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

풍요의 세계에서 목적 있는 활동과 아브라함계 종교에 반대하며

풍요의 세계에서 목적 있는 활동과 아브라함계 종교에 반대하며

최근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다가오는 풍요’와 그에 따라 인간 노동의 필요가 줄어드는 문제, 얼핏 보면 아름다운 미래에 관한 토론에서 나는 많은 사람이 그렇듯 케인스(Keynes)가 1930년에 쓴 다소 수수께끼 같고 여러 층위의 짧은 글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The 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을 인용했다. 오늘의 맥락에서 이 글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케인스는 향후 100년 동안 선진국의 1인당 평균소득이 4배에서 8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매우 낙관적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놀라울 만큼 정확했다. 둘째, 그는 이런 물질적 풍요가 노동의 필요를 크게 줄여 주당 노동시간이 약 15시간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봤다. 셋째, 인류가 마침내 ‘경제문제’를 해결한 뒤 이렇게 늘어난 자유시간과 여가를 과연 제대로 활용할 줄 알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 마지막 짧은 논의에서 「경제적 가능성」의 케인스와 《독일 이데올로기》의 마르크스 사이에는 뚜렷한 유사성이 있다. 둘 다 자유시간이 노동분업이 낳는 우둔화와 마비에서 벗어나 인간 본성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낙관했다. 마르크스의 예를 빌리면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낚시하며… 저녁 식사 뒤에는 [예술을] 비평하는” 삶이다. 케인스 역시

20세기가 지워버린 한 사람

20세기가 지워버린 한 사람

아주 가끔, 정말 드물게 네 자매에게 남자 형제가 한 명 있었다는 이야기가 대화 중에 언뜻 나오곤 했다. 어린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나 역시 죽은 사람은 언제나 죽어 있었던 사람, 다시 말해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아마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면서, 우리 집안에는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남자 형제가 한 명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I 시대를 이해하는 세 가지 관점

AI 시대를 이해하는 세 가지 관점

현재 AI를 다루는 글 가운데 상당수는 가능한 모든 문제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파급효과를 한데 뒤섞어 논한다. 윤곽조차 희미하게 짐작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현상을 처음 마주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글쓰기 방식이 바로 이렇다. 그렇다 해도 적어도 AI가 제기하는 서로 다른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문헌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사자, 내일의 양: 미중 패권 경쟁

오늘의 사자, 내일의 양: 미중 패권 경쟁

베스타드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갈등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은 동아시아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지적했듯이 이 갈등은 세계에서 유럽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었던 시절 영국과 독일이 벌였던 갈등과 닮았다.

유럽의 위선과 전쟁 선동에 관하여

유럽의 위선과 전쟁 선동에 관하여

지난 2년 동안 상황은 더욱 달라졌다. 미국은 사실상 전쟁 당사자로 참여하는 정책을 이어가는 한편, 어떤 식으로든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도 보였다. 놀라운 점은 몇몇 유럽 국가에서 전쟁에 대한 갈망이 거의 채워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의 시대정신과 오늘날의 불안

1990년대의 시대정신과 오늘날의 불안

1990년대의 세계와 오늘날의 세계를 대비하는 데 대단한 독창성이나 통찰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두 시대는 국가 간 경제력의 분포에서도, 개별 국가 내부의 불평등에서도 극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적어도 서구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에서도 두 시대는 차이가 있다.

종말은 언제 오는가?

종말은 언제 오는가?

친구가 공짜 표 두 장을 구해준 덕분에 마이클 러셀 건의 신작 영화 《전쟁의 벼랑》(The Brink of War)을 공식 개봉 며칠 전에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1986년 10월 레이캬비크에서 로널드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가졌던 유명하고도 운명적인 정상회담을 다룬다.

중국 도시 소비의 기이한 현상, 부유층은 왜 소비하지 않는가?

중국 도시 소비의 기이한 현상, 부유층은 왜 소비하지 않는가?

중국의 1인당 GDP는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 사이 실질 기준(물가상승률 조정)으로 34% 증가했다. 세계은행과 IMF 통계에도 같은 수치가 나온다. 연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거의 5%에 이른다. 중국의 가계소득조사를 살펴봐도 이와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레닌 그리고 술탄갈리예프

우크라이나, 레닌 그리고 술탄갈리예프

오늘날 ‘민족 문제’를 다룬 책을 서평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민족 문제는 언제나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지만, 민족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에는 책에서 다루는 모든 당사자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동유럽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두 국가가 4년 넘게 동족상잔의 전쟁을 벌이며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트로츠키와 트로츠키 해석을 둘러싼 몇 가지 보충

트로츠키와 트로츠키 해석을 둘러싼 몇 가지 보충

이 책에서 다룬 많은 사상가들, 예컨대 루카치(Lukács), 그람시(Gramsci), 플레하노프(Plekhanov), 심지어 레닌(Lenin)에 대한 그의 평가는 훨씬 균형 잡혀 있으며, 종종 깊은 존경심마저 담고 있다. 그러나 트로츠키에 대해서만큼은 달랐다. 코와코프스키는 그를 “허세를 부리는 인물”이라고 규정했고, 후대의 트로츠키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썼다. “트로츠키주의 이론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있었던 것은 오직 자신의 지위를 되찾으려 필사적으로 애쓴 실각한 지도자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노력이 헛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자신이 기이한 타락이라고 여긴 현실에 대해서도 결코 책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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