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노동자 "공공의료·돌봄 정책 요구"...권영국만 적극 찬성, 민주·국힘·개혁신당 답변 미뤄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의료 현장 노동자들이 "새 대통령은 공공의료·공공돌봄으로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한다"면서 대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모든 정책 요구에 대해 적극 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개혁신당에서는 노동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미루고 있다. 

"의료 민영화 중단하라!". 참세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이하 의료연대본부)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대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은 6개 영역(△공공의료와 공공돌봄 강화 △붕괴위기 지역의료 살리기 대책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무상의료 실현 △보건의료 및 돌봄 인력 확충 △의료·돌봄 민영화 정책 전면 폐기 △보건의료 및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및 노동권 강화)에 걸쳐 34개의 정책 과제를 담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들 34개 정책 과제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입장을 '매우 찬성'에서부터 '매우 반대'까지 5점 척도로 표기할 수 있는 정책질의서를 지난 8일 대선 후보를 낸 4개 정당(국민의힘, 개혁신당, 더불어민주당, 민주노동당)에 발송했으나, 답변 기한인 11일을 넘긴 12일에도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3당은 선대본 구성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답신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유일하게 의료연대본부의 모든 정책 요구에 대해 적극 찬성하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의료연대본부 대선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현장 영상. 참세상

빛의 혁명, 새로운 대통령, 시장의료 손 봐야 자격 있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광장이 만든 대선 레이스가 오늘부터 시작되어, 모든 후보가 새로운 진짜 대한민국, 빛의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자본주의와 불평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정책들을 재탕 삼탕하는 공약으로 빛의 혁명은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박 본부장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는 국가에 있지만 대한민국 의료는 시장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며 "누구든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대통령을 이야기하려면 반드시 시장 의료를 손봐야 한다. 의료 공급자 즉 의사들 마음대로 공급을 중단할 수 있는 의료, 돈이 되는 지역에만 병원을 짓고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마음대로 받고, 돈이 없으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그런 상품으로서의 의료를 중단해야 한다.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만이 광장이 만든 이 대선에서 후보의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면 누구나 치료받는 무상의료·공공돌봄을

김영희 의료연대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우리는 윤석열 파면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원하고 있다. (그것은) 아프면 누구나 치료받고 병원비 부담 없는 세상, 바로 공공의료 세상"이라며 "대선 후보들은 윤석열 파면을 위해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시민들이 바라는 세상에 대해 제대로 귀 기울여 듣고 공약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본부장은 △현재 10% 미만인 공공 병상과 공공 의료 기관 30%로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무상의료 시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을 촉구하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의료와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무너진 지역의료 다시 세울 구체적 정책을 

최재진 의료연대본부 부본부장은 "많은 의사들이 떠난 지금 병원에 남은 우리(의료 노동자)는 무너지는 의료를 붙잡고 있다"며 "의사 인력의 증원은 당연히 필요하나 지금 정부와 의료계가 대치하는 가운데 현장의 의료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전혀 없이 구조적인 문제는 방치됐고 불편한 진실은 감춰졌으며,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병원 노동자에게 쏟아지고 있다"고 지역 의료 현장의 현실을 환기했다.

최 부본부장은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필수 의료 인력을 책임 있게 배치하며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하는 위법적 시도를 중단하고 무너진 지역의료를 다시 세울 구체적인 정책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면서 "더는 단 한 명의 환자도 희생되어선 안 된다. 정당이라면, 정권을 꿈꾼다면 이 당연한 약속부터 국민 앞에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과제로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과 지역책임병상 운영 △국립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실시 △공공병원 간 인력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 건강권과 병원 노동자 생존권 위협하는 의료 시장화 막아야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부본부장은 보건의료 및 돌봄인력 충원과 의료 현장 노동권 강화에 대한 국립대 병원 노동자들의 고민을 나누면서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공공 의대를 통한 의료 인력을 확보하여 의료를 시장화하고 상업화하는 정책을 중단하는 것이 바로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임에도 "여전히 국립대 병원에 대한 운영비 지원은 전무하고, 심지어 노사가 인력 충원 합의한 인력도 기재부 승인을 핑계로 충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부본부장은 또한 "새로운 정부는 국립대 병원을 포함한 공공병원에 대한 획기적 지원을 통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며 "민간 병원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에서 공공의료 지원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의료를 시장화로 이어지게 하고 결국 국민 건강권과 병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 강조하고 의료·돌봄 시장화 정책 폐기와 국립대 병원 등 공공 병원 현장에 대한 지원 강화를 요구했다. 

돌봄 노동자 존중에서 좋은 돌봄이 시작돼 

최현혜 의료연대본부 시립중앙노인전문요양원분회장은 "돌봄 노동자는 초고령, 초저출생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노동자이지만,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나쁜 일자리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면서 "돌봄 노동자들이 겪는 현장에서의 무시, 노동자로서 존중받지 못함은 결국 돌봄 노동자가 그만두게 되는 이유가 되고, 좋은 돌봄은 돌봄 노동자들의 좋은 노동조건과 존중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했다. 최 분회장은 "돌봄 노동자가 안전해야 어르신도, 이용자도 모두가 안전하다"며 △시설 요양원 인력 기준 2:1 즉시 시행 △돌봄 노동자 월급제 시행 △간병사 산재 적용 등을 촉구했다. 

"새 대통령은 공공의료 공공돌봄으로 국민건강 지켜라". 참세상

시민들과 함께 힘 모아 공공의료·공공돌봄을 

이날 의료연대본부 소속 의료 현장 노동자들은 "공공의료·공공돌봄을 확충하는,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공공의대·지역의사제를 실시하는, 의료 민영화를 중지하는, 병원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병원 돌봄 노동자 인력을 충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이야기하며 기표에 나서는 상징의식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대선 요구안이 "공공의료와 공공돌봄을 실천하는 새 대통령 후보에 대한 우리 노동자들의 간절한 요구"라면서 "시민의 삶을 지키고 국민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해" 요구안에 대한 답신을 미룬 3개 정당을 향해 투쟁을 선언하고, 대선 이후에도 시민들과 함께 요구안 실현을 위해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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