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7일, 미국 전 부통령 딕 체니(Dick Cheney)가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글로벌 비즈니스 서밋(Global Business Summit)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기사 원문 페이지
딕 체니(Dick Cheney) 전 미국 부통령이 8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의 유산은 그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을 것이며, 그는 전쟁과 권위주의의 구조 자체를 국내외에서 재편한 인물로 평가된다.
체니의 가족은 그가 11월 3일 월요일, 폐렴 및 심혈관계 질환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평온하게 눈을 감았으며, 유족들은 그를 “선한 사람”이자 “고귀한 거인”이라 칭송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체니는 수백만 명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쫓아낸 전쟁의 주범이자, 미국 내 자유를 후퇴시키고 권위주의적 통치 기반을 구축한 인물로 남게 되었다.
체니는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설계한 건축가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을 20여 년 동안 지속된 전쟁으로 이끌었고, 그 결과 최소 45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3,8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 국방장관과 함께, 체니는 미국의 전쟁 방식과 ‘테러리스트’에 대한 추적, 미국 내 무슬림 커뮤니티에 대한 감시와 범죄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체니는 부통령이라는 직위 이상으로 막대한 권력을 행사했고,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거짓말을 주도하며 사실상 대통령처럼 행동했다. 이후 그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중동 여러 국가를 파괴했다. 아부 그라이브(Abu Ghraib)와 관타나모(Guantánamo) 수용소에서의 미군의 끔찍한 학대가 드러났을 때, 그는 이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려 했다. 많은 이들이 이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예멘, 시리아, 소말리아 등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아직도 물리적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이 전쟁이 만들어낸 난민 및 인도주의적 위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도 계속되고 있다. 이 논리는 바이든과 트럼프 같은 후속 대통령들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정당화하는 데도 사용되었다.
체니는 미국의 정책 구조 자체를 이 전쟁에 맞춰 재구성했다. 그는 9·11 이후 제정된 애국법(Patriot Act)을 활용해 광범위한 국내 감시 체계를 구축했으며, 특히 무슬림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 감시는 NSA의 스텔라 윈드(Stellar Wind) 프로그램을 통해 집행되었다.
그는 대통령이 행정부 전체를 단독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단일 행정부 이론(unitary executive theory)’을 밀어붙였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의회의 동의 없이 전쟁 권한을 확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후 트럼프 등에게도 위험한 권력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 전쟁들은 단지 9·11 이후의 충동적인 대응이 아니라, 체니가 평생 쌓아온 정치 경력의 연장선이었다. 그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하에서 국방장관을 지내며 걸프전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고, 데저트 실드와 데저트 스톰 작전을 지휘했다.
그는 정치인 사이를 오가며 다국적 석유회사 핼리버튼(Halliburton)의 CEO를 맡기도 했다. 이 회사는 걸프전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고, 이후 이라크 전쟁에서 자회사 KBR을 통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그 모든 동안 체니는 뻔뻔한 태도를 유지했다.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은 물론, 조지 H. W. 부시조차 그에게 분노를 표할 정도였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그는 “이라크 국민들이 미군을 해방자로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수십만 명의 이라크인이 미국의 폭격과 점령 아래에서 목숨을 잃었다.
2011년, 부시의 임기 종료 이후 체니는 자서전 《인 마이 타임》(In My Time)을 출간하며 고문 정당화에 대한 입장을 되풀이했고, 대중 여론이 전쟁에 등을 돌린 이후에도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체니가 미국 대통령 권력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그의 조치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드론 폭격, 트럼프 대통령의 민간인 표적 공격, 바이든 대통령의 ‘악의 축’에 대한 공격 유지 등 이후 행정부들의 전쟁 범죄를 가능케 했다.
어떤 면에서 체니는 트럼프의 권력 집중 캠페인을 위한 쿠데타적 흐름의 토대를 마련했다. 트럼프는 체니가 밀어붙인 단일 행정부 이론을 법정에서도 적극 활용해 막강한 권한을 주장해 왔다.
말년의 체니는 자신의 유산에서 벗어나려는 듯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기도 했지만, 해리스 또한 전쟁 범죄와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체니의 ‘테러와의 전쟁’이 만들어낸 가장 직접적인 결과 중 하나는 국토안보법(Homeland Security Act)이었다. 이 법은 미국의 이민 및 국경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편했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창설했다. 트럼프는 이후 이 기관을 통제받지 않는 연방 경찰처럼 활용하며, 전국 곳곳에서 무차별적 체포와 폭력을 자행하도록 했다.
수백만 명의 삶이 체니로 인해 끊기거나 영원히 파괴되었다.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그의 유산을 이어가는 이들처럼, 체니는 제국주의적 범죄에 대해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특권계급의 삶을 누리며 생을 마쳤다. 그가 누린 사치들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참상의 대가였다.
《트루스아웃(Truthout)》의 전 칼럼니스트 고(故) 윌리엄 리버스 피트(William Rivers Pitt)는 체니의 자서전이 나온 2011년, 그를 이렇게 평했다:
“딕 체니는 궁극의 미국인 테러리스트다. 그는 미국 법과 정부에 대한 존중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재직 기간 내내 그 정부를 의도적으로 해체하고 파괴하려 했다. 그는 법과, 그 법이 지지하는 정부를 증오했고, 우리는 그의 행위로부터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는 수천 명의 죽음과 부상을 직접적으로 초래한 인물이다. 이것이 생생한 테러가 아니라면, 테러라는 단어는 아무 의미도 없다.”
[출처] War Criminal Dick Cheney Dead at 84, With Blood of Millions on His Hands | Truthout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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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장(Sharon Zhang)은 《트루스타웃》(Truthout)의 정치, 기후, 노동 관련 뉴스를 담당하는 기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