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21대 대선 기간 녹색당은 기후생태위기와 관련하여 기후정의에 반하는 잘못된 공약 및 주장에 대해서 감시하고 비판하는 "그린워싱 보고서"를 발간했다. 참세상은 이 그린워싱 보고서가 새 정부에서 추진할 ‘기후 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5회에 나눠 게재한다. ‘기후’를 명분으로 기후와 환경을 파괴하는 성장 정책이 추진되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에 특혜와 지원이 몰리는 현실에서 실질적이며 정의로운 기후위기 해결을 고민하는 독자들의 판단에 좋은 준거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1. 기후위기 시대, 대선 후보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가?
대선 시기 각 후보들은 어떤 기후 공약을 제시했을까요? 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그 내용과 의미, 문제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민주당 이재명은 후보는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습니다’는 공약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제시합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AI 에너지 3대 강국 도약’ 공약에서 “AI 산업 필수 인프라 전력 안정적 확보”를 공약하면서, “에너지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를 정교하게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제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아예 ‘기후’나 ‘재생에너지’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고, 1차 TV토론에서는 재생에너지 이용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마저 드러냈습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기후정의 확립으로 생태평등사회로의 전환’ 공약에서 “조속한 탈석탄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현”을 제시하였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24.12월 기준)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여전히 최하위 수준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비중은 원자력 31.7%, 석탄 28.1%, LNG 28.1%, 재생에너지 9.5%, 신에너지 1%입니다. 석탄 비중을 최소화하고 LNG 비중도 줄여가되, 재생에너지 비율을 신속히 늘려야 합니다. 전남·전북의 풍부한 풍력과 태양광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경제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겠습니다. 에너지 경쟁력이 곧 산업 경쟁력입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전환 선도 국가로 도약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은 선관위 제출 공약에서 아래와 같은 보다 세부적인 정책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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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하여 공공재생에너지를 전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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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하여 2035년 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및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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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을 비롯한 전력산업의 민영화 중단과 가스산업의 공공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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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의 민주적 개혁과 통합을 통한 공공적 에너지전환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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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너지공사 및 시민참여 협동조합과 협력하고 지원하여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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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재인 재생에너지 이용 수익 활동에 이용 부담금 부과, 보편적인 이익 공유
2. [이재명 후보] 재생에너지 확대? 민영화 현실은 외면, 공공재생에너지 요구에는 침묵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대부분이 민간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심각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2023년 현재, 태양광의 98.5%, 풍력의 91.2%가 민간기업에 대해서 소유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4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현황(90개 사업, 30.69GW)을 살펴보면, 민간 기업이 전체의 9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에퀴노르, 오스테드 등과 같은 해외 기업에 의한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48개로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민간 발전사들이 전체 발전설비의 46%를 차지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발전산업의 민영화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대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면 한국의 발전산업은 완전한 민영화를 달성하게 된다는 거죠. 게다가 해외 기업에 의한 ‘국부 유출’이 발생하고, ‘에너지 주권’이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민영화 추세가 고착된다면, 발전산업과 에너지 시장은 민간 기업과 금융 자본의 수익성 최대화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민간발전사들의 이런 기회주의적 행태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1-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해외에서 석탄과 LNG를 수입하여 대부분의 전력을 생산하는 한국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비자들은 41.4%의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해야 했고 한전은 더 큰 전기요금 인상을 피하기 위해서 43조 원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지만, 오히려 재벌 민간 발전사(SK, GS, 포스코)는 5조 8천억 원의 수익을 냈습니다.
한편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불투명해지자, 세계 곳곳의 민간 발전사들은 추진하던 해상풍력사업을 포기해 철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고, 이는 한국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민간 기업이 해상풍력을 개발할 경우, 높은 자본 이익률과 대출금리로 인해서 공공 개발에 비해서 연간 최대 1,980억 원의 추가적 ‘민영화 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주도하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확실해지고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민영화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다르게,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하고 있습니다.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해상풍력 민영화 중단, 공공적 에너지전환 역량 강화 등의 세부적인 과제와 함께, 부유층과 대기업의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묻는 기후정의세 도입과 이를 주요 재원을 삼는 녹색공공투자은행을 설립하여 이를 지원한다는 재원 조달 방안도 제시합니다. 이런 권영국 후보의 정책은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사회대개혁특위의 기후환경소위의 핵심 과제들과 강한 연속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공약은 석탄발전소 폐쇄로 일자리 상실 위협에 놓은 발전노동자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기후정의운동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3. [이재명 후보] 햇빛·바람 연금? 기업과 자본의 이익 독식은 방치하고 국민들에게 부담 전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안으로 ‘햇빛·바람 연금 확대’를 공약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아래와 같은 구상을 밝혔습니다.
“햇빛·바람 연금을 확대해 소멸 위기 지역의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전남 신안군은 수년 전부터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총 220억 원을 배당했습니다. 2032년이면 1인당 연 600만 원 배당도 가능합니다. 이런 성과 덕분에 신안군은 인구 소멸 위기 지역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햇빛‧바람 연금’을 전국으로 확대해 주민 소득을 늘리고, 사람이 돌아오는 지역으로 만들겠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종종 말하고 있는 것처럼, “햇빛과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따라서 공유재인 재생에너지를 사업화해 얻은 이익은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햇빛·바람 연금’은 이를 실현할까요?
앞서 확인했지만, 현재 재생에너지 사업은 민간 기업과 자본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수익의 대부분도 독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한 발표에 의하면, 민간기업이 6조 원을 투자하여 1GW의 해상풍력을 건설·운영하면, 연간 7천 8백억 원 20년간 15조 8천억 원의 수익을 낼 것이라 합니다. 수익의 대부분은 민간 자본 투자자와 금융사들이 투자와 대출의 대가로 독차지하게 됩니다. “햇빛과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명제는 민간 기업이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얻는 수익의 일부라도 시민들과 나눌 수 있을 때 성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햇빛·바람 연금’이 그 해법인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햇빛·바람 연금’의 재원은 민간 기업과 자본이 공유재인 햇빛과 바람으로 만들어낸 기업의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은 기업이 독차지하고, 정부와 한전이 ‘햇빛연금’의 재원 부담을 지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결국 전기요금을 통해 그 부담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은 민간 기업이 독차지하고, 연금 재원은 전기요금을 통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계획인 것입니다. 이런 정책은 진정한 ‘이익 공유’와는 거리가 먼, 속임수입니다. 시민과 공유되는 것은 연금 재원을 위한 부담인 셈입니다. 또한 민간 기업이 공유재인 햇빛과 바람을 공짜로 사용하면서 개발의 이익을 독차지하는 현재의 잘못된 민영화 관행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모범사례로 종종 인용하는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에 대한 한 연구기관의 분석에서도 드러납니다.
재생에너지 주민참여 제도와 신안군의 사례
전남 신안군은 1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유치하여, 주민들에게 5년간 220억 원의 '햇빛연금'을 지급하였다. 그 영향으로 전남 내 인구 감소 지역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인구가 증가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지급된 햇빛연금의 재원은 정부가 주민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참여를 독려한다는 명분으로 시민이 낸 전기요금 수입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지역 인근 주민들이 전체 사업비의 4% 이상을 투자할 경우에, 해당 태양광 발전설비가 생산한 전력량에 비례하여 발급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추가로 20% 늘려서 발전사업자에게 발급해 준다. 해당 발전산업자는 추가 지급받은 REC 판매 수입을 주민들에게 주는데, 이는 전기 판매자인 한전(궁극적으로는 전기소비자인 시민)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발전사업자가 자신의 수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24)
4. 이재명 후보의 농어촌 주민 태양광? 민간 금융의 먹잇감으로 전락 우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햇빛·바람 연금과 농가 태양광 정책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금융 자본의 먹잇감으로 농어촌 지역을 내어주는 출발점이 될까 우려됩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큰 초기 투자 비용을 필요로 하는 사업인데,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재정 마련을 민간 금융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국가 에너지전환 우수사례’로 꼽혔던 100MW 규모의 철원 두루미 태양광 사업은 주민들이 지분 20%를 가지고 참여한다고 알려지면서 ‘태양광 연금’ 사업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80% 지분이 외부 금융 투자와 대출을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은폐되었습니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방문하였던 여주 구양리의 ‘햇빛 두레’ 사업은 마을 공동체가 태양광발전소를 공동으로 소유 운영하고 수익을 전부 마을 주민복지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또한 마을 공동 부지를 내어주고 민간 금융사로부터 장기 저리의 정책자금 융자를 받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정부의 공적 지원이 아닌, 민간 금융사에 의존하는 방식은 향후 마을 공동체의 공익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농촌 재생에너지 사업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각종 ‘브로커’에게 현혹되어 고리로 자금을 제공하는 민간 금융사에게 이익은 모두 빼앗기고, 지역사회는 난개발로 몸살만 앓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를 투자자 모델로 이해하여 주민들이 투자에 참여해야만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재생에너지가 공유재이기에 투자 참여 없이도 주민들(나아가 시민 모두)이 이익을 공유받을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권영국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공유재인 재생에너지 이용 수익 활동에 이용 부담금 부과, 보편적인 이익 공유’ 정책은 이러한 철학을 반영합니다. 이는 제주도에서 이미 존재하는 사례에 기반을 둔 정책으로, 조례를 통해 풍력발전에 의한 당기 순이익의 17.5%를 기부받아 조성하는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제도를 발전시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