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라는 이름이 저지르는 폭력

기술은 수탈의 도구로 사용될 때 주체하지 못할 만큼 폭력적인 무기가 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언제나 수탈당해 온 자들이 있다. 기술의 접목으로 더 강도 높은 수탈을 앞둔 이들이 있다.

1. 스마트 축산

한국 육류 소비는 일제강점기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이전 대부분의 한국인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 왔다. 1920년경 일본에서 육식이 대중화되고 소비량이 증가하자 이 소비량을 충당하기 위해 식민지국에 축산업을 진흥시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강제 임신을 통한 선택적 ‘개량’, 대량 번식과 같은 공장식 축산의 초기 모델을 전수했다. 70년대부터 50여 년의 시간 동안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10배 이상 증가해 왔다. 그만큼 동물을 ‘식량용’으로 지정하여 탄생시키고 처분하는 축산업의 규모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축산업은 그 부작용이 근래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가축 질병으로 인한 살처분이 발생했을 시 환경 문제, 축사 주변의 악취 문제, 축산업의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알려지면서 축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그 대안으로 ICT 기술을 접목하여 축사를 ‘디지털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출처: 스마트팜코리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는 스마트 축사를 ‘PC 또는 모바일을 통해 온·습도 등 축사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사료 및 물 공급 시기와 양을 원격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농장’이라고 설명한다. 돈사를 예로 들었을 때 스마트 축사에는 환경 관리 시설과 제어장비가 설치된다. 환경 관리 시설에는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조절하는 기기가 포함되며 제어장비 시설로는 발정체크기, 사료빈, 급이기, 음수관리기 등이 포함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 ‘스마트 축산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도에 데이터 연계 스마트 축산을 사용하는 농가가 7,265개 농가였던 것에서 확대하여 2027년까지 스마트 축산 보급 농가를 전체의 40%, 즉 약 1만 3,000개 농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시한 전략 과제는 네 가지가 있다. 1) 축종별, 분야별 스마트 축산 모델 개발 및 고도화, 2) 스마트 축산 보급 확산, 3) 축산 빅데이터 수집 및 활용 지원, 4) 스마트 축산 확산 기반 구축이다. 이 네 가지 전략 과제 달성을 통해 축종별로 가장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의 스마트 축산 모델을 개발하고 국내외에 확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빅데이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 스마트한 ‘기술’

그 똑똑하다는 기술은 어떤 것들일까? 경기도 평택시의 스마트 양돈장인 ‘로즈팜’은 돼지 1200명 규모의 자돈(어린 돼지) 생산 축사다. 자돈을 생산한다는 것은 결국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다. 이런 곳은 임신사와 분만사가 있는데, 임신사에서 한 스툴에 한 명의 엄마 돼지가 들어가 있고, 질 구멍으로 긴 막대를 넣어 정액을 주입하여 임신을 시킨다. 약 6개월의 임신 기간이 지나고 출산 시기가 다가오면 분만사로 이동하여 아이를 낳는다. 그럼 이것을 자돈이 ‘생산’되었다고 본다. 출산된 아기의 수가 적거나 건강하지 않으면 엄마는 도태, 즉 죽임당해 고기가 된다. 로즈팜은 돈사 내부의 환경을 컴퓨터나 모바일을 이용하여 조절한다. 돈사에 필요한 노동력을, 궁극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스마트 축사 이전에 1년에 20명의 아기를 낳던 엄마 돼지는 1년에 평균 30명을 낳게 되었다. 이렇게 스마트 기술을 사용하는 곳에서는 출산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물 떠 놓고 기도라도 하는 걸까? 컴퓨터나 모바일을 이용해 습도나 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보통 ‘발정체크기’가 큰 역할을 한다.

축사에서는 여성의 몸을 가진 동물의 임신과 출산의 빈도가 즉 생산성이 된다. 임신을 거부하거나 자발적으로 원하는 상대와 할 선택지가 애초에 없으며 동의 의사를 구한 적이 없으니 강제 임신이다. 분만사에서는 오직 가임 동물들의 ‘공태기(임신을 하지 않는 상태)’를 최소화하길 원한다. 이러한 욕구가 반영된 것이 바로 발정체크기다. 소의 경우 발정체크기는 목걸이형, 발목형, 이표형(귀에 구멍을 뚫어 다는 형태), 위 내 삽입형의 형태가 있다. 이표형은 기존의 이표처럼 귀를 펜치 같은 이표기로 세게 집어 구멍을 낸다. 이 과정에서 소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피하려고 하지만 결국 고통스럽게 귀에 구멍이 뚫리고 만다. 위 내 삽입형은 비압기(금속 집게)로 콧구멍 안쪽을 집고, 줄로 묶어 얼굴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입을 벌려 긴 막대 모양 캡슐 투입기를 식도 안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장착한다. 발정체크기는 소의 움직임과 체온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보고한다. ‘소는 발정기에 움직임이 많아진다’는 데이터를 통해 일정 움직임 이상이 감지되면 ‘발정기’라고 판단하며, ‘소는 출산 전에 체온이 0.5도 정도 떨어진다’는 데이터를 통해 체온이 떨어지면 ‘출산 예정’이라고 판단하는 원리다. 이뿐만 아니라 열이 올라도 바로 알림이 가고, 이윤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라면 죽음을 면하지 못한다. 개개인의 몸을 24시간 감시하는 기기인 것이다.

동물의 ‘적정 체중’의 유지는 ‘육질’에 영향을 미쳐 출하 동물의 ‘가격’을 좌우한다. ‘체중관리기’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비접촉식 스마트 체중 관리기는 3D 스캐너로 동물의 영상을 찍으면 동물을 체중으로 환산하는 장비다. ‘선별기’는 도살될 때인지 아닌지를 선별하는 기계다. 즉 도살되기 위하여 이르러야 한다는 몸무게에 도달한 동물과 미달한 동물을 분리하는 기계이다. 동물이 체중계가 장착된 기계 위에 올라가면 자동으로 체중이 측정되고, 몸무게가 기준 이상이면 A문이, 이하면 B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감귤 선별기와 같은 원리이다. 스마트 기기 앞에서 동물은 더 적극적으로 그저 체중일 뿐이다. 이 외에도 젖을 수탈당하는 동물들에게서 더 많은 젖을 착유하기 위해 센서로 젖꼭지를 빠르게 인식하고 부착되는 기술이 적용된 착유기계 등이 있다. 이처럼 스마트 축산에서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착취를 위해 기술이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출처: 이슬하

3. 스마트 축산의 폭력성

결국 스마트 축산은 그 목적이 뚜렷하다. 노동력 절감과 이윤 증대다. 하지만 ‘양복 입고 출퇴근’한다고 홍보되는 깔끔하고 반짝이는 스마트 축사에서 돼지는, 소는, 닭은 어디에 있나? 동물은 어디에도 없다. 돼지의 진흙목욕탕과 소의 깔짚과 닭의 모래목욕탕은 어디에 있나? 그들의 살아갈 권리와 나이들 권리를 이야기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생명은, 깔끔히 지워진다.

‘도살장의 벽이 유리벽이라면 모든 사람은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다’라는 폴 매카트니의 말처럼, 우리에게 고기라는 목적을 가지고 길러지는 동물을 만나거나 도살장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보는 일은 요원한 일이 되었다. 마트나 길에서 쉽게 보는 것이 고기와 고기를 파는 식당인데도 그 출처를 만나기 어렵다. 그 과정을 보기 위해 서울을 벗어나 축사나 도살장에 방문을 해도 이상할 정도로 들여 보내주지 않는다. 오히려 큰 철문을 설치하고 문을 닫는다.

이런 시설들이 점점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중들이 그러한 시설을 ‘혐오 시설’로 여기기 때문이다. 축사나 도살장에서 풍기는 악취 문제뿐만 아니더라도, 예로부터 생명을 죽여 분해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 또한 차별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것은 아마 생명을 죽이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부터 나온 것일 것이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통해 ‘공장식’ 축산이 가능해지면서 반감을 느끼게 했던 행위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안 보이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는 나가고,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고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곳으로 갔다. 이른 새벽에 도살트럭에 동물을 싣기 시작하고, 그게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얼굴을 제거했다. 주로 가정 단위에서 이루어졌던 사육/사냥, 도살은 점차 음지에서 소수에게, 비국민에게 외주가 맡겨졌다. 외주 맡긴 착취를 통해 사람들은 동물을 만나지 않고 비닐에 밀봉된 ‘위생적’이라는 고기를 먹는다. 수탈의 외주는 소비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동물해방물결’의 도살량 리포트에 따르면, 수생동물 제외 작년 2023년 한국에서 도살된 동물은 11억 명에 가깝다.

스마트 축산이란 외주의 심화다. 국민에서 비국민에게 외주되었던 것을 이제 기계에, 기술에 외주를 주려고 한다. 기계를 사용해 아이를 더 많이 낳게 하고, 젖을 더 많이 빼앗고, 살을 더 빨리 찌운다.

4. 바로 지금

고성군에서는 스마트 축사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넘지 못해 4년째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고성군에서 계획하는 돼지 3만 명 규모의 스마트축사에서는 하루 총 1,500t의 분뇨가 나오며, 500t는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물에 방류된다는 것이다. 악취를 저감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을 통해서도 하루 3t의 폐수가 나오는데, 이는 위탁 처리를 한다고 해 정확한 환경적 영향을 알기조차 어렵다. 기후변화에 대한 응답으로서 스마트 축산을 말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환경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 내부에 전염병이 돌아 살처분이라도 일어난다면 원칙적으로 동일 축사 내 동일축종은 모두 살처분 대상이므로, 감금된 수가 크면 클수록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대상자가 많은 것이다. 살처분을 통해서도 땅이 썩고, 물에 침출수가 퍼진다.

충청남도는 2024년 2월, 서해안의 간척지를 활용한 ‘스마트 축산 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계획안에서는 당진시 석문 간척지에 돼지 6만 명 규모의 시범 모델 운영을 진행하고 점차 확장하는 것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당진시 내에서 가열차게 서명운동과 집회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충남도의회에서 스마트 축산 단지 조성 실시계획 용역비 12억 원을 전액 삭감하였다. 하지만 이에도 도에서는 스마트 축산 단지 TF팀을 조성하여 주민 설득과 계획 수정을 통해 추진을 진행하려고 한다. 7월 10일에는 충남도 스마트 축사 추진의 중심에 있는 김태흠 도지사의 스마트 축산 단지 사업 설명회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출처: 이슬하 

감금되어 있는 비인간 당사자들은 울타리를 깨물고, 트럭을 탈출하고, 비명을 지르고, 한껏 무기력해지며 할 수 있는 투쟁을 하고 있다. 우리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이해하고 비판하는 사람들로서 스마트 축산을 멈춰야 한다. 자꾸 동물을 지우려는 착취 구조 옆에서 몇 번이고 이들이 번듯하게 살아있고, 살 권리가 있다고 말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세원은 동물이 겪는 폭력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동물권 활동을 시작했다. 얇든 굵든 길게 활동하기 위해 살처분폐지연대 등에서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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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관련하여, 살처분폐지연대에서 당진시 스마트축산단지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6/10~7/10) 글에 공감하셨다면 1분만 시간 내어 주세요. 고맙습니다.

    https://campaigns.do/campaigns/1273

  • 서명하였습니다! 글 읽으며 분노를 금하지 못하였습니다... ㅠㅠ

  • 서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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