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파업: 히스타드루트의 역할과 정치적 함의

지난 주가자지구의 참혹한 전쟁이 1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최대 노동 연맹이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 선언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항의하고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라는 요구에 대한 연맹 내 압력에 따른 대응이었다히스타드루트(Histadrut)의 주요 기반은 노동자들이 선출한 노동조합 대표들로 구성된 노동자 위원회인데이들 중 상당수가 네타냐후의 리쿠드(Likud) 정당을 지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이들이 풀뿌리 시위 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결정은 놀라운 일이다.

해외에서의 반전 정서와는 달리이스라엘 내 대다수는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 증가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오히려 네타냐후 정부가 인질 101명을 구출할 진지한 계획이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반대는 이스라엘 초기의 반전 운동과 더 큰 정치적 변화의 기초가 될 수 있다하지만 이번 파업이 8시간 정도로 짧게 끝난 것은전쟁을 끝내려는 이스라엘 내 강력한 반대 세력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그러나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있음을 보여준다.

파업을 선언하는 히스타드루트 간부들. 출처: 유투브 생중계 갈무리

히스타드루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의 최대 노동조합 연맹)는 2023년 3네타냐후의 급진 우파 정부가 추진한 사법 개혁에 반대해 마지막으로 파업을 선언했다대규모 시위와 기업들의 지지가 이어지자네타냐후는 추가 입법을 중단했다이번 파업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6명의 인질 시신을 수습한 뒤인질 석방 협상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조직되었다.

히스타드루트 위원장 아르논 바르-다비드(Arnon Bar-David)의 총파업 선언은 이스라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외침이 되었다같은 날 약 50만 명즉 전체 인구의 5~6%에 해당하는 이스라엘인들이 텔아비브예루살렘 및 기타 주요 도시를 행진하며 정부에 남은 포로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휴전 협상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이번 파업이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중재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히스타드루트의 결정을 이해하려면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천천히 형성된 배경을 알아야 한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 사회는 거의 전적으로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을 지지했다정부는 이 전쟁이 모든 유대인의 생명에 대한 실존적 위협에 대한 필수적이고 불가피한 대응이며집에서 납치된 수백 명의 이스라엘인을 구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전쟁 반대는 불법 또는 배신으로 간주되었고비판적인 목소리는 억압되었으며심지어 폭력과 체포노동자의 경우 정직이나 해고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고 목표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이 계속되자남은 인질들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휴전 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인질들은 납치범들과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공격으로 인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정부와 군은 무차별 폭격과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야만 인질들을 구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점점 구체화되었다.

인질들의 가족과 친척들이 주축이 되어 '인질 가족 포럼'이 조직되었다이들은 전쟁이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납치 피해자들의 생명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 강조했으며일부 인질들은 IDF 저격수나 이스라엘 공습의 의도치 않은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이런 반대 목소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게 했고매주 토요일 텔아비브 중심부와 정부 본부, IDF 중앙 사령부 인근에서 열리는 시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휴전과 인질 협정에 대한 추가적인 지지는 예상치 못한 곳즉 IDF와 군 당국에서 나왔다전쟁 초기 몇 달 동안 군부는 하마스를 격퇴하고 인질을 구출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시간이 지날수록 이 두 목표가 충돌한다는 증거가 점점 많아졌다.

7월 초헤르지 할레비(Herzi Halevi) 참모총장과 군 정보 책임자 등 군 최고 지휘부는 두 가지 목표가 "상호 양립할 수 없다"며 인질 구출이 하마스 격퇴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이 입장은 이후 네타냐후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Yoav Gallant)가 채택하여네타냐후 내각 내에서 인질 협상을 지지하는 유일한 인물이 되었다.

군의 입장 변화와 시위 운동이 확산되면서 여론도 크게 변화했다전쟁 초기 몇 달 동안 유대-이스라엘 국민 대다수는 가자지구 전쟁을 지지했다그러나 2024년 5월 이스라엘 공영 방송 채널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7%가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위해 전쟁 종식을 지지한다고 답했으며이에 반대한 사람은 32%에 불과했다.

올해 7월 초 채널 12 뉴스에서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약 3분의 2가 인질 석방이 전쟁 지속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가자지구 전쟁이 더 중요한 목표라고 답한 사람은 4분의 1에 불과했다처음에는 금기시되던 요구가 불과 몇 달 사이에 대다수의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하지만 군부의 입장 변화와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국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대중의 항의는 네타냐후 정부의 무기한 전쟁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이제 휴전 협정의 주요 장애물은 네타냐후 자신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일부 전문가들은 네타냐후가 극우 세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타협적인 입장을 고수한다고 비판했다이 극우 세력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의 점령을 심화하고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목표가 단순히 네타냐후 자신의 이념과 전략적 비전에 부합한다고 본다어느 쪽이든 네타냐후는 폭력의 일시적 중단조차 거부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시위 운동의 다양한 단체들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노동 연맹인 히스타드루트에 주목했다인질 가족들과 전쟁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히스타드루트의 정치적경제적 힘을 자신들의 목표에 활용하기를 원하며노조 내 고위 관리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몇 달 동안 텔아비브의 히스타드루트 본관 앞에서는 노조가 인질 협상에 나서기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인질 가족들은 지난 몇 주 동안 여러 차례 연맹 위원장을 만나 인질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

풀뿌리 시위 운동에서 노조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그러나 1980년대까지 히스타드루트는 단순한 단체 교섭 조직이 아니라이스라엘의 기업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사회경제적 주체였다히스타드루트는 임금 교섭뿐만 아니라 가격 설정조세 정책에도 관여했고이스라엘 최대 은행의료 보험사연기금대기업을 운영하며국가 다음으로 큰 고용주 역할을 했다.

따라서 히스타드루트는 단순히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일자리 창출과 복지 제공을 책임지는 이스라엘의 중요한 사회-정치적 행위자였다이런 맥락에서 보면이번 시위 운동은 히스타드루트가 정치와 경제에서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최대 70만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출처: 유투브 생중계 갈무리

이스라엘의 변화

9월 1인질 6명이 추가로 살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히스타드루트 의장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그는 다음 날 오전 6시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을 결정했고이스라엘 사회 전체가 정부에 맞설 수 있도록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저는 국민들에게 무관심하지 말고 내일 거리로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파업의 날은 집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항의하고우리 국민들이 외쳐야 할 때입니다선동과 분열에 손을 빌려주지 말고 생명을 구하는 데 함께 합시다."

히스타드루트는 파업 대상 사업장 목록을 발표했고이후 이스라엘 의사협회교사노조변호사협회 등 많은 단체들도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이 전례 없는 순간은 불길에 기름을 부었고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로 이어졌다일부 좌파 논평가들은 이번 시위를 휴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한동안 이스라엘 전체가 완전하고어쩌면 오래 지속될 수도 있는 파업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였다파업으로 인해 관공서가 폐쇄되고 대부분의 대중교통 서비스가 중단되었다텔아비브를 비롯한 이스라엘 중부의 주요 지자체들도 파업에 동참하여 수업 시간을 단축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폐쇄했다대부분의 병원은 응급 서비스만 제공했고부두 노동자들은 하이파 항구를 폐쇄했으며이스라엘 국제공항의 항공편 운항도 몇 시간 동안 중단되었다.

그러나 효과적인 총파업을 유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드러났다많은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일을 계속했으며그중에는 이스라엘 최대 규모의 노동자 위원회도 있었다파업이 시작된 지 몇 시간 만에 네타냐후 정부에 비판적인 자유주의 지도부와 정부에 동조하는 보수 우파 간부들 간의 갈등이 드러났다. 또한조합원들이 파업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더 민주적이고 급진적인 소규모 노조에서도 비슷한 긴장이 나타났다예를 들어코치 라오브딤(Koach LaOvdim) 같은 노조에서는 조합원들이 파업 참여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물론노조 지도부의 약점과 정부에 맞설 수 있는 한계가 빠르게 드러났다주류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서 우파는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으며네타냐후 총리도 총파업을 하마스와 그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Yahya Sinwar)를 '지지'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정부는 파업을 조롱하며정치적 이유로 하는 파업은 이스라엘 법에 따라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 법원에 파업 금지 명령을 요청했다법원은 파업이 직장 문제와 관련이 없고 합법적으로 신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일 오후 2시 30분까지 파업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이 판결로 인해 히스타드루트는 파업을 중단해야 했고이는 노조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히스타드루트가 휴전과 인질 교환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은 이스라엘 내 파업권의 법적 한계와 노조 내부의 약점을 드러냈다그러나 이러한 분열은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 사회 전반의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다른 지역의 노조원들처럼최근 수십 년 동안 많은 이스라엘 노동계급도 정치적 지지를 우파로 옮겨갔다이 변화의 배경에는 1980년대 이후 이스라엘의 정치·경제 자유화와 민영화가 있다이 캠페인은 우파와 좌파 정부가 함께 추진했으며그로 인해 히스타드루트는 큰 타격을 받았다그 결과히스타드루트는 주요 권력 기반을 잃었고노조 조직률은 1981년 79%에서 2006년 34%로 급감했다(현재는 약 25% 정도). 히스타드루트가 지탱하던 강력한 복지 국가도 거의 무너졌다.

리쿠드당과 노동당 모두 신자유주의 의제를 추진하는 데 기여했다노동당은 완전 고용과 강력한 복지 국가라는 목표를 대부분 포기하고노조와의 협력 약속도 철회했다반면정치적 우파는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해 노동 계급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였다그중 일부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저렴한 주택복지 혜택공공 부문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타났고리쿠드당과 그 동맹을 통해 "식민주의의 임금"이 분배되었다다른 양보들은 임금 인상이나 단체 협약과 같은 노동 친화적 정책으로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위한 대가로 제공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우파는 이스라엘 노동계급 사이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게 되었고그 기반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따라서 히스타드루트를 경제 정책반민주적 입법전쟁과 점령에 맞서는 보루로 만들려면 노조뿐만 아니라 좌파 진영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히스타드루트의 파업에 대해 좌파와 중도 정당이 지지한 것은 조직화된 노동이 전쟁에 반대하고 복지 국가를 재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재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점진적일 수는 있겠지만노동 정치의 변화를 통해 좌파 의제를 추진할 더 큰 노력이 이루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또한 이스라엘 법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 노동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여전히 큰 장애물로 남아 있다이스라엘 정치에서 노동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이러한 법적 제한이 제거되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자유주의 엘리트들은 히스타드루트가 정부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했지만, 1980년대 이후 경제 자유화와 민영화가 노동 조직을 약화시킨 배경을 고려하면 히스타드루트의 복잡한 입장이 이해된다그럼에도 히스타드루트가 휴전을 지지하며 이스라엘 내 평화 운동과 연대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첫째히스타드루트는 이스라엘의 주요 집단적 행위자로서 중요한 정치적 싸움에 참여하는 조직으로 다시 등장했다둘째총파업은 짧았지만 시위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고이후 텔아비브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를 비롯한 전국적인 시위는 휴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히스타드루트의 미래

히스타드루트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조직원들의 고용 조건을 위해 정부와 협력하려는 성향과 주요 권력층의 정치적 성향에 반하는 급진적 행동은 히스타드루트의 강점을 보여주지만동시에 그 한계도 드러냈다인질 석방과 전쟁 종식을 위해 정부를 설득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조직의 한계가 명확해졌다.

히스타드루트 지도부는 중앙집권적인 구조 덕분에 신속하게 파업을 조직할 수 있었지만조합원들의 지지가 없다면 리더십의 추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조직 내 복잡한 정치적 구성과 다양한 충성심으로 인해 내부 갈등은 큰 정치적 개입 없이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 상황을 바꾸는 것은 히스타드루트만의 힘으로는 어렵다네타냐후와 극우 정부가 추진하는 의제를 대체하고복지 국가를 재건하며 신자유주의에 맞서기 위해서는 노조와 진보 정치 세력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또한이스라엘 내에서 전쟁을 멈출 힘의 상당 부분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집단에 있다는 현실도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가자지구 인질 문제는 이스라엘 사회의 깊은 분열을 드러냈다무기한 전쟁을 추진하는 세력은 점차 지속 불가능한 길을 가고 있으며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이를 점점 더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평화와 인질 협상 가능성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지만전쟁을 끝내려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평화를 지지하는 세력은 이스라엘 내에서 영향력 있는 동맹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이러한 변화의 한계와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출처Understanding the Politics of Israel’s General Strike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아사프 S. 본디(Assaf S. Bondy)는 브리스톨 대학교 브리스톨 비즈니스 스쿨의 강사이다. 그의 연구 관심사는 비교 고용 관계, 비교 정치 경제학, 일의 사회학이다. 에레즈 마고르(Erez Maggor)는 벤구리온 대학교 사회학 및 인류학과의 강사이다. 그의 연구 관심사는 산업 정책과 혁신의 정치경제학, 성장 모델의 정치학,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기반이다. 조나단 프레밍거(Jonathan Preminger)는 카디프 대학교 카디프 비즈니스 스쿨의 고용 관계 선임 강사이며, 『이스라엘의 노동: 민족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Labor in Israel: Beyond Nationalism and Neoliberalism)』(2018)의 저자이다. 그의 연구 관심사는 고용 및 산업 관계, 일의 사회학, 대안 조직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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