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은 어떤 모습일 것이며, 누가 그것을 실현할 것인가?
일반적인 개념으로서의 ‘에너지 전환’이라는 생각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전력 생산 분야에서는 하나의 혁명이 진행 중이다.
전력 생산은 전 세계 에너지 체계의 일부일 뿐이다. 예를 들어, 그것은 여전히 전 세계 운송 부문을 지배하고 있는 석유 기반 복합체와는 명확히 구별된다. 하지만 전력은 중요하다. 전력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최대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지고 있는 유일하게 절반쯤 그럴듯한 계획은 모든 것을 전기화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우리는 전기를 청정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법을 알고 있고, 전력 생산 부문에서는 감축이 어려운 대부분의 산업 부문과는 달리 녹색 전환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IRENA 자료에 따르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추가량은 화석연료 설비 추가량보다 거의 20배에 달했다. 그렇다! 당신이 제대로 읽은 것이다. 그 격차는 정말로 그 정도로 크다. 전 세계 전력 생산 부문에서 신규 발전 용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90퍼센트에 달한다. 신규 설비 용량에 관한 한, 태양광과 풍력으로의 전환은 사실상 이미 이루어진 일이다.
출처: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전 세계 자료는 사실상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의 급증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글로벌’하지 않다. 즉,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거나, 파도처럼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공통된 발전 양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는 지난해 <차트북>에서 이 점을 지적했고, 브렛 크리스토퍼스(Brett Christophers)도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이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설치 속도에 극적인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확장 속도는 일반적으로 높긴 했지만, 크게 가속화된 것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보면 결코 극적인 수준이 아니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의 눈부신 가속은 사실상 하나의 나라, 중국에 관한 이야기다.
이 사실은 IRENA의 하이라이트 브리핑에서 지역 간 비교라는 베일 뒤에 살짝 암시된 채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 기초 자료를 들여다보면, 이 사실은 잘 드러난다. 아래의 표 1에서는, 중국과 중국을 제외한 세계(비중국 지역)를 대상으로, 화석연료, 풍력, 태양광 발전 설비의 연도별 증설량을 나란히 비교했다.
표 1
출처: IRENA, 저자 직접 정리
명백히, 중국을 제외한 세계 지역(ROW, Rest of the World)에서도 2010년대 후반 이후 태양광 투자에 큰 급증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붐으로부터 파생된 확산 효과이다. 전 세계 태양광(PV) 패널의 압도적 다수가 중국에서 공급되기 때문이다.
출처: 블룸버그 & 엠버
IRENA 자료가 제공하는 배경을 고려하면, 2020년 이후 우리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 역사에서 새로운 단계, 즉 지난 25년 역사 가운데 세 번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이 세 단계는 유럽, 중국, 기타 세계(ROW), 미국 사이의 균형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래 표 2에 이를 제시했다. 여기서 내가 사용하는 지표는 전 세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설비의 연간 신규 추가 용량 가운데 각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는 각 지역이 전 세계 전환을 ‘견인’하는 정도를 단순하게 측정하는 방법이다.
표 2
첫 번째 단계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시기로, 유럽이 주도권을 쥐었다. 이 시기 내내 유럽은 신규 설치된 풍력 및 태양광 설비 용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2000년대 초반의 투자 규모는 매우 작았다(표 1 참조). 하지만 이는 개척자 단계였고, 유럽의 주도적 역할은 자료에 뚜렷하게 드러난다. 당시에는 풍력이 주요 견인 동력이었다. 하지만 태양광이 더 중요한 미래를 지녔고, 2011년에는 유럽이 전 세계 태양광 설비 용량(72GW)의 75퍼센트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그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유럽의 경기 침체와 긴축 정책은 유럽 태양광 및 풍력 산업의 성장을 질식시켰다. 2010년대에는 풍력과 태양광 모두의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이후 유럽의 설치 속도는 회복되었지만, 2000년대 후반에 비하면 결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유럽이 ‘녹색’이라는 평판을 지녔다 해도, 최근의 확장 속도는 역사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미미한 수준이며, 중국과 비교하면 훨씬 더 뒤처져 있다.
2010년대에는 중국이 재생에너지 개발의 주도권을 넘겨받았다. 2015년에는 중국의 신규 풍력 설비 용량이 전 세계 다른 모든 지역을 합한 것보다 더 컸다. 2017년에는 중국이 태양광 설치에서도 세계를 앞질렀고, 태양광은 이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부문이 되었다.
유럽연합처럼 중국 또한 재생에너지 투자 속도에서 주기적인 부침을 겪었다. 2010년대 후반 중국은 보조금 체계가 전환되면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겪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폭발적으로 되살아나며 초고속 투자라는 세 번째 단계를 열어젖혔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전 세계에 새로 설치된 풍력 및 태양광 설비의 거의 3분의 2가 중국 단독으로 차지했다. 풍력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보인 나라는 사실상 중국뿐이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이 전 세계 재생에너지 보급의 주도 세력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부 화석연료 이데올로기 옹호자나 민주당 내 비판자들이 믿게 만들려는 것과는 달리, 미국이 이 분야에서 아예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전력 생산 부문에서 석탄을 줄이는 전환이 있었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석탄을 대체한 주역이 가스였다. 2010년대 미국에서 재생에너지의 상대적으로 느린 성장은 사실상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한 가스의 압도적 가격 경쟁력에 의해 설명된다.
대통령 행정부는 에너지와 기후 정책에서 서로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라는 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결과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표 2 참조).
2000년대 후반 조지 W. 부시 시기에는 신규 풍력 발전 급증 덕분에, 미국의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점유율이 오바마 시기보다 더 높았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새 기후 정책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떠들썩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완만한 재생에너지 설치 속도는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규모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2023년과 2024년 미국은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의 8퍼센트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는 유럽의 절반 수준이며, 중국의 8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중국은 미국보다 전력 시스템 규모가 두 배에 달하는 경제다.
기후 리더십과 ‘녹색 마셜 플랜’에 대한 온갖 수사에도, 도널드 트럼프가 재앙적인 대통령직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국은 이미 한참 뒤처져 있었다.
이처럼 초라한 성과는 미국이 신규 화석연료 설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 때문은 아니다. 전력 생산 부문의 정치경제는 석유-가솔린-자동차 복합체와 같은 권력 역학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 내 전력 생산 신규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사실상 풍력과 태양광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25년에서 2027년 사이에 새로 가동될 예정인 가스 설비는 매우 제한적이다. 석탄은 이제 심각하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운 원자력 설비가 본격 가동될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출처: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오늘날 미국에서도, 그리고 세계 어디에서든, 풍력과 태양광은 더 이상 ‘대안 에너지’가 아니다. 향후 전력 생산 계획에서 그것들은 표준이 되었다. 기술적, 상업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고의적인 방해 행위가 없는 한, 미래의 궤적은 분명하다.
제약 요인은 미국(그리고 유럽)에서 신규 설비 확대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그 속도이다. 미국의 전력 소비는 2000년대 후반에 정체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부진한 수요는 신규 투자를 유도할 유인이 거의 없었고, 그 결과 신규 설비 투자보다는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여 수익을 내는 방식이 더 수익성 높은 선택지가 되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과장된 선전과 그것이 요구하는 전력 수요의 위력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력 수요의 어떠한 증가라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럽에서도 같은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전체 수요의 정체는 에너지 전환을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어버린다.
반면 중국에서는 성장만이 최우선 과제이며, 집중도나 효율성 같은 다른 모든 고려 사항을 압도한다. 지난 25년 동안 중국은 녹색 전력화에서 지배적인 주체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이후 대부분의 시기 동안, 표 1에서 명확히 보이듯, 화석연료 기반 전력 개발에서도 더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 발전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중국의 화석연료 설비 확충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전 세계 수치를 사실상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화석연료 설비를 계속 짓지 않는다면, 전 세계 화석연료 발전 용량은 감소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 화석 설비를 계속 확장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중국의 석탄 발전소 신규 설비가 향후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가동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내에서도 석탄 발전은 이익집단의 압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가 불안정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균형은 결정적으로 이동했다. 신규 태양광 및 풍력 설비는 석탄 설비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다.
최근 몇 달간 가장 낙관적인 소식은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전 세계’ 수치가 아니라, 바로 중국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환의 기어변속이다. 라우리 밀리뷔르타(Lauri Myllyvirta)가 <카본브리프>(CarbonBrief)에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상 처음으로, 막대한 재생에너지 발전 투자가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초과해서 충당했으며, 그 결과 화석연료 사용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게 되었다.
유럽과 미국의 노쇠한 에너지 체계가 보여주는 정체된 움직임에 비하면, 중국은 지금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에너지 시스템을 조향하고, 제동하고, 가속하는 ‘파워슬라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출처] Chartbook 386: How China's powerslide is driving the global green electricity transiti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