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회원으로 있는 다음 카페 중에 하나가 약관위배로 다음측으로부터 폐쇄명령을 받았습니다. 마법의성 (http://cafe16.daum.net/_c21_/home?grpid=24pA)이란 카페인데 산부인과 간호사들이 운영하고 있고,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의학적 정보와 회원들 간의 질의 응답이 서로 오가는 카페죠.

회원수는 한 만오천명 쯤 되고, 제대로된 성교육 한번 번번히 받아보지 못한 청춘들이 들어와 피임이나 성병, 임신과 낙태에 대한 정보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이 운영자라서 그런지 자료실이나 답변의 수준이 매우 전문적이고 신뢰도 또한 높아, 저도 수업을 위해 이곳에서  정보들을 매우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낙태경험자들, 혹은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괴로움을 털어놓고, 서로 위로받는 메뉴가 회원들 방문률이 가장 높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처럼 꽉 막힌 사회에서, 미혼 여성이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해 그리고 피임이나 낙태같은 문제를 맘 놓고 묻고 대답할 수 있는 대상과 공간이 흔하지 않은 터라(미혼여성이 산부인과 문 열고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곳은 정말 사이버스페이스의 익명적 장점과 네트워크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인터넷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사이트 중 하나였죠. 특히 낙태를 경험했거나 앞두고 있는 이들이 올린 절절한 사연들은 따분한 도덕적 훈계보다 더 가슴아픈 간접경험으로,  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반성과 성찰의 계기들이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측에서 갑자기 이 카페를 폐쇄하란답니다. 이유는 성에 관한, 그것도 낙태, 임신중절에 관한 정보들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거기에 보태 그곳 운영자들이 성관련 정보나 병에 대해 답변을 하는 가운데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병원 이야기를 했는지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혐의까지 하나 더 보태졌다더군요. 다음측은 내용중에 낙태나 임신중절에 대한 글이 있다면 폐쇠조치를 취할 1,2위 순위안에 들기 때문에 무조건 3일 안에 사이트 안에 실린 낙태나 임신중절에 대한 글을 지우든가, 그렇지 못하겠으면  강제 폐쇄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답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정보가 임신징후나 낙태후유증, 낙태에 대한 고민 나누기인데, 그 부분을 완전히 빼라면 결국 사이트 폐쇄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회원들은 카페 폐쇄 소식에 "도대체 여성들은 어디가서 우리의 몸에 대해, 성에 대해 말하란 말인가"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1차로 지난 7월말인가요, 정통윤에서 다음측에 불량카페 정리를 요구했을 때, 이 마법의 성이란 카페도 살생부에 들어 있었는데, 다음측에서 모니터링 해보고 이곳은 음란사이트가 아니므로 리스트에서 빼주겠노라고 자진해서 말했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와서 다시 폐쇄를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운영자는 꼼짝없이 관련 의학정보를 다 지워야 하나보다고 난감해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인지, 다음측이 자의적인 판단의 잣대로 만오천명이나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커뮤니티를 폐쇄할 수 있는 것인지, 얼마전 동성애 사이트와 자퇴생 사이트 강제 폐쇄 사건처럼 결국 당하고 마는 건지, 참 답답하네요. 모두 아시다시피 커뮤니티가 어디 운영자 개인이나 서비스 제공업체의 단독 소유물입니까? 일단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면, 그것은 이제 소속 회원들 모두가 그곳의 주인이되는 일일진대, 업체 쪽에서 내린 폐쇄 명령 한 방에 제대로 대응도 해보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조차 '자기검열의 일상화'가 재연되고 마는 걸까요. 아득합니다.

항상 말은 "성은 더 이상 음지에서 논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양지로 끌어내려고 하면 철퇴를 가하니 이건 정말 모순이란 생각이 듭니다. 쾌락적 성을 위한 '유료성인정보'는 어디서고 대문짝만큼 광고를 해대고 있는데, 정작 생산으로서의 성을 위한 네티즌 담론은 막아버리는 이 작태를 어떻게 봐야 하며, 정통윤의 행동지침을 아뭇소리 없이 따르고 있는 굴지의 커뮤니티 사이트의 일방적 약관적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구체적인 행동지침이나 대응방안이 있으면 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움말 좀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