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주(州) 선거에서 집권 BJP 주도 연립정부는 이전까지 야당이 장악하고 있던 몇몇 핵심 지역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인구가 매우 많은 서벵골주에서는 15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온 인도 최강의 여성 정치인 마마타 바네르지(Mamata Banerjee)가 이끄는 트리나물 회의당(Trinamool Congress, TMC)이 BJP에 참패했다(바네르지는 결과를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남부의 작은 주 케랄라에서는 친기업 성향의 국민회의당(Congress party)이 집권 좌파 연합을 압도적인 차이로 몰아내고 승리했으며, BJP 역시 역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발판을 확보했다. 현재 BJP는 인도 28개 주 가운데 21개 주를 장악하고 있다.
2024년 총선에서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의 지도자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권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BJP는 사실상 힌두 종교 파시스트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용단(Rashtriya Swayamsevak Sangh, RSS) 출신 인사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RSS는 무솔리니의 흑색여단(Black Brigades)을 본뜬 조직이다. 모디는 오랫동안 RSS의 일원이었고, 이후 자연스럽게 BJP로 이동했다.
2014년 집권한 이후 모디는 점점 더 정부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해 왔다. 민족주의 성향의 BJP는 이제 ‘기업 친화적’ 정당으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다민족·다종교 국가인 인도를 힌두 국가로 바꾸려는 목표에 헌신하고 있다. 그 체제 아래에서 소수자들, 특히 무슬림들은 2등 시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자신감을 더욱 키운 모디 정부는 이런 흐름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민주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의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탄압해왔다. 많은 야당 정치인들이 조작된 혐의로 장기간 수감되었고, 선거와 공개 토론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혔다.
그렇다면 BJP와 모디가 어떻게 이렇게 높은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BJP의 정치적 지지 기반 대부분이 거대한 인도의 농촌과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지역들은 도시에서 이루어진 인도 자본주의의 급격한 성장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이 지역들은 무슬림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자극된 힌두 민족주의의 강력한 기반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인도의 주요 자본가 정당이자 독립운동의 상징이었던 국민회의당이 수십 년 동안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의 수준과 생활 조건을 제공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농촌뿐 아니라 도시 빈민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국민회의당은 간디 가문이라는 정치 왕조가 지배하는 기성 체제의 정당으로 보인다. 반면 BJP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힌 사람들을 대변하는 포퓰리즘 정당처럼 보인다.
이제 인도 남서부의 작은 주이자 힌두교나 이슬람교가 아니라 기독교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케랄라의 좌파 정부마저도 무너졌다. 케랄라는 부유층보다 빈곤층을 위한 공공투자와 복지 정책의 성공 사례로 국제 좌파 진영에서 끊임없이 홍보되어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좌파민주전선(Left Democratic Front, LDF) 정부는 노동자들과 점점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한 자료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제시한다.
LDF가 국제 포럼에서 자랑해 온 공공보건 체계의 ASHA 노동자들은 월 2만 1000루피의 임금을 요구하며 266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당시 그들이 실제로 받던 임금은 7000루피에 불과했다. 10개월에 걸친 시위 끝에 정부는 임금을 8000루피로 올렸을 뿐이다. 좌파 정부는 이 파업이 단지 국민회의당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좌파 정부는 2021년 선거 공약에서 킬로그램당 최소 보장 가격을 250루피로 약속했지만, 2025년에도 가격은 200루피를 넘지 못했다. 고무 생산지대의 농민들은 생계를 유지할 수 없으며 자녀들이 걸프 지역과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청년 실업률은 30%에 이르렀고, 젊은 여성들의 실업률은 47%로 전국 평균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정부는 5년 동안 2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더 심각한 것은 부패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한 광산 기업은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주총리의 딸이 운영하는 IT 회사에 확인 가능한 서비스 제공도 없이 약 2억 7000만 루피(약 30만 달러)를 지급했다. 선거 과정에서 좌파 연합은 세속주의 노선을 버리고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표를 얻으려 했다. 한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1957년의 케랄라는 좌파가 노동자, 소작농, 달리트, 어민, 그리고 부엌과 들판의 여성들을 대변했기 때문에 공산당에 투표했다. 하지만 2026년의 케랄라에서 좌파는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말하기 시작했다.”
‘공산주의’ 좌파와 국민회의당은 BJP에 맞설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BJP는 여전히 모디 집권 이후 인도 경제가 끝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인도 언론과 서구 경제학자들은 모디 정부 아래에서 인도가 누리고 있다고 여겨지는 강력한 경제성장을 찬양한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모디 체제 아래 인도 자본주의의 성공에 너무나 열광한 나머지, 그의 신파시스트적 과거나 현재의 탄압 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외면한다. 대신 모든 담론은 인도가 중국을 “따라잡고” 있으며 곧 실질 GDP에서도 중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에 집중된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는 2075년이면 인도가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디는 경제를 선거운동의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인도 경제를 “세계 최고 위치”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글에서 보여주었듯 이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물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가 연평균 5~6%의 매우 빠른 경제 성장을 기록해 온 것은 사실이다(실제로는 2020년대 들어 다소 둔화했다). 다만 공식 통계 자체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출처: IMF, 저자
하지만 공식 수치에 따르면 인도의 빈곤은 농촌과 도시 모두에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공식 빈곤선 기준으로 보면 농촌 빈곤율은 2011~2012년 64.9%에서 2023~2024년 19.3%로 떨어졌고, 도시 빈곤율은 39.7%에서 8.6%로 감소했다. ‘극빈층’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농촌에서는 30.7%에서 3.1%로, 도시에서는 17.4%에서 1.4%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추정치들 역시 의심의 여지가 있다. 노동시장 자료를 보면 인도 상위 10% 소득자들의 수입은 하위 10%보다 17배나 많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인도의 경제 성장은 불균등하게 이루어졌으며, 흔히 말하는 “K자형 성장” 양상을 보였다. 즉 부유층은 번영했지만 빈곤층은 계속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다. 인도는 총 GDP 규모 기준으로 세계 5위 경제 대국일 수 있지만, 1인당 소득 기준으로는 여전히 세계 140위권에 머물러 있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의 불평등은 10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확대되었다. 현재 인도 상위 10% 인구는 전체 국가 부의 77%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런 불평등 확대는 BJP가 집권한 2014년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2022~2023년 기준 상위 1%의 소득 및 자산 점유율은 각각 22.6%와 40.1%에 이르렀고, 이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현재 인도의 상위 1% 소득 점유율은 세계 최고 수준 가운데 하나다.
반면 많은 평범한 인도인들은 필요한 의료서비스조차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6300만 명이 의료비 부담 때문에 빈곤 상태로 내몰린다. 이는 거의 매초 두 명꼴이다. 실제로 인도 농촌의 최저임금 노동자가 인도 주요 의류기업 최고경영자가 1년 동안 버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941년이 걸린다. 인도는 세계적인 ‘의료 관광’ 목적지 가운데 하나이지만, 가장 가난한 인도 주들의 영아 사망률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보다 높다. 인도는 전 세계 산모 사망의 17%, 5세 이하 아동 사망의 21%를 차지한다.
농촌의 고통, 정체, 그리고 농업 소득 감소는 농민들의 여러 차례 시위로 이어졌다. 농민조합 연합체인 삼육타 키산 모르차(Samyukta Kisan Morcha)에 따르면 모디 집권 10년 동안 10만 명이 넘는 농민들이 자살했다. 인도는 세계기아지수 2023년 보고서에서 125개국 가운데 111위를 기록했다. 인도에는 전 세계 영양실조 아동의 3분의 1 이상이 살고 있으며, 이는 단지 보건 위기일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202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니세프(UNICEF),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인구의 74%는 건강한 음식을 구매할 여력이 없다.
인도 자본주의에서 핵심은, 다른 모든 자본주의 체제와 마찬가지로 기업 부문의 수익성이다. 인도 자본의 수익성은 세계적인 흐름과 함께 1970년대에 크게 추락했다. 이후 국민회의당 정부들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도입했다. 그리고 대침체와 이어진 장기불황이 찾아오면서 수익성과 성장률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모디가 권력을 잡게 되었다. 모디 체제 아래에서 인도 자본은 비교적 높은 이윤율을 유지했고, 이는 투자 확대와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출처: 펜 세계표(Penn World Tables) 11.0 시리즈
GDP 대비 투자 비율은 2007년 신용 붐의 정점에서 42%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2008~2009년 대침체와 이어진 2010년대 장기 불황 이후 GDP 대비 투자 비율은 크게 하락했다. 이후 모디 정권은 코로나19 팬데믹 침체 뒤 인도 자본주의를 다시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출처: IMF
모디 정부는 국제 경제기구들로부터 인도 자본에 대한 지원책을 계속 유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민간 부문 주도의 성장을 강화하는 것은 경제 회복력을 높이고 더 많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지원하는 데 핵심적일 것이다. 예측 가능하고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은 에너지·인프라·제조업·관광·보건·농업산업 같은 핵심 부문에서 투자를 활성화하고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도의 경제적 미래는 불확실하다. “인도 역시 이런 세계적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게 연결된 인도는 관세 인상과 불안정한 자본 이동을 포함한 세계 정책 변화의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인도는 원유 수요의 거의 90%와 천연가스 수요의 50%를 수입에 의존한다. 호르무즈 해협 차질 같은 중동 분쟁은 이런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인도의 대외수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정부의 보조금 부담 역시 커질 것이다. 2026년 초 산업 활동은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과 광업은 비교적 버텼지만 전력 생산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인도 경제는 여전히 세계 경제 위기에 취약하다. 특히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지정학적 혼란 때문에 더욱 그렇다. 중동 분쟁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같은 외부 악재들은 인도의 성장 동력을 위협하고 있다. 만약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인도 역시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출처] India: a further swing to the right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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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