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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참세상 회의실,
평소와 다르게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회의 때마다 시시껄렁한 잡소리를 즐기던 30대 비호감들도 이날 만큼은 말을 아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회의는 선관위의 인터넷 실명제 지침을 따를 것이냐, 개길 것이냐,
양단 간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였다.
선관위의 지침을 따르자니 민중언론 참세상의 가오가 땅에 떨어져 흙투성이 되어 나뒹굴 것이고,
그렇다고 불복종 선언을 하자니 찢어지는 참세상 살림에 어마어마한 벌금을 어찌 감당할지 앞이 캄캄하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히 선뜻 의견을 내놓기 어려웠을 터.



먼저 입을 연 것은 대쪽 같은 올곧음으로 무장한 꽃맘 기자!
꽃기자의 말을 잠깐 인용해 보자.
“선관위 지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니에요?
저는 불복종 선언 밖에 우리가 선택할 카드는 없다고 보는데요”

꽃맘 기자의 운동 원칙에 입각한 무대뽀 정신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 이었다.
일순간 좌중은 입을 다물었고 그 침묵의 의미가 암묵적 동의였는지,
이후 닥쳐올 환란에 대한 걱정이었는지는 기자들 스스로만 알고 있을 터.

잠시 어색한 침묵이 지나고 참세상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삼권 기자가 조심스레 말을 뗀다.
삼권 기자의 말을 들어보자
“물론 선관위 지침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재 상근비 지급도 힘든 재정상태에서
엄청난 벌금까지 맞으면 참세상 운영자체가 힘들지 않겠어요“
평소 십원짜리 한 장에도 벌벌 떠는 참세상 알뜰살림꾼의 고뇌가 물씬 묻어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삼권 기자의 발언 이후 기자들은 사분오열되어 명분과 실리를 따지며 중구난방으로 수군대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이럴 때 일수록 불의를 보고 슬적 비켜가는 쌘스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가하면,
또 다른 이는 두려움 속에서도 한발 더 앞으로 내딪는 객기가 필요하다며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였다.

누구하나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 할 즈음,
평소 주위 동료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안프로의 비장한 음성이 흘렀다.

“동지들 우리가 진정 두려워 할 것은 적들이 때리는 벌금이 아니라 우리의 흔들림이 아닐까요?
正不孤必有隣(정불고필유린)! 올곧음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나를 믿고 동지를 믿고 끝까지 싸웁시다!”

눈시울을 붉히는 기자들, 심지어 무뚝뚝이 편집장까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일렁이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

우리의 선택은 오직!

불. 복.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