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쓰레기는 남태평양을 뒤덮어 산호초와 석호를 오염시키고, 해변으로 떠밀려 와 거대한 덩어리로 쌓이고 있다. 태평양 섬나라의 인구는 전 세계의 1.3% 미만이지만, 해류로 인해 이들은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 위기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안에 연간 최대 5,300만 톤의 플라스틱 오염이 태평양 섬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2년 3월, 유엔 환경 회의(United Nations Environment Assembly)는 세계가 이러한 플라스틱 오염에 대처하는 방법을 결정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 협상을 175개국 간에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협상 세션이 올해 11월 말에 시작될 예정이다. 태평양 도서국 14개국 대표단은 플라스틱 위기의 범위와 심각성을 인식하고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폐기물 관리를 위한 가시적인 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국제 플라스틱 조약 협상의 선두에 서 왔다.
르완다, 페루, 유럽연합 국가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야심찬 목표와 플라스틱 생산량 상한선을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중국과 같은 산유국들과 함께 역사적으로 이러한 제안에 반대해 왔다. 석유 및 가스 업계는 생산량 감소보다는 플라스틱 추적 및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조약을 체결하기를 원하지만, 수십 년 동안 플라스틱 회사들은 재활용이 압도적인 실패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는 지구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돌파구가 될 수 있는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통제 강화를 지지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환경 단체들은 이 발표를 환영했고, 올해까지 로비 활동에 거의 1,000만 달러를 지출한 미국화학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와 같은 산업 단체는 행정부가 환경운동가들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미국 제조업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변화, 주목해야 할 이유
바이든 행정부의 발표는 뉴스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접근 방식의 변화는 시급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10% 미만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버려지거나 소각되어 지역사회와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수년간의 협상 끝에 생산량 제한이 아닌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조약이 나온다면, 세계는 더욱 깊은 플라스틱 오염의 늪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엄청난 양의 국제적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화석 연료에서 파생된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독성을 배출한다.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화석 연료의 추출과 정제는 매년 수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대기를 가열하고 기후 위기를 가중시킨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연구는 지구 온난화를 섭씨 1.5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에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 제한을 구체적인 목표로 하는 분명한 의무"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에는 수많은 독성 및 발암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및 유색인종 공동체가 위치한 공장에서 이러한 독성 물질이 배출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1월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화석 연료의 주요 허브인 휴스턴(Houston) 선박 채널에서 화석 연료 회사들이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막대한 오염 부담을 지우고 있으며, 이는 인종적 '희생 지역'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유해한 오염의 규모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출처 : Unsplash, OCG Saving The Ocean
폐기물 식민주의
플라스틱의 수명이 다하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은 "폐기물 식민주의"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가난한 국가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한다. 이들 국가는 부유한 국가에 비해 방대한 양의 쓰레기를 처리할 자원이 부족하다. 1989년 유엔 환경 프로그램 바젤 협약에서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부유한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유해 폐기물 투기장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그럼에도 전자 폐기물로 알려진 플라스틱과 버려진 전자 기기는 남반구 전역의 유독성 매립지에 계속 쌓이고 있다. 케냐의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은 전자 폐기물 매립지에서 금속 스크랩을 주워 생계를 유지하지만, 이는 감염, 암, 폐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작업이다. 유엔 환경 회의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60%를 재활용하는 것은 이러한 건강 및 노동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이다.
2018년 중국이 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한 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으로 폐기물이 유입되기 시작했지만, 이들 국가도 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 결과 폐기물은 미얀마 같은 국가로 우회되고 있다. 올해 1월 <라이트하우스 리포트(Lighthouse Reports)>의 조사에 따르면, 미얀마의 저소득 지역 사회가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 유입되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폐기물 전문가이자 독립 화학 엔지니어인 얀 델(Jan Dell)은 <라이트하우스 리포트>에 "이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없으며, 책임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과제
1989년 또는 그 이전에 야심차고 의미 있는 플라스틱 생산 상한선을 제정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로 좋은 시기는 바로 오늘이다. 미국은 이 목표에 대해 큰 진전을 이루었고, 이전의 입장에서 벗어나 다른 강대국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2월 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가 그 약속을 지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편, 유엔 대표단이 글로벌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소집된 가운데, 플라스틱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연간 4억 6천만 톤에 달하는 이 플라스틱은 수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온 글로벌 사우스의 지역 사회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처] US Finally Agrees to Back Limits on Plastic Production. Here’s Why That Matter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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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러 미첼(Schuyler Mitchell)은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작가, 편집자, 팩트체커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