왜냐하면 상대적으로 균형 상태에 있는 무역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며그런 거래는 이 그림에서 아예 사라지기 때문이다.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전체 무역 규모는 약 33조 달러에 이르렀다미국의 수입 비중은 전체 세계 무역의 약 13% 수준이었다반면 미국의 무역적자즉 트럼프 무역전사들이 집착하는 그 수치는 세계 무역 전체의 3~4% 정도다.

시각을 바꿔 전체 상품 흐름즉 수입 또는 수출 중심으로 세계 무역을 바라보면세계 무역은 미국으로 향하는 일방적인 흐름이 아니라미국도 그 일부에 불과한 다극적 네트워크로 드러난다예를 들어 아래는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가 만든 인상적인 그래프인데전체 무역 흐름은 회색 선으로, “핵심 상품의 수출은 거품 형태로 시각화되어 있다.

출처 : MGI

다시 말해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실제로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고 상상해 보면이는 이 다극적 무역 시스템에 심각한 충격을 가하게 된다유럽과 아시아의 생산자들은 부유한 고객을 잃게 될 것이다미국과의 무역 흑자가 큰 중국과 유럽은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그러나 미국의 무역 균형 강제 조치가 세계 무역을 정지시키거나 세계화를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만약 그 조치가 성공한다면그것은 세계 전체 수출의 3~4% 정도 규모의 조정을 초래하는 셈이다실제로 앨런 비티(Alan Beattie)가 최근 지적했듯이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세를 올리거나 다른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한무역 흐름은 최종적으로 설정된 관세 수준에 적응한 뒤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수치들은 국제통화기금과 기타 예측기관들이 전면적인 무역 전쟁의 충격을 비교적 제한적으로 추산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아래에 제시된 도표는 트럼프의 난동이 없을 경우를 기준선 시나리오로 설정하고그로부터의 백분율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출처 : IMF WEO

여기서는 세부사항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GIMF, CP, CFRT는 서로 다른 세 가지 경제 모형이다중요한 것은 이들 모델 모두가 트럼프식 무역 발작의 10년간 영향을 부정적으로 예측한다는 점이다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는 미국 자신그리고 중국멕시코캐나다다그러나 2020년 코로나 충격과 그 여파에 비하면이번 무역 충격은 세계 경제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교란으로 보인다.

III.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

현재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은 미국 경제 자체의 전망일 것이다트럼프의 불안정하고 기능 장애적인 정책이 국내에 얼마나 해를 끼칠 것인가올봄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각국의 성장 전망을 수정하면서가장 큰 하향 조정을 단행한 대상이 미국이었다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1/3 하향 조정되었다. IMF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 예외주의는 이제 끝났다.

미국의 많은 경제 분석가들의 평가와 비교하면, IMF의 전망은 오히려 낙관적으로 보인다미국 내에서는 공급망에 가해지는 충격이 신뢰 상실로 이어지고훨씬 더 급격한 경기 둔화로 번지는 일종의 급격한 정지(sudden stop)’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서 핵심 변수는 국내 수요다소비와 투자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올해 초 이후미국의 투자 성장률 전망치는 절반 이상 하향 조정되었다.

소비 전망도 그리 나아 보이지 않는다골드만삭스는 최종 소비가 평평하게 주저앉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주도하지만소비자 신뢰지수는 급락하여 유럽 수준보다도 낮아졌다.

과장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미국 경제는 세계 무역과 마찬가지로 방대하고 복잡한 체계이기 때문에백악관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극적으로 경로를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그러나 최소한 분명한 것은우리가 지금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점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그 어떤 행정부보다 더 큰 불확실성을 확산시키는 데 성공했으며아이러니하게도 그 가장 큰 불확실성의 중심은 바로 미국 자신이다.

[출처Chartbook 383 World Economy Now. May 2025. Putting Trump's trade tantrum in its place.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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