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과 미국 경제

미국 주식시장은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비트코인 가격도 최고치에 근접해 있고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은행보험사연기금헤지펀드 등 금융자산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에 대해 극도로 낙관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다록펠러 인터내셔널 의장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이렇게 말했다. “높은 관세이민 감소제도 붕괴부채 증가끈질긴 인플레이션 등 미국 경제에 가중되는 위협에도 대기업과 투자자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그들은 인공지능이 워낙 거대한 힘이어서 모든 도전을 상쇄할 수 있다고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 2025년 들어 현재까지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분 중 80%는 인공지능(AI)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이는 AI 주도 주식시장이 전 세계에서 자금을 빨아들이며 미국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5년 2분기에 외국인들은 미국 주식에 사상 최대 규모인 2,900억 달러를 쏟아부었으며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샤르마의 표현대로미국은 이제 거대한 AI에 대한 한 가지 베팅이 된 셈이다.

AI 투자 거품’(기업의 주가를 장부가치와 비교한 비율로 측정했을 때)은 2000년 닷컴 광풍의 17,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품의 4배 규모에 달한다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GDP와 비교한 비율(일명 버핏 지표’)은 장기 추세선보다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s) 이상 높은 21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호황을 누리는 것은 기업 주식만이 아니다특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 및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부채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안전한’ 국채와 비교했을 때 기업채가 지급하는 금리 차이(이자 스프레드)는 1%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다.

AI의 미래 성공에 대한 이런 투기적 베팅은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달리 말하면모든 달걀을 하나의 바구니즉 AI에 담은 셈이다투자자들은 노동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그에 따라 AI 기업의 수익성이 폭등할 때자신들의 주식과 채권 투자가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내기하고 있다루미스 세일스(Loomis Sayle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매트 이건(Matt Eagan)은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투자자들이 AI로부터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그게 바로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AI 투자가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는 뚜렷한 증거는 거의 없다그러나 역설적으로,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지난 분기 미국 실질 GDP 성장의 약 40%는 기술 부문 설비투자에 의해 견인됐으며그 대부분이 AI 관련 투자였다.

2022년 이후 AI 인프라 투자는 4,000억 달러 증가했다이 중 상당 부분은 정보처리 장비에 집중되었으며해당 부문 지출은 2025년 상반기에 연율 39%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하버드대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Jason Furman)은 정보처리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미국 GDP의 4%에 불과하지만, 2025년 상반기 GDP 성장의 92%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만약 이 부문을 제외하면미국 경제는 같은 기간 연율 0.1% 성장에 그쳤다.

따라서 기술 부문 지출이 없었다면미국 경제는 올해 경기침체에 근접했거나 이미 침체에 들어섰을 것이다.

이 사실은 이야기의 또 다른 한 면즉 미국 경제의 나머지 부문이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미국 제조업은 이미 2년 넘게 침체 상태에 있으며아래 그래프에서 50 미만의 수치는 모두 경기수축을 의미한다.

이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에서도 문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경제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인 ISM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25년 8월 52에서 9월 50으로 하락했으며예상치 51.7을 크게 밑돌았다이는 서비스 부문이 사실상 멈춰 섰음을 의미한다.

미국 노동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공식 통계에 따르면, 7월까지 최근 3개월 동안 고용은 연율 기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이는 2024년에 기록된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지난달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금은 채용도 해고도 적은 경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젊은 노동자들은 현재의 경기 둔화로 불균형하게 큰 타격을 받고 있다. 2023년 4월 이후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6.6%에서 10.5%로 상승했다청년층의 임금 상승률은 급격히 둔화했고사회 초년생을 위한 일자리 공고는 30% 이상 줄었다특히 인공지능(AI) 관련 직종의 초기 경력 근로자들은 고용이 상대적으로 13% 감소했다.

현재 미국에서 큰돈을 쓰는 사람들은 상위 20% 소득층뿐이다이들 가계는 그나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특히 상위 3.3%의 초고소득층은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누리고 있다반면 나머지 대다수는 허리띠를 졸라매며 소비를 줄이고 있다.

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소매판매는 4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위 그래프는 인플레이션이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소비력을 얼마나 갉아먹었는지를 보여준다공식 통계상 평균 물가상승률은 연 3%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이는 연 2%를 목표로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보다 훨씬 높다그러나 이 평균 수치는 실제 생활수준과 실질임금 상승률에 미치는 타격의 상당 부분을 감추고 있다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은 훨씬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전기요금만 해도 5년 전보다 40%나 더 비싸졌다.

실제로 AI 데이터 센터들이 전기요금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오픈AI는 2024년 기록적인 폭염 기간 동안 뉴욕시와 샌디에고 전체를 합친 만큼의 전기를 사용했다이는 스위스와 포르투갈의 전체 전력 수요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며대략 2천만 명이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구글(Google)은 최근 인디애나주에 계획했던 1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주민들의 반대 시위로 취소했다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을 폭등시키고”,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에서 막대한 양의 물을 빨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미치는 영향도 더해지고 있다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있으며 그 여파가 에너지와 식료품뿐 아니라 미국 내 각종 상품 가격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금까지 전체적으로 보면 외국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떠안지 않고 있다. 2018년 무역전쟁 당시에는 외국 기업들이 수입가격을 인하해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흡수했지만이번에는 그렇지 않다수입가격이 하락하지 않았으며결과적으로 미국의 수입업자들이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관세는 대부분 수출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기업들이 내고 있다… 그 중간 단계에 있는 모든 기업과 기관들은 결국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전가할 생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수입업자도매업자소매업자들은 선제적으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언젠가 가격 인상을 통해 부담을 전가하길 바라고 있다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미 지출 여력을 잃었다는 점이다가계는 부채 증가연체율 상승제자리걸음인 임금 때문에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이런 환경에서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하면수요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지만그렇게 되면 수익 마진이 줄고 다른 부문에서 운영비를 절감해야 한다수익성이 압박받으면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다관세를 통제할 수도소비자 지출을 강요할 수도 없다대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비용뿐이다그래서 채용을 늦추고성장 계획을 축소하며근무시간과 초과근무를 줄이기 시작한다관세가 유지되고 소비가 약한 상태가 지속된다면그 여파는 결국 노동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다.

여기에 정부 지출 축소도 겹치고 있다현재 의회가 강행하고 있는 연방 정부 부처 폐쇄는 트럼프 행정부에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예산적자와 증가하는 국가 부채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연방 공무원 수를 대폭 감축할 수 있는 기회다하지만 이 시도는 헛된 일이다트럼프가 주장하는 관세 수입 증가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 2025년 1월 이후 관세 수입은 2025 회계연도 연방 정부 총수입(5조 2천억 달러중 고작 2.4%에 불과하다.

게다가 관세가 결국 미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할 것이라는 주장도 터무니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4년 첫 7개월 동안 미국의 무역적자는 5,000억 달러였지만, 2025년 같은 기간에는 6,5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1%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제조업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로버트 로렌스는 무역적자를 해소하더라도 미국 제조업 고용 비중은 거의 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2024년 제조업 부문의 무역적자에 따른 순부가가치는 미국 전체 생산의 21.5%였다이는 무역적자가 완전히 해소될 경우 미국의 부가가치가 이만큼 증가한다는 의미다그렇다면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길까약 280만 개 정도로미국 전체 고용에서 제조업 비중이 1.7%포인트 상승해 전체의 9.7%를 차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생산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불과하며나머지 5%포인트는 관리자회계사엔지니어운전사영업직 등으로 구성된다생산직 일자리 증가는 고작 130만 개에 불과하며이는 전체 미국 고용의 0.9% 증가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경제는 아직 완전히 무너져 경기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기업 투자가 둔화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상태다.

기업 이익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금융업을 제외한 S&P 500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매출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기 전 기준으로 7% 늘었다그러나 이런 성장은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최상위 대기업들에 집중된 결과다전반적으로 보면미국 비금융 기업 부문 전체에서는 이익 증가세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앞으로 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이는 투기적 금융자산에 투자하려는 이들에게 차입 비용을 더 낮춰줄 것이다따라서 아직 경기침체는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나 점점 더 많은 것이 AI 호황이 생산성과 수익성을 실제로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만약 막대한 AI 투자에 대한 수익률이 낮게 나타난다면이는 심각한 주식시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대형 기술기업들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AI 투자를 잉여현금흐름으로 충당해왔다그러나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막대한 현금 보유액도 점점 소진되고 있으며, AI 기업들은 점차 주식과 부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AI 기업들은 서로 간의 계약을 통해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다이는 일종의 금융 뮤지컬 체어 게임과 같다오픈AI는 올해 자사 인공지능 모델을 운영하기 위한 컴퓨팅 파워 확보 계약을 약 1조 달러 규모로 체결했는데이는 회사의 실제 수익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오픈AI는 인프라반도체인재 확보 등에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고 있으며이러한 거대한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자본이 턱없이 부족하다이에 따라 오픈AI는 대규모 지분 투자를 유치하고 부채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지난해 은행 대출로 40억 달러를 확보했고지난 12개월 동안 벤처캐피털을 통해 약 470억 달러를 조달했다그러나 그중 상당 부분은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금이다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오라클의 향후 데이터센터 매출 상당 부분이 오픈AI와 그 불확실한 수익성 전망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 모든 것은 오픈AI 같은 기업들의 매출이 급등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골드만삭스 경제학자들은 AI가 2022년 이후 4년 동안 미국 경제를 약 1,600억 달러(미국 GDP의 0.7%)가량 끌어올렸다고 주장한다이는 연평균 0.3%포인트 성장에 해당한다그러나 이는 AI가 생산성을 실제로 높였기 때문이라기보다 통계적 착시에 가깝고, AI 산업 전반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도 않았다실제로 AI 개발의 수익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GPT-3를 출시하는 데 5천만 달러가 들었지만GPT-4에는 5억 달러최신 버전 챗GPT-5에는 50억 달러가 투입됐다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성능이 이전 버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한다한편 중국의 딥시크 같은 훨씬 저렴한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AI 기업들의 잠재 매출은 더욱 잠식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 붕괴가 임박해 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금융 투자 거품이 터진다고 해서 새로운 기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이런 기술은 저가에 인수되어 새로운 주체들에게 넘어가게 된다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고 부른 과정이다올해 이른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과 피터 하위트(Peter Howitt) 역시 같은 주장을 펼쳤다경기 호황과 침체는 불가피하지만혁신을 추동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AI 기술이 결국에는 인간 노동을 충분히 대체할 만큼 효율화된다면더 높은 생산성 성장을 실현할 가능성은 있다그러나 이는 금융 붕괴와 그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이후에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그리고 AI 주도형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주요국 경제들 역시 함께 추락할 것이다시간은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편이 아니다실제로 기업들의 AI 기술 도입률은 여전히 낮으며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한편 AI 역량에 대한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투자자들은 여전히 AI 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는 데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미국 경제 전체가 AI에 한꺼번에 거대한 베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The AI bubble and the US economy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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