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베라 C. 루빈 천문대(Vera C. Rubin Observatory), 칠레 북부 세로 파촌(Cerro Pachón) 정상에 위치: 32억 화소의 카메라와 넓은 시야각을 갖춘 이 망원경은 향후 10년간 우주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하나의 ‘영화’처럼 기록하게 된다. 출처: Rubin Observatory/NSF/AURA/A. Pizarro D

2025년 6월 23일, 세계는 지금까지 구축된 가장 강력한 망원경 중 하나인 베라 C. 루빈 천문대(Vera C. Rubin Observatory)의 첫 번째 이미지를 접하게 된다.

이 천문대는 칠레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 매일 밤마다 남반구 하늘을 수백 장씩 촬영할 예정이다. 이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것 중 가장 포괄적인 우주의 타임랩스 기록(time-lapse)을 구축하게 된다. 이 과학 프로젝트는 우주와 시간의 유산 탐사(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 LSST)로 알려져 있다.

루빈 천문대는 하늘의 일부분만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몇 밤을 주기로 남쪽 하늘 전체의 가시 영역을 빠르게 스캔한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연속적으로 촬영된 심우주 이미지들을 활용해 초신성(폭발하는 별), 소행성, 블랙홀, 은하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변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계획이다. 이것은 마치 정적인 우주의 초상화가 아니라, 밤마다 전개되는 우주 서사를 그려내는 새로운 방식의 천문학이다.

이 천문대의 핵심에는 놀라운 공학 기술이 집약된 장비가 자리하고 있다. 소형 자동차 크기에 달하고 무게는 3톤이 넘는 초대형 디지털카메라가 바로 그것이다. 이 카메라는 무려 32억 화소(3.2 gigapixels)의 해상도를 자랑하며, 찍힌 이미지 한 장으로도 25km 떨어진 거리에서 골프공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베라 C. 루빈 천문대가 촬영하는 각 이미지는 너무나 정교해서, 이를 완전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수백 대의 초고화질 TV 화면이 필요하다. 우주를 컬러로 포착하기 위해, 이 카메라는 각각 대형 쓰레기통 뚜껑만 한 크기의 초대형 필터를 사용해 자외선부터 근적외선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받아들인다.

이 천문대는 2001년에 처음 제안되었고, 칠레 북부 세로 파촌(Cerro Pachón) 정상에서의 공사는 2015년 4월에 시작되었다. 이후 2024년 10월에는 저해상도 시험용 카메라를 이용한 초기 관측을 수행했으며, 오는 2025년 6월에는 주 카메라를 이용한 최초의 정식 이미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암흑물질은 우주에서 은하 형성을 위한 ‘보이지 않는 비계’ 역할을 한다. 출처: NASA, ESA, 및 M. 몬테스(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거대한 질문들

베라 C. 루빈 천문대는 천문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몇 가지를 다루기 위해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은하들이 어떻게 군집을 이루고 움직이는지를 측정함으로써, 이 천문대는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이끄는 신비한 힘인 암흑에너지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 천문대의 주요 목적은 우주의 대규모 구조를 지도화하고, 전체 우주의 약 27%를 차지하는 비가시적인 물질인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것이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비계’ 역할을 하며, 은하 형성의 골격을 제공하는 거미줄 같은 구조를 형성한다.

이 천문대는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 박사(Dr. Vera Rubin)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그는 선구적인 연구를 통해 암흑물질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첫 번째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으며, 이 망원경은 바로 그 암흑물질 현상을 전례 없는 정밀도로 탐사하게 될 것이다.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활동했던 루빈 박사는 수많은 장벽을 극복했고, 과학 내에서 평등을 끊임없이 옹호해 왔다. 그는 2016년,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났으며, 이 천문대에 붙여진 이름은 그의 과학적 공헌뿐만 아니라 그의 인내와 포용의 유산을 기리는 헌사다.

우리의 우주 이웃에 더 가까운 영역에서도 루빈 천문대는 수백만 개의 소행성과 지구 접근 천체들을 찾아내고 궤도를 추적함으로써, 충돌 위험에 대해 천문학자들에게 조기 경고를 제공할 것이다. 이 천문대는 또한 밝기가 변하는 별들을 감시하며, 그 주위를 도는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데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또한 루빈 천문대는 매우 드물고 순간적인 우주 사건(cosmic events)도 포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성자별이라는 극도로 밀도가 높은 천체 간의 충돌은 급격한 빛의 폭발과 함께 중력파라 불리는 시공간의 물결을 발생시키는데, 이 역시 포착 대상이다.

이 천문대를 특히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는, 우리가 발견하길 기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직 상상조차 못한 것까지 밝혀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다. 많은 천문학적 발견은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밤하늘의 이상한 섬광, 정체불명의 천체 움직임처럼 예기치 않은 현상들이 새로운 지식을 끌어냈다. 루빈 천문대에서 나오는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 흐름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천체나,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물리 과정까지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우주의 영상’을 포착하는 데는 우리가 종종 당연하게 여기는 한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그것은 바로 어두운 하늘이다. 천문학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광공해이며, 최근에는 다수의 위성이 집단으로 운용되는 메가위성군이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 천문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디지털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출처: RubinObs/NOIRLab/SLAC/DOE/NSF/AURA

이러한 위성들은 태양 빛을 반사해 망원경 이미지에 밝은 줄무늬를 남기며, 이는 루빈 천문대가 수행해야 할 관측을 방해할 수 있다. 일부 소프트웨어는 이 흔적을 감지하고 제거할 수 있지만, 이는 관측소 운영의 복잡성과 비용을 증가시키며, 데이터 품질도 저하할 수 있다.

다행히도,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다. 루빈 천문대 팀은 위성 간섭을 예측하고 완화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도구를 개발 중이며, 위성 운용사들과 협력하여 위성의 밝기를 낮추거나 궤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루빈 천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우주과학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루빈 천문대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에너지부(DOE)가 공동으로 주도하는 협력 프로젝트이며, 전 세계의 협력 기관들이 데이터 처리와 과학 분석에 기여하고 있다. 그중에는 브라질의 전자천문학 공동연구소(Laboratório Interinstitucional de e-Astronomia, LIneA)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천문대에서 수집한 데이터 대부분은 공개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어서, 세계 각국의 연구자, 학생, 시민 과학자들에게도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루빈 천문대의 첫 이미지 공개 행사(first-look event)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생중계될 예정이며, 전 세계 각지에서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천문학자들에게 이 순간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이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새로운 과학적 통찰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처] Novo observatório começa a produzir o mais completo ‘time-lapse’ do Universo

[번역] 하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