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세계 경제의 현재’를 폭넓게 추적하는 연재의 세 번째 글이다.
이전 글은 다음과 같다.
#1 2025년 5월: 세계 경제는 어디에: 2025년 5월, 트럼프 무역 발작 제자리로 놓기
#2 2025년 6월: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 2025년 6월 현재 세계 경제
이번 글에서 나는 현송신(Hyun Song Shin)이 이끄는 훌륭한 연구팀이 작성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연차 경제 보고서를 읽었다. 이들의 연구 덕분에 우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금융 흐름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달러 체제의 작동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BIS 연구팀에 따르면, 출발점은 2008년 이후 세계 금융을 재편한 몇 가지 주요 흐름을 인식하는 것이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GFC)는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 상태를 규정하는 두 가지 구조적 변화를 촉발한 분기점이었다. 첫째, 금융 중개 기능의 초점이 민간 부문 차입자 대출에서 정부에 대한 청구권, 특히 국채 형태로 옮겨갔다. 둘째, 비은행 금융기관(NBFI)의 역할이 커졌다. GFC가 주로 규제된 은행이 주인공이었던 은행 위기였던 반면, GFC 이후의 금융 시스템에서는 국채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중심 무대에 섰다.
2008년 이후 미국을 선두로 민간 부문은 ‘위험 축소(derisking)’를 해왔지만, 평시에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공공 부채가 쌓였다.
은행의 대차대조표가 비교적 완만하게 성장하는 동안, 헤지펀드·투자펀드·연기금·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NBFI)은 훨씬 더 급격히 성장했다.
BIS는 투자펀드, 헤지펀드, 사모 신용시장(private credit markets) 모두가 놀라울 정도로 확대됐다고 지적한다. “사모 신용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2000년대 초 2억 달러에서 2024년 2조 5천억 달러 이상으로 폭증했다.”
대출에서 채권으로, 은행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으로의 전환이 바로 흔히 ‘시장 기반 금융(market-based finance)’이라고 불리는 흐름을 이룬다. 이는 2008년 이전부터 이미 보이던 추세를 더 강화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세 번째 변화는 금융 청구권 축적의 지리적 재편이다. 2000년대에는 미국에 대한 순청구권 축적이 주로 미국과 신흥시장 간에서 이뤄졌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새로운 채권국’—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국 대출자들—이 미국 자산을 사들이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BIS 보고서에는 이를 보여주는 훌륭한 그래프가 실려 있다.
2015년부터 2023년 사이 유럽과 다른 선진국들이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형태로 미국에 순대출한 금액은 1조 2천억 달러 늘어났는데, 이는 같은 기간 아시아 신흥국이 미국에 대해 늘린 청구권 증가분의 세 배에 해당한다. 이는 달러 체제의 새로운 축과 ‘달러 함정’에 대해 다룬 차트북 397에서 제기한 주장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 뉴스레터에서 나는 달러 체제의 진화하는 지정경제학적 논리에 관심을 두었다. BIS 보고서는 금융 시스템 작동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국채 시장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비은행 금융기관 네트워크는 새로운 역학과 새로운 위험이 있다.
BIS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GFC 이전에는 국제 자본 흐름이 대부분 은행을 통해 중개됐다. 그 결과 금융 여건은 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은행의 활동을 통해 국경을 넘어 전달됐다. … GFC 이후 국제 금융 중개의 초점은 국경 간 대출을 수행하는 글로벌 은행의 활동에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활동하는 국제 포트폴리오 투자자의 활동으로 이동했다. 이 ‘글로벌 유동성의 두 번째 단계’에는 몇 가지 주요 동인이 있었다. 차입 측면에서, 주요 관할권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국채 공급 급증이 큰 역할을 했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은 신흥국의 공식 보유자가 미국에 대해 순청구권을 쌓아가던 시대였지만, 2010년대 이후 세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외국의 민간 대출자가 외국의 공식 보유자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채권시장인 미국 국채 시장에서 외국 민간 대출자(주로 비은행 금융기관)는 지난 10년 동안 국채 보유를 빠르게 늘려왔다. 이 기간 그들의 국채 축적 속도는 외국 공식 보유자의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그래프 3.B). 그 결과 현재 이들은 전체 외국 국채 보유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세 가지 변화를 합쳐 보면, 글로벌 금융시장을 추적할 때 주목해야 할 새로운 초점이 생긴다.
관심의 중심은 신흥국 외환보유고 운용자들, 즉 중국이 정치적으로 동기가 부여된 ‘매도 공세(bear raid)’로 갑자기 달러 자산을 매각할지 여부가 아니다.
또한 2008년 재앙을 촉발했던 대형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들의 대차대조표 불일치 문제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글로벌 은행이 이번 금융 발전 단계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은행의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이 늘어나면서 위험이 증가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변화는 외환스와프(FX swaps)와 기타 파생상품 거래에서의 시장조성 역할이다. 이를 통해 비은행 금융기관은 은행 대차대조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달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BIS가 주목하는 핵심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채 시장, 즉 미국과 일본의 국채 시장(현재로서는 유로존은 덜 해당한다)이다. 이들 시장에서는, 상호펀드·상장지수펀드(ETF), 연기금·보험사·국부펀드 같은 장기 기관투자가, 그리고 헤지펀드 등 고도화된 선진국 비은행 금융기관의 복잡한 거래가 불안정성을 일으키거나 금융 여건의 급격한 긴축을 촉발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역사적 선례는 1990년대 말 아시아처럼 외국 채권자가 자금을 갑자기 회수하는 ‘서든 스톱(sudden stop)’ 위기나 2008년처럼 대규모 은행 도산 사태가 아니다. 오히려 2020년 3월 코로나19 초기 미국 국채시장에서 벌어진 패닉과 비슷하다. 당시 미 연준은 전례 없는 규모로 개입해야 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코로나 충격의 경제학을 다룬 내 책 『셧다운(Shutdown)』에서 다뤘다.
BIS는 새로운 위험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출 시장 외에도, 금융중개 활동이 비은행 금융기관 쪽으로 이동하면서 금융 불안정성이 유동성 스트레스에서 비롯되거나 그로 인해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동성 스트레스’란, 미국 국채처럼 주로 유동성을 위해 보유되는 자산—즉 언제든 원하는 만큼, 예측할 수 있는 가격에 팔 수 있는 자산—이 그 특성을 잃는 상황을 의미한다. 가격이 출렁이거나, 수요가 사라지거나, 시장이 ‘텅 비는(gap)’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는 연쇄적인 위험을 초래하는데, 바로 국채의 유동성이 수요를 뒷받침하고, 그 수요가 다시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 전략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은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토대이며, 지금 그 토대가 위협받을 수 있다. BIS는 이렇게 말한다.
예를 들어, GFC 이후 브로커-딜러의 대차대조표 규모가 금융 시스템에서 줄어든 상황에서, 국채시장의 유동성은 점점 더 개방형 상호펀드, 헤지펀드, 기타 자산운용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종종 심각한 유동성 불일치를 겪고, 국채를 담보로 한 단기 자금조달에 의존하거나, 매우 높은 레버리지를 쓰거나, 레버리지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그 결과 이들의 유동성 공급은 덜 안정적이며, 시장 스트레스 시기에 쉽게 사라질 수 있다. 특히 헤지펀드는 국채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경기순응적(procyclical) 유동성 공급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관련 금융상품 간의 작은 가격 차이를 이용하려는 상대가치(relative value) 거래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한다. 이런 작은 가격 차이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들은 포지션에 큰 레버리지를 건다. 흔히 쓰이는 방법 중 하나는 국채를 담보로 레포시장(repo market)에서 더 많은 현금을 빌린 뒤, 그 현금으로 추가 국채를 사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관행은 담보의 시장가치와 같거나 그 이상을 빌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는데, 이는 현금 대출자를 시장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할인율(haircut) 없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입자는 더 많은 레버리지를 얻을 수 있지만, 할인율이 조금만 올라가도 강제 매도가 발생해 시장 전체가 붕괴될 위험에 노출된다. 헤지펀드의 영향력 증가는, 예를 들어 그들의 미국 국채 총익스포저가 이제 발행 잔액의 10%를 넘어선 것(그래프 13.A, 빨간선)과, 레버리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레포시장 부문의 확대(파란선)에서 확인된다.
‘레포 시장(run on repo)’에서의 뱅크런은 2008년 금융위기의 핵심 역학이었다. 당시 리먼브라더스와 다른 은행들이 하룻밤 사이 수천억 달러의 자금조달 경로를 잃었다. 오늘날에도 그 구조는 여전히 매우 불안정하다.
헤지펀드의 상대가치 전략은 자금 조달, 현금,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부정적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이는 최근의 몇몇 사례에서 확인됐다. 예를 들어 2020년 3월 시장 혼란기에는 국채 선물시장에서의 마진콜이 ‘불 판매(fire sale)’를 촉발했고, 그 결과 불안정한 디레버리징(레버리지 축소) 악순환이 발생했다. 더 최근에는 금리스왑 시장과 연계된 상대가치 거래 청산—이번에는 잠재적 규제 완화로 스프레드가 축소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베팅과 관련—이 보다 질서 있게 진행됐지만, 2025년 4월 초 국채시장에서 나타난 변동성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국경을 넘는 대규모 투자에도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다시 한 번 높은 레버리지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자금조달 구조에 얽히게 된다. 이 경우 수치는 정말 압도적이다.
많은 기관이 포지션을 유지하고 환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레포와 외환스와프(FX swaps)를 통한 단기 달러 자금조달과 헤지 시장에 의존한다. 특히, 미국 외의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만기가 짧은 FX 파생상품으로 헤지한 대규모 미국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계약은 지속적으로 롤오버된다. 2024년 말 기준으로, FX 스와프·선도계약·통화스와프를 통한 달러 차입은 전 세계에서 미결 상태인 해당 상품 111조 달러 중 90%를 차지했다(그래프 13.C). 이러한 도구는 대규모 국경 간 포지션의 자금조달과 헤지를 가능하게 하지만, 2024년 8월 초의 급격한 변동성이 보여주었듯이, 비은행 금융기관을 심각한 단기 롤오버 위험과 자금경색 위험에 노출시키기도 한다(제2장 참조).
2008년 이전에는 미국과 유럽의 상호 연결된 은행들로 이루어진 북대서양 금융 시스템이 결국 폭발한 화약고였다. 이제는 미국·유럽·선진 아시아의 더 폭넓은 범위의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리고 BIS가 지적하듯, 이들은 과거 은행보다 훨씬 더 국제적으로 노출돼 있다.
또한 이들은 시장 심리, 상대 금리, 환율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10년간 금융시장 여건의 변동은 서로 훨씬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게 됐다.
2025년 5월, 트럼프가 촉발한 혼란 속에서 선진국 시장 전반에서 장기 채권 수익률이 동시에 급등했다.
달러와 미국 시장은 여전히 이 시스템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에서는, 미국 국채 시장에 외국 민간 부문의 참여 규모가 큰 만큼 영향이 여러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점점 더,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미국 여건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융 여건도 다른 선진국(AE)의 동향에 점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 전파되는 충격은 여전히 다른 어떤 시장에서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크지만, 미국 역시 해외발 충격에 더 취약해지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최근 사례는 2024년 8월의 엔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는 미국 금융 여건을 작지만 뚜렷하게 긴축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시스템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놓였을 때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금까지 진정한 시험은 2020년 3월의 코로나 충격이 유일했다. 그때는 전 세계 경제 전반에 가해진 거대한 압력이 미국 시장을 통해 되울려 나오면서 심각한 영향을 미친 순간이었다.
우리가 배운 점은 두 가지다. 첫째, 미국 국채시장은 견고함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최근의 규제 변화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근거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둘째, 안정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은행 시스템이 아니라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미 연준의 대규모 개입이었다. 2020년을 앞두고 첫 번째 트럼프 행정부와 미 연준 간의 관계는 긴장 상태였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서는 제롬 파월이 신속히 행동하는 데 그 긴장이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현재 즉각적인 위기는 없지만, 양측 관계는 그때보다 더 악화했다. BIS 보고서는 앞으로 몇 달 안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또다시 불안이 고조될 경우 주목해야 할 위기 전개 양상을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