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Nguyen Dang Hoang Nhu
생산성 증가라는 개념은 오래된 것이다. 우리는 이미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당한 속도의 생산성 증가를 경험해왔다. 그런데도 많은 엘리트 지식인 유형들은 AI를 이야기할 때면 생산성 증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한다.
AI와 함께 우리가 얼마나 큰 생산성 붐을 보게 될지는 아직 전혀 분명하지 않다. 내가 생산성 증가를 언급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자면, AI가 모든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곧 거대한 생산성 붐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여전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산성은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사람들이 일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양,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사실상 어떤 주요 예측 기관이나 전망 기관도 이런 수준의 생산성 붐을 전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은 향후 10년 동안 생산성 증가율이 평균 1.5%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정도면 건전한 생산성 증가율이지만, 특별한 수준은 아니다. 이는 2005년부터 2025년까지의 1.3% 증가율보다는 약간 높지만, 1990년대에 우리가 경험했던 2.0% 증가율보다는 낮고, 1947년부터 1973년까지 미국이 기록했던 2.4% 성장 속도보다는 훨씬 낮다. 여기에는 AI가 대량 실업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물론 CBO가 신은 아니다. 하지만 설계상으로 보면, 이 기관은 전문 예측기관들 가운데 거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CBO는 자신들의 전망이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다른 예측기관들이 내놓는 전망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만약 CBO의 전망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낮게 잡혀 있다면 다른 여러 결과들도 논리적으로 뒤따른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생산성 증가율이 CBO의 전망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면 GDP 성장률 역시 전망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미래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현재 전망되는 수준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지속 불가능한 부채와 재정적자를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거대한 AI 생산성 붐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미국이 심각한 부채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것은 의견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의 문제다.
하지만 잠시라도 AI가 실제로 거대한 생산성 붐을 만들어낸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두고 머리 잘린 닭처럼 허둥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생산성 증가는 사실 매우 오래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된다.
1937년 공정노동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 FLSA)을 통해 주 40시간 노동제가 도입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이 법은 사용자가 더 긴 노동시간을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초과노동 시간에 대해 50%의 추가수당을 지급하도록 요구할 뿐이다. 이는 사용자가 기존 노동자들을 더 오래 일하게 만드는 대신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언론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방식과 달리, 초과노동을 결정하는 쪽은 거의 항상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다. 노조 계약에서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 한, 사용자는 초과노동을 거부한 노동자를 해고할 수도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가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소득세를 폐지한 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는 사실상 사용자가 더 긴 노동시간을 운영하도록 장려하는 조치이며, 공정노동기준법의 원래 취지와는 정반대 방향의 정책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이 경제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나머지 우리까지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우리가 실제로 AI가 이끄는 생산성 붐을 경험하고 있다면, 가장 분명한 대응 방식은 노동 주간과 노동 연간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이 점에서 미국은 예외적인 나라다. 미국은 원래 주 40시간 노동제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지만, 그 이후 90년 동안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독일, 프랑스, 그리고 다른 부유한 나라들의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미국 노동자들보다 연간 20~25% 적은 시간을 일한다. 아주 거칠게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20% 적게 일하면 일자리는 20%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현실 세계는 결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노동 연간 시간이 짧아질수록 일자리가 더 많아진다는 기본 논리는 여전히 성립한다.
더 짧은 노동 연간 시간을 만드는 일도 그렇게 복잡한 과학은 아니다. 우리는 공정노동기준법을 개정해 초과근무수당이 34시간이나 36시간 이후부터 적용되도록 만들 수 있다. 또한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세금을 없애는 대신, 다시 말해 납세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게 만드는 대신, 최근 미국 연방의회 안의 진보 성향 의원 모임이 제안했듯 초과근무수당 할증률을 50%에서 75%로 올릴 수도 있다. 우리는 또 많은 주 정부들이 이미 시행했듯 최소 2주 이상의 휴가와 유급 병가, 가족휴가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부유한 나라들이 수십 년 동안 시행해 온 오래된 정책들이다. 미국 역시 과거에는 연방 차원에서, 최근에는 주 정부 차원에서 이런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AI로 인해 고용이 붕괴할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묻는 <뉴욕타임스> 기사였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그 기사 역시 AI가 이끄는 생산성 붐이 결코 확실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어서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보편적 기본소득이나 보편적 고소득이 대응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 기사는 일론 머스크가 후자의 지지자라고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보면 이런 제안들은 괜찮다. 하지만 그것들은 미국 정치의 현실을 무시한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민주당은 대통령직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태였지만, 상원에서 아동 세액공제의 소폭 인상조차 통과시키지 못했다. 줄자를 꺼내서 아동 세액공제의 소폭 인상과 보편적 기본소득 사이의 거리를 재보라. 하물며 보편적 고소득과의 거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또 한 가지 언급할 가치가 있는 점은,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면 그들은 회사 이윤 가운데 자신들의 몫을 훨씬 더 잘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은 AI가 이끄는 대량 실업 시대에 노동자의 복지를 지키겠다는 머스크의 의지에 대해 합리적인 사람들이 의문을 품게 만들 수 있다.
현재의 정치 환경에서 친노동자 입법은 어떤 것이든 엄청난 험난한 싸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미 100년 동안 익숙하게 봐온 정책들의 변형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보다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또 생산성 증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도구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검증도 끝났다는 점 역시 지적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 기본소득이 더 나은 방식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정책 도구상자는 결코 비어 있지 않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며, 그것을 새로운 이야기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출처] AI Productivity Boom and Shorter Workweek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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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