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역사’: 엑슨모빌이 기후위기 부정론을 퍼뜨린 방식

브라질이 COP30 개최를 앞둔 가운데엑슨모빌이 1990년대에 라틴아메리카를 기후변화 협약 반대로 이끌기 위해 우익 성향의 아틀라스 네트워크(Atlas Network)에 보낸 수표 증거가 드러났다.

출처: Raymond Kotewicz, Unsplash

9월 초덴마크의 대표적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비외른 롬보르(Bjørn Lomborg)가 상파울루를 방문해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브라질이 11월 COP30이라 불리는 연례 유엔 기후 회의를 준비하는 와중에 열린 '자유의 길 포럼(Forum Caminhos da Liberdade)' 회의의 주변 행사에서그는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잘못 시행하면 경제 성장을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롬보르는 무대 뒤에서 메시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지원도 받았다이 회의의 2025년 주요 후원자 중 하나가 아틀라스 네트워크였기 때문이다이 네트워크는 미국에 본부를 둔 자유시장 지향 싱크탱크 및 동맹 단체 500여 곳의 국제 연합체로과거 같은 행사에 실리콘밸리 억만장자이자 도널드 트럼프의 측근인 피터 틸(Peter Thiel)도 연사로 참여한 바 있다라틴아메리카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회의를 조장하려는 해외 보수 활동가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디스모그(DeSmog)가 입수한 수백 건의 아틀라스 네트워크 내부 문건에 따르면유엔 주도의 기후 협약 체결 노력이 본격화하던 1997년 무렵아틀라스 네트워크와 그 협력 단체들은 글로벌 사우스 전역에서 국제 협약 지지를 약화하기 위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했다.

이 전략의 초기 핵심 자금 지원자는 엑슨모빌(ExxonMobil)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내내엑슨모빌이 기후 과학을 폄훼하고화석연료 사용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주며미국이 국제 기후 협약에 참여하는 것을 차단하려 한 일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이 캠페인은 현재 미국 전역에서 회사가 대중을 기만했다는 이유로 수십 건의 소송 대상이 되고 있다.

디스모그가 새로 입수한 문건에는 아틀라스 네트워크에 한 번에 1만 5천 달러에서 5만 달러가량의 수표를 우편으로 보낸 기록이 포함돼 있으며이 자료들은 엑슨모빌이 아틀라스 네트워크 협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개발도상국에서의 기후변화 부정 활동에도 조용히 자금을 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략 메모자금 제안서개인 서한진척 보고서 등이 문서들은 엑슨모빌과 아틀라스 네트워크(이전 명칭은 아틀라스 경제연구재단)가 기후 협약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상세히 보여준다이 정상회의들은 경제·사회적 조건이 크게 다른 여러 국가들이 탄소 배출 감축에 합의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영리단체 '기후 청렴성 센터(Center for Climate Integrity)'의 특별조사국장 커트 데이비스(Kert Davies)에 따르면엑슨모빌과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기후 외교 초기의 중요한 시점에 개발도상국 사이에 혼란과 의심을 퍼뜨림으로써 지정학적 균열을 심화시키고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경제적 불안을 증폭시켰다그는 오랫동안 엑슨모빌의 기후 부정 전략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정말로 추악한 역사다라고 데이비스는 말했다. “엑슨모빌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가 위기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면글로벌 기후 협약 자체가 절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1998년 초엑슨모빌이 아틀라스 네트워크에 우편으로 보낸 5만 달러 기부금출처: DeSmog

엑슨모빌이 아틀라스에 보낸 수표는 다양한 활동에 쓰였다기후변화의 현실을 부정하는 영어 서적의 스페인어 번역 작업부터미국 기후 부정론자들의 라틴아메리카 도시 방문 항공편이들이 현지 언론에 접근하고 정책 결정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개 행사기후 정책이 경제에 미칠 재앙적 영향을 경고하는 아틀라스 협력 단체의 보고서 제작 등도 이에 포함됐다.

그 목표는 탄소 배출 감축에 관한 조약에 대해라틴아메리카 전역의 국가들이 지지를 보일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었다이 조약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부터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합의였다.

30년이 지난 지금글로벌 차원의 기후 대응 부족이 초래한 결과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과학자들은 10월 중순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너무 높아 지구 산호초의 대규모 소멸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발표했다또한향후 10~20년 이내에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탄소 배출 감축과 산림 파괴 중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마존 열대우림의 붕괴가 확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요한 후원자는 아니었다는 주장

1997아틀라스가 엑슨모빌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 어빙(Irving)에 우편으로 보낸 전략 문건에는 국제 협약 문제를 직접 다룬다는 제목과 함께기후 대응을 방해하는 전략이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아틀라스 네트워크는 해당 문건에서 이렇게 밝혔다. “시장 중심의 공공 정책에 대한 이러한 투자는 미래의 번영과 복지그리고 엑슨모빌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다.”

이 문건을 포함한 DeSmog의 질의에 대해아틀라스 네트워크 대변인 아담 와인버그(Adam Weinberg)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이 사안은 25년 이상 전이미 퇴사한 직원들이 작성한 메모와 자료들에 관한 것이며그 자료들은 우리 단체에 중요 후원자였던 적도 없는 기업에 전달된 것입니다엑슨모빌은 지난 20년간 저희의 후원자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1751년 이래 배출된 전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이 1990년대 초 이후에 집중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엑슨모빌과 아틀라스 네트워크가 탄소 감축을 지연시킨 행동은 오늘날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30년 전에 일어난 일이 지금도 매우 중요하다고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국제관계학 교수인 카를로스 밀라니(Carlos Milani)는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 대기에는 엄청난 역사적 기억이 존재한다.”

엑슨모빌은 해당 보도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1997년 아틀라스 네트워크가 엑슨모빌에 보낸 전략 계획서에서 이들은 7만 5천 달러를 요청하며, “시장 지향적 공공 정책에 대한 이 투자는 우리의 미래 번영과 복지그리고 엑슨모빌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수익을 위한 핵심 열쇠라고 주장했다출처: DeSmog

정부 정책에 영향 주기

9월 브라질 방문 중롬보르는 자유의 길 포럼’ 참석 외에도 벨루오리존치에 있는 민간 연구 중심 대학 IBMEC에서 강연을 진행했다그는 이후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해당 강연이 강당에 입장하지 못한 수백 명의 학생들을 위해 생중계되었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홍보 자료는 롬보르를 환경 문제와 기타 글로벌 과제에 있어 세계적 전문가 중 한 명으로 묘사했지만실제로 많은 기후과학자들은 그의 발언이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이 시급하고 심화하는 위기라는 과학계의 주류 합의를 왜곡한다고 보고 있다.

롬보르는 브라질에서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대학 강연은 IBMEC 교수 아드리아노 지안투르코(Adriano Gianturco)가 주관했는데그는 리우데자네이루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이자 아틀라스 네트워크의 파트너인 자유연구소(Instituto Liberal)’ 이사회 위원으로이 기관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걸쳐 기후 허위 정보를 퍼뜨려온 전력이 있다.

여름 동안 자유연구소는 SNS에 게시한 영상에서 COP30을 일반 브라질 국민에게는 빚만 남기고 끝나는 유엔의 전 세계 엘리트 기술관료들의 값비싼 모임이라는 오래된 기후 부정론자의 주장을 포르투갈어로 되풀이했다.

자유연구소는 정보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아틀라스 네트워크의 와인버그(Weinberg)는 이메일을 통해 우리 단체는 비외른 롬보르와의 회의나 활동을 주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는 또한 우리는 COP30 같은 주제에 대해 제도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유연구소는 최소한 1997년부터 국제 기후 협약에 대한 비판을 정교화해왔다당시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자유연구소에 접촉해 중요한 신규 기부자가 글로벌 사우스의 싱크탱크를 육성하고자 한다고 알렸다.

해당 제안서는 이 기부자가 특히 라틴아메리카 및 기타 개발도상국에 노동환경 또는 기타 분야에서 그들 고유의 필요우선순위관점을 반영하지 않는 엄격한 법률을 강요하는 국제 협약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부자는 엑슨모빌이었으며, 1997년 엑슨모빌 임원 윌리엄 헤일(William Hale)이 아틀라스 네트워크에 보낸 편지에서 엑슨모빌은 미국 외 지역특히 아시아구소련유럽라틴아메리카의 자유시장 성향 싱크탱크를 육성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명시했다엑슨모빌은 아틀라스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 단체를 성장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 5만 달러(현재 가치 약 10만 달러)의 자금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1998년 아틀라스 네트워크 당시 대표 알레한드로 차푸엔(Alejandro Chafuen)은 엑슨모빌의 헤일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틀라스의 협력 단체들이 어떻게 엑슨모빌의 영향력을 글로벌 사우스에 확대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여기에는 정부 관계자들과의 접촉,” “지역 및 전국 방송 매체 접근,” “신흥 이슈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 “입법 및 규제 대응력 개선,” “기업 메시지를 워싱턴과 미국 밖으로 확장할 수 있는 능력 증대” 등이 포함되었다.

아틀라스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라틴아메리카 학자들은 이러한 활동을 대기업과 해외 투자자에게 유리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려는 조직적인 시도로 본다아나 루시아 파리아(Ana Lúcia Faria)와 베라 차이아(Vera Chaia)는 2023년 『런던 인문사회과학 저널』(London Journal of Research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것은 자본의 무제한 확대를 정당화하고 그 길을 닦기 위한 운동이라고 썼다.

1998년 엑슨모빌에 제출한 자금 제안서에서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비교적 소규모의 투자도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 제안서는 엑슨모빌의 자금이 신규 및 기존 싱크탱크들이 기업 전반특히 석유 산업에 중요한 연구를 수행하거나 확장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8년 3엑슨모빌은 아틀라스 네트워크에 5만 달러 수표를 발송했다.

부정적 결과(adverse consequences)’

엑슨모빌이 아틀라스 네트워크에 자금을 지원한 시점은 글로벌 기후 외교가 막 본격화하던 중요한 시기였다.

1997세계 지도자들은 교토의정서를 협상하기 위해 일본에 모였다이는 온실가스 감축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최초의 국제 협약이었다.

2주간의 협상 동안기후 위기 대응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긴장이 표출되었다산업혁명 이래 석탄과 석유 중심의 산업화로 가장 많은 오염을 유발한 것은 부유한 국가들이었지만현재 개발도상국 역시 산업화를 추진하며 배출량을 늘리고 있었다.

1998년 11각국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여 글로벌 사우스와 노스의 공조를 끌어낼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었다이는 유엔 기후 협약 체계에서 네 번째 당사국총회(COP4)였다.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이 회의를 지구온난화 이론의 주장에 의문을 품고그 어떤 협약도 미국세계 경제에너지 산업에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에게 반대 여론을 형성할 드문 기회로 간주했다엑슨모빌의 지원을 받은 아틀라스는 개발도상국들에 기후 협약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1998년 9전 세계 대표단이 만남을 갖기 두 달 전아틀라스 네트워크는 엑슨모빌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이 자금은 미국의 기후 부정론자 패트릭 마이클스(Patrick Michaels)를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초청해일련의 세미나에서 연설하게 하는 데 쓰일 예정이었다마이클스는 과거 엑슨모빌의 자금을 받은 여러 싱크탱크와 연계되어 있었다.

그해 초마이클스는 단편 영상에서 지구 기후 변화에 대한 모든 과잉 반응은 컴퓨터 모델에 근거한 것이지 현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라고 잘못 주장한 바 있다.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엑슨모빌에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며마이클스를 포함한 세미나 연사들과 아르헨티나의 장관정치인언론사 편집위원기업인들” 간의 회의를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이전 자금 제안서에서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엑슨모빌에 아르헨티나브라질기타 라틴 국가에 있는 많은 자유시장 성향 싱크탱크들이 언론과 고위 정부 관계자들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브라질 기반 연구자 에르난 라미레즈(Hernán Ramírez)에 따르면이들 싱크탱크는 은행가투자펀드 소유주정당 고문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또한엑슨모빌의 추가 자금은 자유연구소 및 아틀라스 네트워크의 다른 지역 싱크탱크들이 교토의정서가 라틴아메리카 및 기타 개발도상국에 미칠 무역경제정치적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었다이 보고서는 이후 미국 및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언론에 기고문 형태로 게재될 수 있었다.

디지털 이전 시대였던 이 당시아틀라스 네트워크는 세미나를 기후 협약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주요 메시지와 자료를 유통하는 국제적 허브로 구상했다. 1998년 메모에서 아틀라스는라틴아메리카 내 자매 기관이 미국의 기후 부정론자 프레드 싱어(Fred Singer)가 쓴 「기후 협약에 대한 과학적 반박」(The Scientific Case Against the Global Climate Treaty)을 스페인어로 번역했으며이를 아르헨티나 워크숍에서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책자에서 싱어는 지구온난화라는 위협에 대해 의미 있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으며,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글로벌 협약으로 인해 고통받을 것이고그들의 복지와 경제 안정은 국제 무역과 세계 번영에 달려 있다고 적었다.

1998년 10엑슨모빌은 교토의정서의 부정적 결과를 강조하는 COP4 사전 세미나를 지원하기 위해 아틀라스 네트워크에 1만 5천 달러 수표를 보냈다출처: DeSmog

아틀라스는 참가자들이 워크숍에서 새로운 논문을 생산하길 기대했고이 논문들을 남미 전역과 멕시코는 물론중국과 인도에도 배포할 예정이었다.

엑슨모빌은 이 계획을 승인했고, 1998년 10월 6아르헨티나에서 열릴 COP4 세미나를 위한 추가 지원금 1만 5천 달러를 아틀라스 네트워크에 우편으로 송금했다엑슨모빌 임원 게리 엘리히(Gary Ehlig)가 서명한 편지에서 그는 이 세미나가 교토의정서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직면하게 될 부정적 결과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성과에 대해 듣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눈에 띄지 않았던 움직임

엑슨모빌은 1997년 아틀라스 네트워크에 보낸 서신에서자사의 국내 이해관계는 이미 정치적·홍보적 인프라로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해외의 아틀라스 네트워크 단체에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미국 내 단체들과 미국 관련 이슈에 제공하는 지원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엑슨모빌은 말했다.

이 시점까지 엑슨모빌은 이미 기후 허위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한 전력이 있었다자사 내부 과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화석연료가 유발할 지구온난화를 매우 정확하게 예측했지만그런데도 엑슨모빌은 외부적으로 이를 은폐했다.

엑슨모빌은 화석연료 생산업체자동차 제조사기타 대형 산업기업들을 대표하는 로비 및 홍보 단체인 '세계기후연합(Global Climate Coalition, GCC)'의 창립 멤버였다. 1990년대 내내 GCC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실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대중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언론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GCC 내부 문건 중 일부에서는 자사가 홍보하던 반대 이론(contrarian theories)’이 설득력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1997년 교토 기후 협상 직전, GCC는 미국 상원이 버드-헤이글 결의안(Byrd-Hagel Resolution)’을 통과시키도록 로비에 성공했다이 결의안은 개발도상국에 온실가스 감축 기한을 유예하는 등의 양보가 포함된 국제 협약에 미국이 서명하는 것을 금지했다이는 COP 프로세스의 핵심 지정학적 균열을 지렛대 삼아 미국이 기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후 엑슨모빌은 다른 화석연료 기업 및 기후 부정 단체들, 조지 C. 마셜 연구소(George C. Marshall Institute) 등과 연합해 언론정책 결정자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전략을 수립했다이들은 1998년 4월 악명 높은 메모를 배포했고그 메모에는 기후 과학의 불확실성을 일반 시민이 인식하게 될 때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교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밀라니(Carlos Milani)는 이런 움직임들이 석유·가스 생산자의 의도적인 재무 전략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이들은 석유와 가스를 벗어나는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그 시점이 늦어질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승리 메모가 배포된 지 6개월 후아틀라스 네트워크의 라틴아메리카 내 6개 파트너 단체는 “COP4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르헨티나 5개 도시에서 세미나브리핑언론 인터뷰를 후원하며글로벌 기후과학 및 경제 정보를 제공했다고 아틀라스는 엑슨모빌에 보고했다.

이 행사들은 수백 명의 청중을 끌어모았고이들에게 미국의 잘 알려진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의 공포를 다룬 강연을 제공했다아틀라스의 보고에 따르면이 활동은 “TV 및 라디오 출연 8신문·잡지 기사 12건 이상인터뷰 19으로 이어졌다.

같은 보고서에서 아틀라스는 베이징의 파트너 기관인 세계경제정치연구소가 프레드 싱어(Fred Singer)의 책을 중국어로 번역했으며인도 내 싱크탱크에도 기후 변화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틀라스는 엑슨모빌에 엑슨모빌의 관대한 재정 지원 없이는 이 같은 성과의 대부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1998년 COP4 회의에 참석했던 기후 허위정보 전문가 커트 데이비스(Kert Davies)에 따르면엑슨모빌의 존재는 현장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그는 비영리 단체 오존 액션(Ozone Action)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 회의에 참석했으며누가 강력한 기후협정을 추진하는지누가 이를 방해하는지를 파악하려고 회의장을 누볐다.

그는 엑슨모빌의 유일한 대표자는 브라이언 플래너리(Brian Flannery)였으며그의 소속은 COP4 공식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엑슨모빌이 회의 방해를 위한 자금을 댔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명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건 의도적으로 명백하지 않게 한 것이었다고 본다.”

엑슨모빌과의 전략 회의

2000년 2월 중순아틀라스 네트워크의 조 퀑(Jo Kwong)은 엑슨 임원 윌리엄 헤일(William Hale), 린 루소(Lynn Russo)와 회동했다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의는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엑슨모빌이 현명하게’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모색하기 위한 전략 회의였다.

헤일은 회의에서 엑슨모빌이 아틀라스 단체 및 프로그램을 지원하되반드시 익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우리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접근해 왔으며공개적인 인정은 구하지 않는다고 말했고이는 전략적 판단이었다엑슨모빌의 목표는 도움은 주되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회의 메모는 전했다. “논쟁의 중심에서 벗어남으로써엑슨모빌이 자금을 지원하는 단체들이 더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헤일은 믿었다.

2000년 아틀라스 네트워크와의 회의에서 엑슨모빌은 아틀라스 단체 및 프로그램에 대한 자사의 자금 지원이 익명으로 이루어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출처: DeSmog

회의 이후 퀑은 헤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엑슨모빌이 그토록 오랜 시간 아틀라스와 전략을 논의해 준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으며엑슨모빌의 공동 이익 증진을 위한 헌신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퀑은 아틀라스와의 연락 담당자 역할에서 물러나는 헤일에게 회사 내 새 직책에서의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헤일은 이후 홍보 및 기타 대외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맡게 되었고아틀라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뉴욕타임스』에 실리는 기업 광고성 기고문(애드버토리얼)을 기획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다음 달엑슨모빌은 『뉴욕타임스』에 불확실한 과학(Unsettled Science)’이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엑슨모빌은 이 광고에서 최근의 소규모 대기 온도 상승이 인간의 영향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이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러나 엑슨 내부의 고품질 기후 연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와 상반된 결과를 내고 있었다.

엑슨 임원과의 전략 회의 5개월 뒤퀑은 아르헨티나로 언론 및 연설 순회에 나섰다. 2000년 작성한 출장 보고서에서 그는 이 투어의 주요 목적은 자유시장 환경주의(free market environmentalism)의 개념을 소개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아틀라스 네트워크의 파트너 단체인 글로벌 재단(Fundacion Global)’과 자유 재단(Fundacion Libertad)’이 주최한 행사에서 퀑은 이 메시지를 기업 리더정부 관계자정책 입안자환경 단체들에게 전달했다또한 신문과 TV 언론과의 인터뷰도 다수 진행했다고 보고했다.

퀑은 이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라틴아메리카의 언론인들이 거의 예외 없이 그에게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그는 국가가 환경에 투자하려면 먼저 부유해져야 한다환경은 일종의 사치재(luxury good)라는 답변에 기자들이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퀑은 이러한 자유시장 환경주의가 그들이 지금껏 들어온 이야기와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25년이 지난 지금지구 평균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또 하나의 중요한 기후 정상회의가 다가오고 있다그런 상황 속에서비외른 롬보르는 결국 똑같은 메시지를 되풀이했다.

빠른 성과 달성

9뉴욕시에서 열린 기후 주간(Climate Week)’ 기간 중비외른 롬보르는 『뉴욕 포스트』에 기고문을 실었다그는 글로벌 기후 대응을 기후변화에 집착하는 부유한 세계 엘리트들 대 빈곤기아질병과 싸우는 개발도상국이라는 구도로 묘사하며해결 불가능한 교착 상태처럼 그려냈다.

기후 전문가들은 롬보르가 펼치는 이러한 분열적 비판이 기후 정책에 대한 대중과 정책 결정자들의 열의를 꺾기 위한 선전(propaganda) 전략이라고 지적한다롬보르는 이에 대해 중상 모략(smear)”이라고 반박해 왔다.

브라질에서는 이러한 메시지를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10만 명이 넘는 작가이자 인플루언서인 레안드루 나를로크(Leandro Narloch)가 증폭시키고 있다.

그는 8브라질 팟캐스트 투바캐스트(Tubacast)의 “COP30 — 일어날 일은 끔찍하다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기후회의 참석자들의 항공편에서 발생한 배출량을 비판하며 익숙한 포퓰리즘적 공격을 펼쳤다. “나도 파티 좋아하고공짜 비행 좋아하고호텔 좋아하고뭔가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느끼는 것도 좋은데젠장좀 위선적인 것 같긴 해라고 그는 말했다.

2025년 9월 14브라질 작가 레안드루 나를로크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덴마크 경제학자 비외른 롬보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어 영광이었다고 밝혔다사진 속에서 나를로크는 왼쪽에서 두 번째롬보르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자리했으며두 사람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대한 냉소적 태도와 자유시장 지지자들과의 공통된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출처인스타그램)

롬보르가 브라질에 머무는 동안나를로크는 그와 자유시장 옹호 인사들이 함께한 비공식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마주쳤다이 자리는 아틀라스 네트워크 파트너 기관인 인스티투토 밀레니움(Instituto Millenium)의 사무국장 바그너 렌하르트(Wagner Lenhardt), 또 다른 아틀라스 파트너인 상파울루 리더십 양성 연구소(Instituto de Formação de Líderes de SP)의 회장 안토니아 탈라리다(Antonia Tallarida) 등과 함께했다나를로크는 롬보르와의 만남이 영광이었다고 전하며, “『거짓 경고』(False Alarm) 및 기후 논쟁의 과장을 다룬 수많은 저서의 저자와 함께한 자리였다고 자신의 SNS에 밝혔다그는 식당에서 찍은 미소 짓는 단체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나를로크는 최근 『환경에 대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안내서』(The Politically Incorrect Guide to the Environment)라는 책을 출간했으며책 홍보를 계기로 브라질 벨렝에서 열릴 예정인 COP30 회의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극우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정부 시절 경제부에서 일했던 경제학자 카를로스 알렉산드리 다 코스타(Carlos Alexandre Da Costa)도 이 만찬에 참석했으며같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그는 같은 자유시장 운동가들과 함께한 유쾌한 만남을 즐긴 것은 물론이 모임이 전략 수립의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 아이디어들을 확산시키고 빠른 성과를 얻기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마련했다고 그는 적었다.

[출처] ‘A Pretty Ugly History’: How Exxon Exported Climate Denial to the Global South - Truthdi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제프 뎀비키(Geoff Dembicki)는 디스모그(DeSmog)의 글로벌 편집장(Global Managing Editor)이며 『석유 문서(The Petroleum Papers)』의 저자다. 그는 몬트리올에 거주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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