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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실명제 전면거부를 선언하고, 투쟁의 최전선에서 실명제와 한창 ‘맞짱’ 뜨고 있던 지난 20일경. 민중언론 참세상에는 한통의 낭보 아닌 낭보가 전해져 왔다.

민중언론 참세상이 이번 선거실명제 시행 대상 언론사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이 소식을 전해들은 참세상 기자들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 똥구녕 찢어지는 참세상 살림에 말이 O천만 원이지, 한두 푼도 아니고 어디 O천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기가 쉬운 일이던가.

한 기자는 “고난의 행군을 결의하고 ‘가오’ 잡고 나섰지만, 이러다 진짜 문닫는 것 아닌지, 닳아빠진 손가락을 또 빨아야하는 건 아닌지 등등 불안감이 팽배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가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그러했기에 참세상이 대상 언론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소식은 그리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낭보가 비보로 바뀌는 상황이 발생했다. 몇몇 독자들이 참세상의 선거실명제 거부투쟁의 진정성에 의심어린 눈총을 보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민중언론 참세상에 18일 ‘선거실명제 본격 시행되자 인터넷언론 행보 엇갈려’ 기사와 19일 참새뉴스 호외2호가 발행된 직후 댓글 논쟁 등을 통해 촉발되었다. 참세상은 이 시기에 기회주의적 작태를 보이는 소위 ‘주류’ 인터넷언론들과 몇몇 ‘진보’ 인터넷언론들에게 경고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기사에서 참세상은 그 같은 태도를 보이는 언론사들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민중언론 참세상에 던져지는 이 같은 의심의 눈총에 참세상의 기자들은 당당했지만,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입기자로 한창 분위기 적응에 바쁜 정모 기자는 “독자인지 외부의 ‘작전세력’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마치 ‘너네들은 대상언론사가 아니라는 것 알면서, 전면거부한다며 쇼한 것 아니냐’는 식의 얘기까지 나돌았다”며 “원래 이 바닥이 이런가라는 회의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이제 대상 언론에 빠졌다는 소식은 낭보가 아니라 비보로 바뀌게 된 것. 참세상의 안프로 기자는 “그간 정치사상·표현의 자유를 위해 폐간까지 결의했던 우리들의 투쟁이 그 ‘진정성’을 의심받다니..”라고 한탄하며 “우리가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폐간까지 결의하며 투쟁을 해왔던가”라고 분노했다.

이때부터 민중언론 참세상은 선관위에 참세상이 대상언론에서 빠지게 된 경위를 추궁하며, 항의 아닌 항의를 벌였다. 질의서까지 보내 이번 실명제 대상 언론사 선정기준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우스운 상황이었다. 벌금을 맞게 된 언론사가 ‘왜 우리만 벌금 맞아야 하냐’가 아니라, 대상도 아닌 언론사가 ‘왜 우리만 벌금을 안맞냐’고 따지는 형국이 되었던 것이다.

선관위, 참세상 심의대상에 넣다·뺐다

참세상은 아직까지 선관위로부터 왜 시행 대상에서 제외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선관위가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인터넷언론사를 선거실명제 시행대상에 제외 또는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선거실명제 자체의 문제점을 차치하더라도 법적용에 있어서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더 기가 막히는 노릇은 선거실명제 시행 대상 언론사의 범위가 확정된 이후 선관위 참세상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심의대상 언론사로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선관위는 실명제 시행 대상에서는 참세상을 제외시켜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만들더니만, 선거실명제가 시행된 5월 18일 이후 심의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참세상 기자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황당한 분위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참세상 식구들은 이 덕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전해진다. 한 기자는 “진보와 운동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원칙지키며 운동하기도 힘든데, 온갖 기회주의자들이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모습에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 심의대상에 갑자기 포함된 민중언론 참세상

“연대를 통해 끝까지 선거실명제 반대투쟁 사수할 것”


그러나 힘 빠진다고, 민중의 정치사상·표현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야 하는 진보언론의 본명을 버릴 수는 없는 일. 5월 22일 민중언론 참세상은 편집국 전체회의를 열어 전열을 정비하고, 지금까지의 선거실명제 반대투쟁을 끝까지 사수할 것을 결의한다.

이날 회의에서 기자들은 “이유가 어떻든지 간에 선관위가 참세상을 선거실명제 시행대상에서 제외시켰고, 현재 대상 언론 중에는 전면불복종을 하고 있는 단위가 없다”는 상황을 공유한 뒤 “이제부터는 선거실명제 시행대상 언론사들의 투쟁을 추동해내고, 지지·엄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모으고 선거실명제폐지공대위에 제안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선거실명제폐지공대위는 회의를 열고, 마지막 남은 투쟁의 전선이 민중의소리의 이후 대응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고, 민중의소리는 회의 다음 날인 25일 자체회의를 열어 선거실명제 전면거부 투쟁을 벌일 것을 결의하게 된다. 한편, 민중언론 참세상은 공대위의 공동대응과 함께 자체적으로 전면거부·게시판폐쇄투쟁을 벌이고 있는 진보언론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참세상의 터줏대감인 용오 기자는 “힘든 투쟁을 결정해 준 민중의 소리 기자 동지들에게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며 “언제나 함께 민중 투쟁의 현장에서 민중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민중언론의 소명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