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 주] 지난 10월 23~26일, 이스탄불에서 가자 재판소(Gaza Tribunal)의 최종 결론이 있었다. 가자 재판소는 영국 노동당 전 대표였던 제러미 코빈 등이 제안해 열렸으며, 유엔 전문가, 법률인, 팔레스타인 언론인, 학자 등이 모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비판했다.
[저자 주] 2025년 10월 23일, 나는 가자 재판소(Gaza Tribunal)의 ‘양심의 배심원단(Jury of Conscience)’ 앞에서 증언했다. 나의 발언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집단학살을 떠받치고 있는 경제적 동력에 초점을 맞췄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지난 10월 23~26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가자 재판소(Gaza Tribunal). 출처 : 가자재판소 홈페이지
나는 야니스 바루파키스다. 나는 경제학자이자 정치인이며, 그리스의 메라25(MeRA25)와 범유럽 급진운동 디엠25(DiEM25)를 대표하는 활동가다. 오늘 나는 자본주의의 역동이 어떻게 팔레스타인인들의 집단학살을 부추기고 강화하고 있는지를 전문적 관점에서 증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오늘 나는 배심원들이 충분히 숙고한 평결에 이르도록 돕기 위해, 먼저 팔레스타인인들의 인종청소와 최근의 집단학살 과정에서 세계 자본이 어떻게 공모하고 있는지를 떠받치고 있는 경제적 요인들을 다루고자 한다.
배심원들은 “집단학살은 수익이 된다(genocide pays)”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곧 설명하겠지만, 오늘날에는 집단학살에 새로운 형태의 자본이 결합하면서 그 수익이 과거보다 훨씬 더 커졌다.
먼저, 배심원들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고통과 순수한 파괴 위에서 번성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이스라엘에서 수요, 생산, 소비자 신뢰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음에도, 가자 집단학살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증권거래소가 하락하기는커녕 160% 이상 상승한 것은 결코 모순이 아니다.
이는 점령의 정치경제학, 특히 수천 개의 이스라엘 기업이 미국, 유럽, 한국의 초대형 기업들(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금융복합체들을 포함한)과 어떻게 긴밀히 얽혀 있는지를 반영한다. 이 국제 네트워크는 2023년 10월 이후 과속 상태로 전환됐다. 이스라엘의 국방 예산이 두 배로 늘어나는 순간, 그것은 이스라엘의 살상 기계로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였다.
이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로, 배심원들은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Francesca Albanese)가 발표한 유엔 보고서 <점령의 경제에서 집단학살의 경제로>(From Economy of Occupation to Economy of Genocide)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역사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식민 사업, 그리고 그들이 자행한 수많은 집단학살의 핵심 동인이자 매개자였음을 가르친다. 기업 부문은 그 시작부터 식민주의의 본질적 구성요소였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영국 동인도회사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원주민과 그들의 토지에 대한 폭력, 착취,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몰수를 해왔다. 이런 지배 방식은 ‘인종적 식민 자본주의(racial colonial capitalism)’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식민화가 여기에 예외일 수는 없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이 식민적 몰수의 세 단계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배심원들은 인식해야 한다.
첫째 단계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몰수 단계다. 즉, 토지를 노골적으로 약탈하고 원주민을 값싼 노동력이나 심지어 노예로 전환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18세기 자본주의의 부상으로 이어졌으며, 팔레스타인에서는 밸푸어 선언 이후, 특히 나크바 당시와 그 이후에 드러났다. 팔레스타인 땅은 잔혹하게 몰수됐고, 팔레스타인인들은 난민이 되거나 ‘반투스탄’이라 불린 구역 안에 가둬져, 최소한 제2차 인티파다 시기까지는 식민자들에게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다.
두 번째 단계는 현대 식민주의의 단계로, 신제국주의(neoimperialism)로도 알려져 있다. 이 단계의 초점은 토지 약탈이 아니라, 자본주의 중심부가 국내 수요 부족으로 흡수하지 못한 잉여 상품의 시장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이러한 신제국주의적 측면 역시 팔레스타인 문제와 맞물려 나타났다. 이스라엘이 미국, 독일, 영국에서 막대한 양의 무기를 수입하면서, 그것은 곧 해당 국가들의 총수요를 크게 늘리는 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군수업체들마저 수출업자로서 이 게임에 뛰어들었다. 팔레스타인 인구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검증한 첨단 무기를 외국에 수출하면서, 부끄럽게도 내 조국 그리스뿐 아니라 아랍 국가들에도 팔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자국 내 수탈과 해외 식민주의를 먹여 살리는 현대 자본축적 단계로, 나는 이를 ‘기술 봉건 단계’라 부른다. 이는 내가 ‘클라우드 자본(cloud capital)’이라 명명한 새로운 급진적 형태의 자본 축적으로 뒷받침된다.
배심원들은 클라우드 자본이 휴대전화, 태블릿, 서버,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 네트워크는 놀라운 일을 한다. 우리는 그것을 훈련하고, 그것은 우리를 훈련하며, 우리는 다시 그것을 훈련해 그것이 우리를 완벽히 이해하고 결국 우리의 행동을 조종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함으로써 클라우드 자본의 소유자들은 우리의 의지에 반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막대한 권력을 갖게 된다.
이 맥락에서 배심원들은 다음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나라의 국민 생체정보도 이스라엘만큼 IBM에 많이 제공된 적은 없다. 가자 집단학살이 시작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팔란티어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클라우드 자본의 침투를 확장해왔다.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목표 선정 알고리즘, 자동화된 살상 시스템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그리고 실험용 쥐보다도 적은 윤리적 제약 아래에서 마음껏 시험하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는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전쟁은 언제나 돈벌이가 됐다. 무기상들은 가장 높은 값을 치르는 자에게 무기를 공급하며 재산을 쌓았다. 간접적으로는 소비재를 생산하던 자본을 포함해 모든 형태의 자본이 전쟁과 파괴의 시기에 더 빠르게 축적됐다. 그러나 이 기술봉건 시대에는 클라우드 자본이 전장 한복판에서 직접 새로운 권력을 축적하고 있다. 인간을 이해하고 조종하는 알고리즘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말이다. 전투원, 목표 선정자, 그들을 지원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비극적으로는 말살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조종하는 경험만큼 클라우드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없다.
따라서 배심원들은 오늘날 가자에서 죽음과 파괴를 극대화하는 AI 목표 지정 장치들이 내일 아침이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알고리즘을 구동시켜 우리가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게 만들고, 우리의 소셜미디어 대화를 오염시키며, 점점 더 피폐해지는 노동자·운전사·간호사·물류 노동자들을 몰아붙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배심원들에게 호소한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청소와 집단학살은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착취와 사회적 환경의 독성화 과정과 완전히 얽혀 있다. 전 세계에서 우리의 자유는 식민주의, 수탈, 공포, 조작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이 해방되는 일과 완전히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배심원단의 중요한 역할에 감사를 표하며, 자본주의의 역동, 특히 클라우드 자본의 재생산을 떠받치는 메커니즘이 어떻게 팔레스타인인들의 집단학살을 부추기고 강화하고 있는지를 주목해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출처] Capitalism & Genocide: My testimony at the Gaza Tribunal, Istanbul 23-10-2025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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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는 경제학자이자 그리스의 전 재무장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