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는 왜 또다시 '정치적'이 되었을까

환경을 지키는 브랜드의 정치 전략

2020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자사 반바지 라벨 안쪽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숨겨 넣었다.

“Vote the assholes out”

(멍청이들을 투표로 몰아내세요)

다소 충격적인 이 메시지는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국립기념지 축소공공 토지 민영화환경 규제 완화를 시도하던 시기와 맞물려 나왔다파타고니아는 웹사이트 첫 화면에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고동종 업계 기업들과 함께 베어스 이어스 국립기념지 축소를 막기 위해 직접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베어스 이어스 국립기념지(왼쪽 사진, 출처: Don Miller, Getty)를 축소하자 파타고니아가 자사 웹사이트에 내건 메시지.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2025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돌아오자 파타고니아는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다트럼프 행정부가 공공 토지를 석유·가스 시추에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국립공원청과 산림청 직원 수천 명을 해고하자 곧바로 내부 전략을 가동한 것이다.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지 못하면 우리도 재킷을 팔 수 없습니다하이커와 캠핑객이 여행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사업에 즉각적인 영향을 봅니다.”- 파타고니아의 환경 활동 담당 부사장 한스 콜.

공공 토지 축소의 영향은 아웃도어 산업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미친다이에 따라 파타고니아는 단지 멋진 옷이 아닌 가치를 입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파타고니아의 정치 전략다른 브랜드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파타고니아의 행동은 단순한 환경주의가 아니다이윤과 가치가 충돌할 때브랜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사례이다그들의 전략에서 배울 수 있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① 집중할 이슈를 선택하라

파타고니아는 환경이라는 넓은 주제 안에서도 공공 토지 보호라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이슈에 집중한다그 초점 덕분에 메시지는 더욱 강력해지고브랜드의 행동이 명확해진다.

② 동료와 연대하라

파타고니아는 같은 업계의 다른 브랜드들과 매일 협업 회의를 진행하며정책 대응에 있어 집단의 힘을 만든다이는 작은 목소리라도 함께할 때 정치권에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목소리로 들리게 한다.

③ 정보와 행동을 연결하라

파타고니아는 단순히 문제를 경고하는 것을 넘어서사람들이 행동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경로를 안내한다예를 들어자사 플랫폼인 Action Works에서는 지역 기반 풀뿌리 단체를 소개하고사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파타고니아 Action works 플랫폼 첫 화면 모습. 방문자들에게 해당 지역 풀뿌리 단체나 현재 진행 중인 캠페인, 청원 소식 등과 연결해준다.  

④ 고객은 진실을 원한다

최근 파타고니아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트럼프가 공공 토지를 팔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브랜드는 더 이상 중립적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가치 소비의 주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가 보여주는 정치적 행보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메타 플랫폼스(기존 페이스북)나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보여주는 행보와 대립을 이룬다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기업의 정치적 침묵은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 ESG, 지속가능성젠더 이슈기후 위기 등 소중한 가치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지금파타고니아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브랜드가 진짜 가치를 말하려면결국 행동으로 말해야 한다.

<참고 기사>

Patagonia has a playbook for fighting Trump. Here's what other companies can learn - Fast Company

덧붙이는 말

김지현은 독립미디어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본인과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삶의 조건에 대해 고민과 관심이 많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파타고니아 트럼프 환경 정책 브랜드 정치 전략 이윤과 가치의 충돌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