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비걸기를
조장하라! -
[여성과 인터넷] 기획을 시작하며 -
by
시타
어쩌면 당신은 "뉴스"에서, 그것도 "인터넷
방송 뉴스"에서 왜 이런 기획을 하는가 라고 의아해
할지 도 모르겠다.
하긴, 그러고
보니 그럴 듯한 이유를 대기는 어려울런지도 모르겠다.
만약 당신이, 사이 버성폭력을 당하거나 논쟁에서의
배제, "이대생 강간할 사람"과 같은 류의
끔찍한 대화방 제목이나 가상강간장면을
목격한 경험이 한 번도 없다면 말이다. 사이버공간
만큼 평등의 신화를 조장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사이버 시대'에 발맞 추어 인터넷
이용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가능해 진 사이버 공간에서 는 성별,
인종, 나이, 직업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없어지거나
최소한 감소될 것이라고. 그러니 모두들 하루
빨리 사이버공간으로 들어와서 문명인다운 생활을 누리라고.
그러려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인터넷을 배우고 활용해야만 한다고.
그러나, 우리는
질문한다. "사이버 공간은 정말 평등한
가?" 짐작했겠지만, 대답은 "전혀
아니올시다" 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성은
우선 숫적으로 열세이 다. 남자들이
사이버공간에서마저 다수를 점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그것은 현실세계에서 의 경제적/정치적/문화적
불평등이 켜켜이 쌓여 이루어진 흔하디 흔한 불평등의
또다른 예일 뿐이 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사이버 공간에 진입해 있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그 지긋지긋한 성차 별과 폭력, 여성에 대한
배제와 모욕이 또다시 재연된다는 사실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이버 공간이 '평등한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시대의
흐름'이며, 우리는 왜 그러한 흐름에 '뒤쳐지지
않아야'만 하는 걸까? 무엇을, 누구를 위해서?
물론 <여성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사이버공간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여성뉴스>
그 자 체도 (아직은 꼬질꼬질하지만) 명실상부한
"인터넷 방송"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도 하다. 꽤 많은 여성들이
이미 '네티즌'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말로
인터넷 이 여성들에게 즐겁고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려면, 사이버공간이 여성친화적인 공간이 되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할 일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살아가는 "여성들"로서, "여
성"이라는 정체성을 인식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조그마한 행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 기 획을 통해서 사이버공간에서의 교묘한
남성 지배 양상들이 폭로되기를 바라고, 도대체 왜
사이버공간 에서조차 여성이 과반수를 넘어서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건지 따져 묻기를 바라며, 사이버성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배제와 폭력에 맞서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여성 네티즌들과 의논할 수 있기를 바란
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허구헌 날 '장미빛 미래'를 선전하는
이데올로기에 반하여 끈질기게 시비를 걸고자
한다. 부디 시비를 조장하는 우리들에게 동조해 주는
여성 네티즌들을 많이 만날 수 있 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비를 조장하는 여성 네티즌들이 자꾸자꾸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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