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보전, 이제 합성생물학의 시대로

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의 대표단은 유전자변형생물(GMO)을 야생에 방출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에 대해 논의했지만모라토리엄(일시 중단요구는 거부했다. 

보전주의자들이 허리까지 물에 잠긴 채 스스로에게 묻는다. “유전자 변형 생물을 자연에 방류해야 할까?” 출처: 트루스디그

산호초를 복원하고 개구리의 병원체 저항성을 높이는 일에서부터멸종된 늑대 종을 되살리고 산업 오염을 삼켜버릴 미생물을 설계하는 일에 이르기까지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생명체의 유전자를 설계하고 재조합해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생물학적 시스템이나 생명체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학문이자 기술 분야)은 자연사를 다시 쓸 새로운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동시에그것은 보존의 근본 원칙 일부를 침식할 위협도 되고 있다생명공학의 미래를 둘러싼 점점 깊어지는 분열은 이번 달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이 회의는 국제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이 4년마다 개최하는 총회다.

이번 정상회의를 관통한 질문은 하나였다유전자변형생물(GMO)을 야생에 방출해야 하는가?

한때 야생종을 질식시키거나 국경을 넘어 퍼질 위험이 있는 유전자변형 종자에 국한되었던 논의는 이제 자연계의 훨씬 더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토끼말벌모기는 선택적 번식을 통해 몇 세대 만에 불임 처리되거나 박멸될 수 있다분자생물학자들은 말라리아와 싸우기 위해 곤충의 면역체계를 조작하고 있다뉴질랜드에서는 유해 동물인 포섬(possum)과의 전쟁에서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유전자의 유전 확률을 인위적으로 조작해특정 유전형이 개체군 전체로 빠르게 퍼지도록 만드는 생명공학 기술)가 멸종 위기 조류와 국내 축산업을 보호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또한 꿀벌 군집은 특별한 관심 대상이다연구자들은 감소하는 꿀벌 개체군에 살충제 저항성을 유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AI는 동물과 곤충의 DNA를 다시 쓰는 과학을 가속화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가속화와 함께변형된 DNA를 야생에 방출하는 것의 안전성과 타당성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품은 IUCN 회원들 사이의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다만이들은 소수파에 속한다대표단의 88%가 찬성하여 사례별 평가를 적용하는 온건한 정책이 채택되었다이 표결은 회원들이 예방적 일시중단’, 즉 사실상의 일시 중단을 제안한 안건을 단 한 표 차이로 부결시킨 뒤 통과되었다.

“IUCN 회원들은 이런 도구들로부터 등을 돌리기보다는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이를 다루기로 선택했다라고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일시 중단에 반대표를 던진 수전 리버먼(Susan Lieberman) 세계자연보전협회(WCS) 국제정책 부회장은 말했다. “(제안된 포괄적 중단 조치는사람과 야생동물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도구의 사용을 막게 될 것이다.”

한편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보전 비영리단체 리바이브앤드리스토어(Revive & Restore)’는 더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혔다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이번 모라토리엄을 소수의 반() GMO 활동가들이 보전 분야의 혁신을 가로막으려는 최신 시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일시 중단에 대한 지지는 단지 소수의 활동가들에 국한되지 않았다유전학 연구의 선도적 과학자들과 보전 생물학자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표결 이후, 100명이 넘는 국제 과학자들과 생물안전·정책 전문가들이 일시 중단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그들은 다음과 같이 썼다. “유전공학 기술의 방출과 그에 따른 위험 완화 전략이 생태적 피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는 견고한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어 이렇게 경고했다. “IUCN은 자연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막기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무시했다우리는 수천 년의 진화와 식물–곤충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소중한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전체적인 유전적 다양성은 빈곤해지고 있으며핵심 종의 소멸로 인해 전체 먹이망이 위태로워지고생태계는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는 섬세한 균형을 잃을지도 모른다.”

이 서한은 특히 꿀벌의 유전형질을 편집해 살충제 내성을 강화하려는 시도의 위험성을 겨냥했다가장 새롭고 실험적인 형태의 유전자공학은 수분 과정에서 특정 유전형질을 억제하기 위해 유전자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기술인데이는 다른 종의 DNA에 바람직하지 않은 분자를 도입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유전자 드라이브는 염색체의 표적 서열을 손상시키거나 그 자리에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해 특정 형질을 도입하거나 제거하는 기술이다이러한 유전자 드라이브는 보통 실험실 동물에서 시험되지만유전 형질이 한 번 자연으로 방출되면 야생 개체군으로 확산될 수 있다.

유전공학은 정밀 기술로 홍보되고 있지만실험실을 벗어난 생명은 언제나 자기 길을 선택한다는 증거가 존재한다바이러스학자이자 생화학 내부고발 프로젝트 더 포이즌 페이퍼스’(The Poison Papers)의 설립자인 조너선 레이섬(Jonathan Latham)은 다음 사례를 지적했다미네소타의 기업 리컴비네틱스(Recombinetics)는 크리스퍼(CRISPR) 편집 기술(유전자를 가위처럼 정확히 자르고 붙일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 소의 DNA 서열을 수정했으나의도치 않게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포함한 형질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현재 파산 절차 중이다.) 또한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He Jiankui)가 인간의 HIV 내성을 목표로 한 배아 유전자 편집 실험 역시 악명 높은 실패 사례로 남았다수정된 유전자의 발현이 불안정해지면서다른 단백질과 유전형질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허젠쿠이는 2019년에 과학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수감되었지만그의 연구는 현재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민간 스타트업에 의해 다시 검토되고 있다.

IUCN 소속의 합성생물학자들 또한 거울 박테리아(mirror bacteria)’의 잠재적 치명성에 대해 경고했다이 현상은 DNA와 RNA 분자를 재구성하여 그 비대칭적 구조(키랄성, chirality)를 거울상처럼 뒤집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이러한 박테리아는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자연적인 면역 체계의 탐지를 회피할 수 있으며이는 전 세계적 공중보건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면역생물학자 루슬란 메즈히토프(Ruslan Medzhitov) 박사는 예일 의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일하게 안전한 거울 박테리아는 존재하지 않는 박테리아뿐이다.”

합성생물학의 최전선이 완전히 무법지대인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173개국이 카르타헤나 생물안전성 의정서(Cartagena Protocol on Biosafety)’를 채택했다이 협정은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diversity, CBD)의 하위 국제협정으로유전자변형생물(GMO)에 대한 규제와 위험평가 체계를 제시한다또한 이 협정은 각국이 과학적 위험뿐 아니라 윤리적문화적사회경제적 고려에 기반해 독자적 정책을 수립할 주권적 권리를 보장한다이 권리를 근거로페루는 2021년에 GMO의 수입 및 야생 방출용 생산에 대한 일시 중단을 연장했다멕시코 역시 토착 종을 보호하기 위해 GMO 옥수수 재배를 금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카르타헤나 의정서가 보편적으로 존중받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합성생물학의 급속한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비영리단체 세이브 아워 시즈(Save Our Seeds)의 정책 책임자 프란치스카 악터베르크(Franziska Achterberg)는 이렇게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 의정서의 집행 메커니즘은 약하고생명공학 개발자들은 의정서를 추가로 발전시키는 데 소극적이다. CBD는 합성생물학 기술의 환경 방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생명공학 개발자들은 오랫동안 그 과정을 저지하려고 싸워왔다.”

한편각국의 국내법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작년 유엔 생물다양성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유전자 드라이브에 대한 위험평가 지침을 승인했지만생명공학 정책 감시단체들은 최종 지침이 내용이 비어 있다고 비판했다심지어 한때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생명공학 규제를 자랑했던 유럽조차새로운 형태의 GMO에 대한 규제 완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수분 매개자 보전 단체 폴리니스(Pollinis)의 자문을 맡고 있는 생명정책 및 전염병학 전문가 조앤 시(Joann Sy)는 이렇게 말했다. “이들 제안의 상당수가 아직 대규모 혹은 상업적 단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정책 결정자들은 합성생물학을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라 미래의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속도 속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즉 우리가 자연을 재설계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조앤 시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번 우리가 유전자공학을 야생 생태계 관리의 일상적인 일부로 받아들이는 순간보전의 정신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출처Conservationists Endorse the Age of Synthetic Biology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리털 카이킨(Lital Khaikin)은 현재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프리랜스 기자이자 작가다. 그는 캐나다와 미국의 독립 언론 매체들을 통해 분쟁, 사회정책, 환경 문제의 교차점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사안을 다룬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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