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그 자유주의 동맹들은 트럼프의 떠오르는 권위주의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대중적 동원과 총파업을 요구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 자신도 그 물결에 쓸려나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저항하다(RESIST) 출처: Mr. Fish
트럼프의 권위주의로부터 우리 자신을 구할 유일한 희망은 대중운동이다. 우리는 정치 정당, 언론, 노동조합, 대학 등을 포함한 대안적 권력 중심을 세워야 한다. 그것은 두 지배정당에 의해 권한을 빼앗긴 이들(특히 노동계급과 노동 빈민)에게 목소리와 주체성을 되돌려줄 것이다. 우리는 신흥 경찰국가가 자행하는 권력 남용을 마비시키고 저지하기 위한 파업을 벌여야 한다. 우리는 급진적 사회주의를 옹호해야 한다. 이는 매년 1조 달러에 달하는 전쟁 산업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자살적 화석연료 중독을 끝내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산업화 붕괴, 임금 하락, 낡은 인프라, 혹독한 긴축 정책 속에서 버려진 미국인들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민주당과 그 자유주의 동맹들은 트럼프 백악관의 절대권력 집중, 헌법 위반의 반복, 노골적인 부패, 그리고 법무부와 이민세관단속국(ICE) 같은 연방 기관들이 트럼프의 정적과 반대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공격견으로 변질된 현실을 규탄한다. 그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상업과 국가의 기계를 멈출 수 있는 대중적 동원 요구를 완강히 거부한다. 민주당 내부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억만장자 계급의 착취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정치인들 —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 을 한센병자 취급하듯 외면한다. 그들은 일반 민주당 유권자들의 우려와 요구를 무시하고, 이들을 유세장과 타운홀, 전당대회의 소모품 같은 장식물로 전락시킨다.
민주당과 자유주의 계급은 대중운동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그 물결에 휩쓸릴 것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우리를 독재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매달린 것은 이미 죽은 정치 공식, 즉 공허하고 기업에 예속된 후보들이다.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그리고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이자 전직 해군 장교 미키 셰릴(Mikie Sherrill) 같은 인물들) 그들은 비전의 부재와 억만장자 계급에 대한 비굴한 복종을 “트럼프 반대”라는 허망한 구호로 메우려 한다.
<워싱턴 포스트>가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전반적 불신, 그러나 중간선거에서는 팽팽한 구도’라는 제목으로 요약한 ‘워싱턴 포스트–ABC 뉴스/입소스’(Washington Post–ABC News/Ipso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퍼센트가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염원과 동떨어져 있다고 답했으며, 트럼프에 대해서도 63퍼센트가 그렇게 느낀다고 했다.
조사 요약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2026년 중간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민주당의 이익으로 이어진 증거는 거의 없다.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한 지지를 거의 반반으로 나누고 있다.”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자유주의 계급은 안전밸브로 기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들은 점진적 개혁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권력의 근본 토대에 도전하지 않는다. 그 대가로, 자유주의 계급은 급진적 사회운동을 깎아내리는 공격견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자유주의 계급은 체제에 유용한 도구다. 그들은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개혁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유지시킨다.
1960~70년대 좌파의 대중 동원에 공포를 느낀 과두계급과 대기업(정치학자 사무엘 P.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이 “미국의 과잉 민주주의”라 부른 현상)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비판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반(反)제도 구축에 나섰다. 그들은 두 지배정당의 충성을 돈으로 샀고, 학계·정부·언론 전반에 신자유주의 복종을 강요했다. 그들은 자유주의 계급을 무력화시키고, 대중운동을 분쇄했다. FBI를 동원해 반전 시위자, 민권운동, 블랙팬서당(Black Panthers,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창립한 흑인 해방 운동 단체), 아메리칸 인디언 운동(AIM), 영 로즈(Young Lords,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활동한 푸에르토리코계(라틴계) 청년 해방운동 조직)등 피억압 집단을 조직한 세력들을 탄압했다. 그들은 노동조합을 분쇄해 미국 노동자의 90퍼센트가 노조 보호 없이 일하도록 만들었다. 노엄 촘스키(Noam Chomsky)와 랠프 네이더(Ralph Nader) 같은 자본주의·제국주의 비판자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루이스 F. 파월 주니어(Lewis F. Powell Jr.)가 1971년에 작성한 ⟪미국 자유기업 체제에 대한 공격⟫(Attack on American Free Enterprise System)은 이러한 점진적 기업 쿠데타의 청사진이 되었고, 반세기 후 그 계획은 완성됐다.
두 지배정당은 전쟁, 감세, 무역협정, 긴축 정책 등 실질적 쟁점에서 구분되지 않게 되었다. 정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물들 간의 인기 경쟁, 그리고 문화전쟁을 둘러싼 악다구니로 전락했다. 노동자들은 보호를 잃고, 임금은 정체됐으며, 부채 예속은 치솟았다. 헌법상 권리는 사법 독단으로 철회됐다. 그리고 국방부는 모든 재량 예산의 절반을 삼켰다.
자유주의 계급은 공세에 맞서 싸우는 대신,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부티크식 행동주의 속으로 후퇴했다. 그들은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 아래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해 약 100만 명의 노동자가 대량 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잔혹한 계급전쟁을 외면했다. 이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탈산업화로 이미 사라진 3,200만 개 일자리 위에 더해진 것이었다. 그들은 헌법 수정 제4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전면적 정부 감시체계를 무시했다. 그들은 ‘특별송환’이라 불린 납치와 고문, 테러 용의자들을 비밀 수용소에 가두는 행위, 그리고 심지어 미국 시민에 대한 암살까지 외면했다. 그들은 사회복지 삭감으로 이어진 긴축 정책을 무시했다. 그들은 200년 만에 가장 극단적인 수준에 이른 사회적 불평등, 즉 약탈적 강도 귀족 시대의 탐욕을 능가한 불평등을 무시했다.
클린턴의 복지개혁법안은 1996년 8월 22일 서명되었고, 4년 만에 600만 명, 그중 다수가 한부모 여성이 복지수급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들은 보육, 주거 보조금, 메디케이드 지원 없이 거리로 내던져졌다. 수많은 가정이 위기에 빠졌고, 연봉 1만 5천 달러에도 못 미치는 시급 6~7달러짜리 저임금 일자리 여러 개를 전전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운이 좋은 편’이었다. 몇몇 주에서는 복지수급자에서 탈락한 사람의 절반이 일자리를 전혀 구하지 못했다. 클린턴은 또한 5년간 메디케어 예산 1,150억 달러를 삭감했고, 메디케이드 지원금 140억 달러를 줄였다. 그 결과 과밀한 교도소가 빈곤층과 버려진 정신질환자들을 떠안게 됐다.
기업과 과두계급이 소유한 언론은 투기꾼과 도둑이 운영하는 금융시스템에 국민의 평생 저축을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대중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2008년 금융 붕괴 속에 평생 저축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이 언론들은 기업 광고주와 스폰서의 이해에 복무하며, 고통과 빈곤, 불만에 시달리는 사람들(언론이 다뤄야 할 진짜 주인공들)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대통령 선거를 위해 7억 4,500만 달러 이상, 그중 상당수를 기업 후원금으로 모금한 버락 오바마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과 대형은행의 국고 약탈을 조장했다. 그는 주택 압류와 차압으로 집을 잃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을 외면했다. 그는 조지 W. 부시가 시작한 전쟁들을 확대했다. 그는 보편적 공공의료보험을 폐기하고, 결함투성이의 이윤형 의료제도인 오바마케어(ObamaCare, ‘건강보험개혁법’)를 강제로 도입했다. 이 제도는 제약회사와 보험산업에 천문학적 이익을 안겨준 황금광시대였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정부 셧다운 동안 오바마케어 보험료 인상 억제를 지키려는 절반짜리 타협이 아니라, 보편적 의료보험을 방어하기 위해 싸웠다면,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섰을 것이다.
민주당은 농노들에게 부스러기를 던져준다. 그들은 실업자 자녀를 상업적 민영 건강보험에 가입시킬 권리를 허용했다며 자화자찬한다. 그들은 실업률이 20%에 육박함에도 기업에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일자리 법안을 통과시킨다. 그들은 식량 지원(푸드스탬프)에 의존하는 국민 여덟 명 중 한 명에게 세금을 거둬, 월가의 범죄와 끝없는 전쟁, 가자 지구에서의 집단학살을 포함한 전쟁 비용을 떠넘긴다.
자유주의 계급이 추방되면서, 그들은 공허한 미사여구를 되뇌는 궁정 신하로 전락했다. 안전밸브는 닫혔다. 노동계급과 빈곤층에 대한 공격은 가속화됐다. 그리고 그 정당한 분노 역시 커졌다.
그 분노가 트럼프를 낳았다.
나치 독일에서 망명한 역사학자 프리츠 슈테른(Fritz Stern)은 “파산한 자유주의의 사생아가 파시즘”이라고 썼다. 그는 우리의 정신적·정치적 소외, 즉 문화적 증오, 인종차별, 이슬람 혐오, 동성애 혐오, 이민자 악마화, 여성 혐오, 절망 속에서 미국식 파시즘의 씨앗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저서 ⟪문화적 절망의 정치⟫(The Politics of Cultural Despair)에서 독일 파시즘 지지자들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들은 자유주의를 공격했다. 왜냐하면 자유주의가 현대사회의 근본 전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이 두려워한 모든 것은 자유주의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부르주아적 삶, 맨체스터주의(자유방임 자본주의), 물질주의, 의회와 정당,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까지. 그들은 자유주의 안에서 자신들의 내적 고통의 근원을 보았다. 그들의 분노는 고독의 분노였다. 그들의 유일한 욕망은 새로운 신앙, 새로운 공동체, 의심 없는 절대 기준을 가진 세계, 모든 독일인을 묶는 새로운 민족적 종교였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이 모든 것을 부정했다.그래서 그들은 자유주의를 증오했다. 그들은 자신이 추방된 존재가 된 것을, 상상의 과거와 신앙으로부터 뿌리 뽑힌 것을 자유주의 탓으로 돌렸다.”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는 1999년 마지막 저서 ⟪미국 만들기⟫(Achieving Our Country)에서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노동조합원들과 조직되지 않은 비숙련 노동자들은 조만간 정부가 임금 하락을 막거나 일자리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무렵, 교외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도 자신들이 해고 당할까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한 복지 지출을 위해 증세를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시점이 되면, 무언가가 붕괴할 것이다. 비(非)교외 유권자들은 체제가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자신들을 대신할 ‘강력한 지도자(strongman)’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그가 당선되면 거만한 관료, 교활한 변호사, 과도하게 보수를 받는 채권 브로커, 탈정치적 교수들이 더는 나라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 믿을 것이다. 그때는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의 소설 ⟪있을 수 없는 일이야⟫(It Can’t Happen Here)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지도자가 집권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1932년 힌덴부르크가 히틀러를 수상으로 임명했을 때의 예측 대부분이 너무 낙관적이었다.
아마 거의 확실히 일어날 일은, 지난 40년 동안 흑인·라틴계·성소수자들이 쌓아온 성과가 말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성에 대한 조롱 섞인 경멸이 다시 유행할 것이다. ‘니거(nigger)’와 ‘카이크(kike)’ 같은 인종비하적 표현이 일터에서 다시 들릴 것이다. 학계 좌파가 학생들에게 금지시키려 했던 모든 사디즘이 다시 범람할 것이다. 그리고 저학력 미국인들이 대학 졸업자들에게 예절을 강요당하며 느껴온 분노는 폭발구를 찾게 될 것이다.”
변화를 위한 민주적 수단 — 출마, 선거운동, 투표, 로비, 청원 — 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기업 권력과 과두계급이 정치, 교육, 언론, 경제 시스템을 장악했다. 그들은 체제 내부에서 제거될 수 없다.
민주당은 텅 빈 부속물이다.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들에게 복종하는 포획된 제도들은 트럼프의 권위주의에 굴복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다. — 지속적인 비폭력적 방해 시민불복종, 대중운동, 급진정치, 반란, 그리고 통제받지 않는 자본주의의 독을 해독할 사회주의적 비전. 이것만이 트럼프의 경찰국가를 저지하고, 그것을 지탱하는 무능한 자유주의 계급을 쓸어낼 수 있다.
[출처] Trump’s Greatest Ally is The Democratic Part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