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은 계속되고 있다. 기술 미디어가 일컫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과 AI 기업들이 미국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상위 10대 기업은 S&P 500 전체 시장가치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주가는 기록된 수익(이익)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S&P 500 시가총액 및 수익의 상위 10대 기업 집중도, 상위 10대 기업이 S&P 500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국의 주요 ‘하이퍼스케일러’(AI 개발 기업)들이 최근 발표한 실적을 보면 매출 성장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급증하는 자본 지출에 의해 잉여현금흐름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기업들은 AI 개발 경쟁을 지속하기 위해 리스와 신규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 AI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현재 S&P 500 수익의 75%, 이익 증가의 80%, 자본 지출 증가의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약 4,000억 달러에 이르며, 2030년까지 누적 투자액은 5~7조 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약 60%는 반도체와 컴퓨팅 하드웨어에 쓰이고 있으며, 이는 상업적 사용이 이제 막 시작된 신기술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투자이다.
(왼쪽) 실질 기업 설비 투자: 정보처리 장비와 소프트웨어, (오른쪽) 정보처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실질 GDP. 퍼먼(Furman)의 수치를 검토해 본 결과 타당해 보인다.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다음은 기술 지출 및 AI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 지출을 명목 GDP 대비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참고로 퍼먼의 수치는 실질 기준이다).
미국의 경제 활동이 전적으로 정보기술 투자로 좌우된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정확하지 않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많은 장비가이 수입품이기 때문에, 이는 GDP에 대한 부(-)의 기여로 상쇄된다. 그런데도 ‘실리콘 산맥’은 계속 솟구치고 있다.
실리콘 산맥, 명목 GDP 대비 비율(%), 범례: 기술투자, 하이커스케일러 자본 지출/ 2025년 데이터는 상반기 기준임. *정보처리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정 투자.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테슬라 포함. 출처: 미국 경제분석국(US BEA), S&P 캐피털 IQ
이 AI 거품은, 그 실체가 거품인 만큼, 1840년대 영국과 이후 1870년대 미국에서 나타났던, 이른바 ‘철도 열풍(railway mania)’과 놀라운 유사성을 보인다. 당시에도 철도는 교통과 이동을 혁신할 수 있는 강력한 신기술로 간주됐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단으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수많은 회사가 새로운 철도 노선을 개통하면서 철도 주식에 대한 투기 열풍이 일었다. 184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이 열풍은, 1870년대에는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는 대륙횡단철도 개통으로 이어졌다.

영국에서는 이 열풍이 1846년에 정점을 찍었는데, 이 해에만 263건의 철도회사 설립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제안된 노선의 총길이는 9,500마일(15,300km)에 달했다. 그러나 승인된 철도 중 약 3분의 1은 실제로 건설되지 않았다. 재무 계획 부실로 인해 기업이 무너졌거나, 선로를 건설하기도 전에 더 큰 경쟁사에 인수되었거나, 투자자 자금을 다른 사업에 빼돌리기 위한 사기성 기업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1860년대부터 1900년까지,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망은 국가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철도는 미국 서부 개척을 가능하게 했고, 영국과 마찬가지로 주식회사(joint stock company)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기업 구조를 발전시켰다. 이는 공공 소유 및 공공 자금 조달 기업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졌다. 철도는 미국을 양대양(양쪽 바다) 초강대국으로 만들었고, 현대 금융을 혁신했다. 역사학자 리처드 화이트(Richard White)는 『레일로드』(Railroaded)라는 저서에서 “철도는 성공만큼이나 실패를 통해서도 근대성을 만들어냈다”고 썼으며, 이는 “파산, 두 차례의 경기 침체, 환경 피해, 금융 위기, 사회적 격변”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AI 투자 붐은 19세기 철도 투자 규모에 도달하지는 않았다. 철도 투자는 당시 미국 GDP의 6%에 달했지만, 지금까지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GDP의 1.2%, 전체 정보처리 관련 투자는 4% 수준이다. 그러나 AI 투자 역시 점점 그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시대별 인프라 자본지출의 미국 GDP 대비 비율, GDP 대비 자본지출 비율(%), 철도 (1880년대): 6.0%, 통신 (2020년): 1.0%, AI 데이터센터 (2025년 예상): 1.2%, 출처: peakedrosky.com, 옌스 노르드비히
‘철도 열풍(Railway Mania)’ 당시, 결국 주식 시장 거품은 붕괴했다. 미국에서는 1873년 공황(panic of 1873)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 미국 최고의 금융회사였던 제이 쿡 & 컴퍼니(Jay Cooke & Co.)의 파산이었다. 쿡은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자금을 조달한 주요 금융가로 명성을 얻었고, 오리건 해안과 기존 북동부 철도망을 연결하는 노선인 노던 퍼시픽 철도(Northern Pacific Railway) 프로젝트에 자금을 댈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첫 번째 대륙횡단 철도가 이미 완공된 상태였고,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와 철도 채권에 대한 신뢰 하락이 겹치면서 노던 퍼시픽의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결국 쿡의 회사는 1873년 9월에 파산했고, 이는 주식 시장의 공황을 촉발하고, 결국 1890년대까지 이어진 세계적 불황으로 확산했다.
마르크스는 당시 이렇게 언급했다. 미국 철도 기업에 대한 증시 투자의 집중은 “자본의 집중과 대규모 국제 금융 자본 활동의 가속화 및 확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촉진했으며, 이로써 전 세계를 금융 사기와 상호 채무 관계의 그물망으로 묶었고, 이는 자본주의적 형식의 ‘국제 형제애’였다”고. 철도 회사 주가가 폭락하자 전체 시장이 동반 하락했고,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영국에서는 철도 거품이 1847년경 붕괴했다. 마르크스는 이 거품을 약 20년 뒤 『자본론』 제3권에서 분석했다. 그는 이 현상을 ‘거대한 철도 사기(great railway swindle)’라고 부르며, 철도 회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은 의도적으로 과장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철도 프로젝트가 실제보다 훨씬 수익성이 클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본을 쏟아부었고, 기획자들과 이사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840년대 철도 열풍은 영국 자본의 평균 이윤율이 하락하던 시기에 벌어졌고, 그 하락세는 1840년대 내내 이어졌다. 마르크스는 “1844년 여름부터 시작된 철도 사기 속에서 투자자들은 명백히 평균 이윤율을 훨씬 웃도는 수익을 기대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1847년에 무너졌다.
1840년대 철도 및 비철도 주식지수 변화
지금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기대했던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이는 심각한 주식 시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AI 거품이 붕괴하며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갑작스러운 성장 둔화가 아니라, 기대 수익을 실현하지 못함으로써 작동한다.
현재로서는 기술 업계 내 낙관론이 여전하다.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1년 내 메타(Meta)의 코드 절반이 AI에 의해 작성될 것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초기 투자에서 거의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있다. MIT가 수행한 널리 인용되는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95%는 생산성 향상이나 이익 증가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연간 데이터센터 수익이 현재 200억 달러에서 약 2조 달러로 증가해야 한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현 수익으로는 8,000억 달러가 부족하다. 기대되는 효율성 향상을 고려하더라도, 이 격차는 현재의 기업 가치가 실현되지 않은 수익원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차입과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AI 자산에 대한 투자는 점점 더 AI 기업들의 차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식 투자자들 또한 AI 관련 주식에 대해 금융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차입을 늘리고 있다. 오픈AI(OpenAI)의 데이터센터 파트너사들은 오픈AI에 투자하기 위해 1,000억 달러에 가까운 부채를 쌓아가고 있다. 현재까지 소프트뱅크(SoftBank), 오라클(Oracle), 코어위브(CoreWeave)는 최소 300억 달러를 차입해 투자했으며, 은행 연합은 오라클과 데이터센터 건설사인 밴티지(Vantage)에 대해 추가 380억 달러를 대출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투자사 블루아울 캐피탈(Blue Owl Capital)과 크루소(Crusoe) 같은 컴퓨팅 인프라 기업들도 오픈AI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약 280억 달러의 부채를 감당하고 있다. 채권자들과 대출기관은 점점 불안해하고 있으며, 오라클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디폴트 보험을 늘리고 있다.
오라클 부도 위험, 3년 만에 최고치, 모건스탠리는 은행과 투자자들이 헤지에 나서며 스프레드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함. 범례: 오라클 5년물 CDS, 투자등급 회사채 CDS 지수. 출처: 마킷 CDX 북미 투자등급 지수, 블룸버그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기타 고피나스(Gita Gopinath)는, 닷컴 버블 붕괴 수준의 AI 주식 시장 붕괴가 일어날 경우, 미국 가계 자산 약 20조 달러와 해외 자산 15조 달러가 증발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소비 지출을 질식시키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설사 금융 붕괴가 발생하고 경기 침체가 뒤따른다 해도, 우수한 기업들은 살아남을 것이며, AI가 경제 전 분야에 적용되면서 노동 생산성에서 혁신적인 도약(step-change)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생산 비용을 줄이고, 기업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1873년 공황은 철도 주식의 붕괴와 깊은 침체를 초래했지만, 미국은 결국 대륙 전체에 걸친 철도망이라는 유산을 남겼다. 영국 또한 1840년대 말 침체 이후, 1850년대의 장기 호황은 6,000마일의 철도망을 기반으로 했으며, 이는 국가의 교통 인프라의 중추로 자리 잡았고, 영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렇다면 AI는 오늘날의 미국 자본주의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은 세계 패권에 대한 경쟁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식 시장에서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들의 기술 우위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딥시크(DeepSeek)라는 대형 언어 모델(LLM)을 출시했으며, 이는 오픈AI의 ChatGPT와 거의 비슷한 성능을 훨씬 낮은 비용으로 구현했다. 올해는 더 저렴하면서도 동등한 성능을 가진 중국산 LLM이 추가로 출시되고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AI가 19세기 철도나 20세기 말 인터넷처럼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Eric Brynjolfsson)은, AI는 ‘J자 곡선(J-curve)’ 경로를 따를 것으로 예측했다. 초기에는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만,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고, 이후 시간이 지나 보상이 도래하며 급격한 성장이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이 J자 곡선은 미국 제조업의 생산성 성장에서도 관찰되었는데, 1980년대 중반에는 하락했다가, 1991년 불황 이후 급격히 가속되어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미국 노동생산성 증가율 – 제조업 vs. 기타 산업 (1950~2024),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 범례: 제조업, 민간 비농업 부문. 계산은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역사적 생산성과 비용 지표(Historical Productivity and Cost Measures)'를 기반으로 했으며, 제조업 부문의 데이터는 1949~2003년, 주요 산업 부문은 2004~2024년 데이터를 사용함. 표시된 연간 성장률은 5년 이동평균을 연이율 화한 값임 (미국 노동통계국 2024년).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산출량으로 측정됨.
하지만 MIT의 경제학자이자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는, 생성형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은 훨씬 적고,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AI 기업들이 지나치게 ChatGPT 같은 소수 제품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대다수 산업 부문과는 무관한 기술에 자원을 쏟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다른 이들은,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슬랙(Slack), 우버(Uber) 같은 과거 디지털 기술들조차 경제 전체의 성장을 이끌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내년이 그 예측이 옳았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출처] AI and the railway mania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